도담이 이야기2012. 9. 17. 09:51

29개월~ 엄마 옷 입는 것 까지 참견하는 도담이^^


올 여름이 유난히도 더웠던 탓일까요?

가을 바람이 제법 차갑게 느껴집니다.

이러다 금방 겨울이 되는 건 아닌지...


그래도 아직 집에서는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지만

도담이와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옷 입히는 것도 큰 일입니다.


자기 마음에 안드는 옷은

입지 않으려고 도망을 다니거든요.


근데 잘 입던 옷도 어느 날은 싫다고 하니

도담이의 변덕과 비위를 맞춰주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도담이가 엄마가 입은 옷 까지 참견을 했습니다.


그 때 제가 입고 있던 옷이 어깨에 단추가 달린 거였는데

그걸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 단쮸 " 라고 하기에

기특하다고 여기고 있을 때였습니다.


느닷없이 엄마 옷을 들추고 잡아당기더니

마음대로 안되니까 울어버리더군요.


왜 그러냐고 물어도 옷을 잡아 당기며 울기만...

말을 못하니 이럴 땐 참 답답하더라구요.


옷을 계속 들추는 것이 벗기려고 하는 것 같아서 벗었는데

바지까지 벗으라고 잡아 당기는 도담이... ㅡ.ㅜ

그래서 아예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그런데 옷을 갈아입고 났더니

뒤로 돌아 앉아서 아무일 없었다는 듯 놀더군요.

참 나~ 어이가 없어서 ㅡ.ㅡ;;


" 이제 엄마 옷 입는 것 까지 참견하는 거야? "



그 날 입었던 옷입니다.

이렇게 보니 색깔도 칙칙한 게 아이들이 안좋아할만 한가 싶기도 한데

며칠 후에 다시 입었을 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더랍니다.


사실 제가 옷을 잘 못입긴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모임이나 행사가 있을 땐

남편이 제 코디를 대신 해줍니다.

옷을 사러가도 남편이 거의 골라주고요.


하지만 세 살 난 아들까지 엄마 옷에 참견할 줄은 몰랐네요.

요즘 아이들은 엄마 외모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던데...


아빠와 아들이 나란히 앉아서

엄마가 옷 입을 때마다 잔소리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2. 9. 15. 08:22

문화센터 첫 수업이 있던 날...

강의실에 들어설 때부터 도담이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한 율동과 함께 수업을 시작하는데

도담이가 너무 크게 울어서 수업에 방해가 될 지경이었습니다.


역시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구나...

선생님에게도 다른 분들에게도 너무 죄송해서

도로 나가야하나 망설여 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업을 포기하면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 같아서

조금만 더 달래보기로 했답니다.


다행히 율동이 끝날 때쯤 조금 진정이 되는 듯 하더니

선생님이 타요 그림들을 보여주면서

동화를 들려주자 얌전해 졌습니다.


이 날 수업내용은 부릉부릉 자동차^^

자동차 모양의 텐트 속으로 들어가는 거 말고는

도담이도 재미있어 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엔 비눗방울 놀이를 했는데

완전 신나서 뛰어다녔답니다. ㅎ~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이 손등에 도장도 꾹~ 찍어주는데요

그것도 아주 좋아하더라구요.


혹시라도 도담이가 싫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정도면 완전 대만족^^

문화센터 다니기로 한 거 너무너무 잘 한 것 같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도담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먹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걸로

친구들이랑 친해질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함께 놀이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방법은 조금씩 익혀나갈 수 있겠죠.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2. 9. 14. 08:27

일자형 기저귀, 크린베베... 3살 아들의 사용기^^


9월 초에 시댁에 내려갈 때

이틀을 예정으로 갔기 때문에

도담이 기저귀도 거의 딱 맞춰서 챙겨갔었습니다.


그런데 태풍으로 망가진 하우스 보수하는 일이 늦어져서

하루를 더 머물게 되었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녁 늦게 기저귀를 사러 갔는데

마트는 아무래도 인터넷보다 비싼데다

제품도 가격대가 높은 것들 위주였습니다.


그나마 그 중에서 젤루 싼 걸로 사려고 비교하던 중에

아래칸에서 크린베베라는 제품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기스에서 나오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싸지?



이렇게 싼데는 뭔가 이유가 있겠지 의심스러우면서도

마침 진열된 사이즈도 대형이고 해서

그냥 싼 맛으로 한 번 써보자 싶어 덥썩 집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뜯어보니 허거덩~

밴드가 없는 그냥 일자형 기저귀였습니다.



뒷면도 살펴보긴 했는데 왜 밴드가 없는 걸 못봤을까요? 

일자형 기저귀? 써보지 않아서 이런 건지 확실히 몰랐습니다.

