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한번씩 물건을 잘 잃어버립니다.
평소엔 괜찮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꼭 한번씩 일을 터트린답니다.

결혼식 전날엔 차키를 잃어버린 적도 있습니다.
분명히 잘 둔다고 뒀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랍니다.
보조키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이것도 건망증 증세인가요?

결혼식을 앞두고 부산에 있는 제 짐도 옮기고 예물도 맞출겸
남편이 저를 데리러 차를 몰고 부산까지 왔습니다.

새벽 4시쯤 도착한 남편은 무척 피곤해 보였는데요
이렇게 혼자 장거리 운전한 건 처음이라더군요.
중간에 잠이와서 정말 혼났다고요.

그날 오후... 옷이랑 신발, 책 몇권에 화장품 등등... (생각보다 짐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미리 싸놓은 짐을 남편 차에 싣고 전주에 있는 시댁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시어머니와 남편과 함께 예물을 맞추러 갔는데...
예물 고르는 것도 힘들더군요.
원체 악세사리는 잘 안해서 그런데 관심없이 지내다가
고가의 예물을 고르려니 어떤게 좋고 이쁜지 분간이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예물때문에 한나절을 보내고
저녁 식사를 한 후 서울에 있는 신혼집으로 출발~~
한밤중에 도착해서 짐정리는 다음날 하자고 간단한 것만 챙겼습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 타려는 순간 남편이 " 아차! " 그럽니다.

" 왜? "
" 어떻하지? 부산 가던 날 엄마가 와있어서 열쇠 드리고 간걸 깜박했네... "
" 그럼 어떻게... 지금 다시 전주로 갈 수도 없고... "
" 그러니까... 나 왜이러냐... 분명히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

정말 대략 난감이었습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화도 안나고 웃음만 났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죄송했지만 그래도 답답한 맘에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저흰 열쇠 가지러 다시 내려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머님이 서울가는 리무진 기사 아저씨편에 보내 주신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죠~ 

저희는 다시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몇시간만 기다리면 되는데 딱히 다른데 가기도 그렇고...
차에서 눈좀 붙이려고 했는데 잠도 안오더군요.

날이 밝아오자 어머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첫차로 보냈으니 공항으로 찾으러 가라고... 리무진 번호와 도착시간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런데 하마터면 그 리무진도 놓칠뻔 했답니다. ㅡ.ㅡ;;

그렇게 아슬아슬 가는 차 붙잡아서 열쇠 받아서
신혼집 정리도 잘 마무리하고 결혼식까지 무사히 치뤘습니다.

그 후로도 남편의 이 몹쓸 버릇은 사라지질 않아서
잊을만 하면 툭 튀어나와 사람을 무척 당황시켰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완전히 잃어 버리진 않고 어딘가에서 찾긴 찾는다는거네요. ㅋㅋ

사실 저도 건망증이 있습니다.
근데 이것이 결혼을 하고 애 낳고 살다보니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이젠 둘이서 합작으로 그러니 사라진 물건 찾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군요.
둘중 하나는 괜찮아야 하는데...
 
Posted by 연한수박

요리 잘 하는 남편...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가끔은 남편이 요리를 잘해서 절 위한 요리를 만들어 준다면 너무 감동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요리를 못해도 서툰 칼질에 땀 뻘뻘 흘려가며 만들어주는 음식도 감동적이 겠지마는 이왕이면 다홍치마~ 요리사 뺨치는 솜씨가 있다면 더 좋겠지요^^?

하지만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저희 남편... 저도 요리를 못하니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남편이 요리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스칩니다.

" 난 요리는 절대 안해! 설거지, 청소, 빨래... 그런건 도와줄 수 있어. 근데 요리는 안돼! "
결혼전 남편이 저에게 못박은 말입니다. 

맘에 드는 여자 놓치기 싫어서, 결혼을 하기 위해 온갖 사탕발림에 거짓말 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솔직히 속으론 서운하고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못하지만 노력할게~'라든지 그냥 '난 요리는 못해~'라고 해도 충분했을 텐데 말이지요.

그런데 저의 그런 서운함을 줄행랑 치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원룸 계약기간이 다되서 신혼집을 예정보다 일찍 구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식 전까지 남편은 저희들 신혼집에서 자취를 했었지요. 