설마... 대형인데 밴드가 없을라구?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같습니다.


그보다 먼저 가격에 눈이 멀었던 거겠지만요. ㅠㅠ


그런데 저와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는 분들이 가끔 있나봅니다.

친구에게 기저귀 잘못샀다는 얘기를 해주었더니 그러더라구요.


자기도 얼마전에 마트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이미 뜯어서 두어개 사용한 기저귀를 교환하러 온 걸 봤는데

제가 산 것과 같은 제품이었다고...

근데 직원이 교환을 해주더라네요~~



하지만 이미 뜯은 걸 바꾸진 못하겠고...

아쉬운데로 팬티 안에 입히니 쓸만은 합니다.


이제 배변훈련도 시작 했겠다

집에서 사용하기는 괜찮겠더라구요.


아는 분은 아이 배변 가리기 전에 사놓은 기저귀가 남아서 나눠주시던데

저는 이걸로 버텨볼랍니다. ㅋㅋ



그리구 얼마전에 애기를 낳은 아는 언니에게서

일자형 기저귀 사용하는 좋은 방법도 하나 배워왔습니다.




도담이가 쉬해서 버리는 기저귀 밴드쪽만 잘라서



요렇게 쓰는거지요 ^^



도담이가 움직여서 심하게 흔들렸지만

그냥 밴드 기저귀 한 것 같지요?


물론 부작용도 있긴 합니다.

뒤는 고정이 안되서 도담이가 심하게 움직이면 빠지기도 하고

도담이가 일부러 빼기도 하고요.

뒤쪽엔 테이프라도 붙여야 할까봐요 ㅋㅋㅋ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2. 9. 13. 07:36

 


배변훈련 때문에 변기는 진작 사두었는데

도담이가 변기에 앉으려고 하질 않습니다.


쉬를 하거나 응가를 해도 잘 표현하지 않고...

어른들은 그냥 벗겨 놓으라는데 선뜻 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달 부터 낮동안 잠깐씩은 벗겨두고 있답니다.


근데 그냥 벗겨만 놓는 것 보다 옷을 입혀 놓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글을 언젠가 읽은 기억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팬티를 사다 입혔는데 그만 ㅋㅋㅋ

도담이 엉덩이가 아주 제대로 팬티를 먹어버렸습니다.^^


아빠가 화장실에 들어가니 따라 들어가고 싶어서

문 앞에 버티고 섰는데 저 엉덩이를 보고 웃음이 터졌네요.


주위에 보니 늦어도 27개월 부터는 배변훈련을 시작하던데

도담이는 지금 29개월이라 많이 늦은감이 있어요.

그래서 또 조급증이 인다는...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2. 9. 12. 07:32






시댁 주방에서 한참 주방놀이를 하고있는 도담이...

냄비에 뚝배기에 후라이펜까지 종류별로 다 나와있습니다.


" 남자 애가 뭘 이런 걸 가지고 놀아? "

" 이제 냄비 그만 갖고 놀아~ "

할머니네 오자마자 주방부터 찾아들어가는 손주에게

시부모님이 하시던 말씀입니다.


뭐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십니다.

도담이가 달라고 손을 이끌면 못이긴 척 내려주시고

옆에서 한 입 달라고 맞장구도 쳐주시구요.


얼마전 까지만 해도

냄비나 주방살림에 너무 집착을 하는 것 같아서

내심 저도 걱정을 했었는데요


지금은 뭔가 그쪽으로 관심이 있어 그러나 싶어

지켜보는 중이랍니다.


시댁만 그런 게 아니라 어느집에 가든지 싱크대 문부터 여는 아들...

식당에 밥 먹으러 가도 주방구경을 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도담이 랍니다.


지난주에 시댁 식구들이랑 저녁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도

할머니 손을 이끌고 주방쪽으로 가던 도담이...


그런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다용도 실로 가더니

오래되서 지금은 사용하지도 않는 압력밥솥을

평소엔 달라고 하지도 않았던 걸 기어이 내려달라고...

그러더니 추를 움직이며 놀더랍니다.


어머님 말씀이

식당에서 커다란 압력 솥에 밥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추가 움직이는 걸 보고 따라하는 것 같다고...

어머님도 예사롭지 않게 여기시는 듯 했습니다.


교회에서도 장래의 요리사로 소문이 나서

유치부실에 주방놀이 장난감이 있는데

도담이가 가면 이제는 아이들이 알아서 양보를 해주네요.


어쩌면 저희가 다양한 장난감을 사주지 못하고

그만큼 다양한 놀이를 함께해 주지도 못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좀 유별난 구석이 있는 것 같긴 하네요. ㅋ

이제 겨우 29개월이니

도담이 행동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2. 9. 7. 08:29

도담이가 이번에 할머니네서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특히 더

돌아가는 선풍기에 뭔가를 잘 집어넣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실제로 일을 당해보니 정말 아찔하더군요.


평소에도 선풍기를 발로 켜고 끄는 걸 재미있어 하던 도담이 이기에

손대면 위험하다고 조심해야한다고 주의를 주니

스스로도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였습니다.


도담이가 파리채로 바닥을 치며 벌레 잡는 흉내를 내며 놀고있었는데

제가 잠시 다른 방에 들어간 사이에

그 걸 선풍기에 집어 넣은 겁니다.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려 놀라서 뛰어가 봤더니

도담이는 선풍기에 파리채를 꽂은 채 서있고

선풍기 날개는 박살나서 그 조각이 멀리까지 날아갔더군요.


탈탈거리고 있는 선풍기를 끄자마자

아이 상태부터 확인을 했는데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멀쩡해 보이는 파리채 이지만



선풍기에 끼였던 옆부분이 조금 찢어졌답니다.



선풍기는 이렇게 날개가 무섭게 부서졌습니다.

뾰족하게 부서진 날개가 아이가 있는 쪽으로 날아왔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네요.



부서진 잔해가 선풍기 내부에도 이렇게 남아있었습니다.


아이들 안전사고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서

늘 조심한다고 해도 부족한 것 같아요.


게다가 엄마가 괜찮겠지... 하고 방심한 틈을 놓치지 않고

이렇게 사고가 일어나니 말입니다.


선풍기는 망가져 버렸지만

도담이가 그랬다는 말에 부모님도 그저 웃으실뿐...

아이가 다치지 않은 것에 정말 감사했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2. 9. 6. 08:20




이번에 시댁에 갔을 때

시부모님이 다니시는 교회에서

도담이가 친구를 사귀었습니다.^^


이전엔 서로 봐도 본채만채 그랬었는데

제가 둘을 서로 인사 시키고 악수를 하랬더니 하더라고요~


예배 끝나고 밥먹으러 가는데

친구가 도담이 손을 잡고 식당까지 안내를 해줬습니다.

그 뒷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요 ㅋㅋ


식당앞에선 자기 신발을 먼저 벗고

멀뚱멀뚱 서있는 도담이 신발도 벗겨주려고 하더군요.

개월수로 따지면 도담이가 형인데 오히려 동생 같았습니다.


어린이집도 다니지 않는데다

교회에 다닌다곤 해도 아직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진 않아서

친구 손을 꼭 잡고 따라가는 도담이 모습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었답니다.


말 못하고 표현은 못해도

친구가 뭔지... 도담이도 알고 있는 듯 합니다.


도담이에게 친구가 필요한 시기가 온 것 같아요.

어쩌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 늦는지도 모르겠네요.


엄마가 활동적이지 못하다보니

아이도 그 영향을 많이 받는군요.

그래서 도담이에게 미안한 마음이랍니다.


어린이집을 보낼까 고민도 되었지만

우선은 문화센터부터 시작을 하려고 가을학기 등록을 했습니다.


오늘이 문화센터 가는 첫날이네요^^

처음이라 저도 살짝 설레는군요.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선생님이랑 또래친구들이랑 함께 놀고 어울리면서

새친구도 많이 사귀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2. 8. 30. 07:50



지난 여름휴가 때

밭일 가신 시부모님 도와 드리러 가려다

길이 엇갈려서 그냥 산책만 했던 날...


걷다가 지친 도담이를 남편이 목마를 태웠는데 무척 버거워했습니다.

" 우리 아들이 정말 많이 컸구나... " 하면서^^





아빠가 붙잡아 주지 않아도 안떨어지게 버티고 있는 도담이 ㅋ

겁 많은 아들이 목마를 탄채로 손을 놓는 담대함까지 보여주었는데요

아빠가 자신을 지켜줄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을까요?



시골에서 나고 자라 어린시절 친구들과 천방지축으로 뛰놀던 길을

결혼하고 마누라와 자식새끼까지 데리고 함께 거닐게 될 줄

그 때는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는 남편...


지금 한참 힘들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합니다.


해가 넘어가는 하늘의 풍경이 그림같이 아름답던 날...

아들을 목마 태우고 가는 남편의 뒷모습은

참 버거워 보이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2. 8. 25. 09:18

텔레비전 위에 올라가서 번지 점프를 하고

서랍을 열고 계단처럼 밟고서 서랍장 위까지 올라가고...

아이들이 크면 그런 위험천만한 행동들을 한다는데


아직 우리 아들은 그정도는 아니라고...

겁도 많은 편이라서 그저 먼 이야기로만 여겼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교회에서 도담이가 크게 다칠 뻔 했습니다.


유치부실에서 사모님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시야에서 사라진 도담이를 찾아 두리번 거렸는데

한 쪽 구석에 쌓아놓은 탁자 위에 서있던 도담이...


그걸 보자마자 놀랄 틈도 없이 탁자가 무너져 내리고

도담이도 그 사이로 떨어지는데

뛰어가면서도 가슴이 철렁 했었습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고

도담이도 크게 놀란 것 같진 않았습니다.


밥상정도 높이의 탁자였고 3단 정도로 쌓아 놓았는데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거기에 올라갔는지...

바로 옆에서 놀고 있던 아이도

도담이가 올라가는 걸 못봤다고 하더군요.


아이들 한테서 잠시도 눈을 떼서는 안된다는 말이

너무나도 실감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도담이의 이런 사고는 미리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컴퓨터 책상 의자로 사용하고 있는 아빠의 운동기구 위에 올라가는 건 예사~

놀다가 떨어진 적이 있으면서도 어느새 또 올라가서 놀더라구요.



그리고 급기야는 화장대까지 올라간 도담이...




공간도 별로 없는데

아주 조심조심 한발짝씩 옆으로 이동하다가





찰칵 소리에 뒤돌아 보더니

미소짓는 여유로움까지 보여주었네요^^;;





그렇게 화장대 위로 올라가서 무릎을 꿇고 앉은 도담이는

거울을 보면서 " 이~~~ " 

그러면서 자신의 치아를 보는 것 같더라구요ㅎㅎ;;;




제가 양치질을 할 때면 일부러 도담이 앞에서

" 이~~~ " " 아~~~ " 소리를 내면서 닦는 걸 보여주는데요

아마도 그걸 흉내내는 거지 싶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어찌 웃지 않을 수 있겠어요 ㅋㅋㅋ


조금씩 더 높은 곳을 향해 오르기를 시작한 도담이...

이제는 계단도 오르막길도 혼자서 가려고 하네요.


위험하다고 손을 잡자고 해도 뿌리치고 멀리 달아나 버리는데

점점 통제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힘이 드는군요.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2. 8. 24. 20:23

어제 오랜만에 도담일 데리고 남편 회사 근처까지 마중을 나갔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아홉 정거장은 가야하는데

도담이가 타기 전부터 무서워하더니

지하철이 출발하자 주먹을 꼭쥐고 덜덜 떨면서 울려고 하더군요.


컴컴한 지하로 다니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철커덩 거리는 지하철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도착할 때까지 도담이를 꼬옥 안은채

손으로 귀를 막아주었답니다.


남편을 만나 집으로 돌아올 때는

남편이 도담이를 안고 지하철을 탔는데

빈자리가 나와도 못안게 해서 끝까지 서서 왔답니다.


" 애가 불안해 하면 앞머리를 쓸어올리면서 만져줘요.

  그럼 애가 덜 불안해 하고 자신감도 생기고 그래. "


우리 가족을 가만히 지켜보시던 어르신 한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분 말씀대로 저는 도담이 머리를 쓸어올리며 만져줬습니다.


그래도 도담이가 불안한 기색을 보이자
어르신께서 물으셨습니다.


" 빈자리가 있는데 왜 안앉아요? "

" 애가 못안게 해서요^^;; "

" 그래도 살 앉아봐요. 엄마, 아빠가 같이 앉으면 애도 더 편안하지. "

" 네... "


사실 남편도 많이 피곤해서 앉고 싶던터라

저희는 다시 빈자리에 앉으려고 시도를 했는데요

도담이가 안앉으려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그냥 서있어야 했습니다.


" 그래도 아빠가 애를 편안하게 잘 안아주네.

  그녀석 이쁘게 잘 컸다. "


저희들이 내릴 때까지 이런저런 말씀을 해주시던 어르신...

모르는 분이었지만 감사했습니다.


요즘 묻지마범죄다 뭐다 해서 길거리 다니기도 불안하지만

그래도 좋은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이전에는 지하철도 곧잘 타고 다니고 그랬는데

최근들어 도담이가 지하철 타는 걸 무서워합니다.

그리고 어제가 가장 심했던 것 같아요.


괜히 데리고 나와서 거기까지 마중을 간건가 ...

앞으로도 지하철 탈 일이 종종 있을텐데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 저에게

남편은 자주 태워서 적응을 시켜야 하지 않겠냐고 합니다.


저도 사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러다 오히려 아이에게 더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가 해서...


분명 커가면서 차츰 나아질 거라는 생각은 드는데

그러면 당분간은 지하철 타는 걸 자제 하는 게 좋지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어떤 게 좋은 건지...

어떤 게 맞는 건지...

육아라는 게 정답이 없어서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