결혼식을 앞두고 저도 이것저것 정리를 해야해서 신혼집을 두어번 다녀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마다 깔끔하게 잘 정돈된 집을 보고 ( 물론 제가 온다고 남편이 청소를 해서 그랬겠지만 ㅋㅋ ) 남편을 다시 보게 되었답니다. 늘 자긴 게으르니 어쩌니 집에 항상 오솔길이 있네 하며 노래를 부르기에 어느정도 지저분 할거라 예상 했었거든요^^;;

집에 장이랑 침대도 들여 놓고 그릇도 싹 정리 해놓으니 신혼집 분위기가 물씬~~ 둘이 함께 짐 정리를 하면서 미리 신혼 재미를 느끼고 있을 때였습니다. 밥을 해먹으려고 밥솥을 열었는데... 남아 있는 밥 색깔이 이상했습니다. 거무튀튀 한 것이 탄밥으로 숭늉 만들어 논 것 같더군요.

" 오빠~ 이게 뭐야? 밥 색깔이 이상해~ "
" 어? 밥이 남아 있어? "
" 뭐야~ 자기가 해놓곤... 욱!! 냄새도 이상해! " 

고약하다고 표현을 해야하나요? 암튼 정말 역겨운 냄새가 났습니다. 저희 남편 그걸 보자마자 바로 증거 인멸...후다닥 변기에 버려 버렸습니다. 자기도 민망한지 멋쩍게 웃으면서 상황 설명을 해줍니다.

" 몇주 전에 사촌 동생 왔었다고 했잖아~ 그 때 밥 해먹은 건데 잊고 있었네. "

몇주 전이라니... 거의 한달은 된 것 같은데... 그럼 한달 동안 밥도 안해먹은거야?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평소 통화를 할 때 시켜 먹었다는 말을 자주 하긴 했어도 이정도인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밥 해먹으란 말에 건성으로 알았다 대답만 했던 거죠. 아무리 요리가 싫고 밥하는 게 귀찮아도 이건 아니잖아요?

세제로 몇번을 닦고 또 닦고 물에 반나절을 담궈 놓아도 가시지 않는 냄새~~ 그런데 저를 더 어이없게 만든 건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두어번 그런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밥솥을 씻어서 말려 놓고 냄새가 가실 때 까지 또 거의 한 달은 밥을 안해먹었다나요? 

" 밥솥에 밥을 한달간 묵히면 이렇게 되는구나... 오늘 오빠 때매 새로운 걸 알았어~ "
" 엄마한텐 말하지마! "
" 왜? 난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ㅋㅋ "
" 안돼!! 엄마 걱정하시니깐 말하지마~ "

그날 이후 전 요리는 절대 안한다던 남편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답니다. ㅎㅎ 

추신 ) 그렇다고 저희 남편에 대한 지나친 오해는 말아주세요~^^


부페에 밥 먹으러 가면 제가 좋아하는 케익이랑 과일을 요렇게 이뿌게 담아다 주는 센스 있는 남편이랍니다~ 고깃 집 가면 고기 굽고 자르고 하는 것도 남편이 다 해줍니다 ㅎㅎ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려고 하고, 가끔은 라면도 끓여주고 볶음 밥도 해주는 자상한 남편... " 난 요리는 절대 안해! " 라는 말이 가슴깊이 박혀 있어서 그런가요? 가끔 보여주는 남편의 이런 행동들이 저에겐 너무 감사한 일이네요 ㅋㅋ

남편!! 설마... 이런 걸 노리고 미리 그런 말을 했던 건 아니겠지? ^^;;

Posted by 연한수박

지난 주... 회사일로 무지하게 바빴던 신랑님...

늦은 밤도 모자라 새벽에 퇴근을 하고 일요일에도 출근을 했습니다.

 

힘들어 하는 모습이 어찌나 안쓰러운지요... 잠 많은 사람이 ( 특히 아침 잠이 많아요 ) 잠도 제대로 못자고 얼마나 피곤했겠어요?!

 

그런거 저런거 다 알면서도 서운한 맘이 생기다니... 사람 마음이란게 참 이기적이네요.

 

정말 너무 바빠서 문자 답 못한거 가지고 서운해 하고~

하루는 집에 못들어 온다는데... 그땐 눈물까지 났습니다.

일하는데 신경쓰일까 내색 안하려고 그랬는데 걱정도 되고 서운도 하고... 목소리부터 변하는데 남편도 아마 느꼈을거에요.

 

빈 집에서 혼자 밤을 보내려니 무섭고 외롭고 ㅡ.ㅜ

이런일이 처음이라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애국가 나올 때 까지 텔레비젼을 보다가 잠을 청했는데요 혹시 무서운 꿈이라도 꿀까봐 한참을 뒤척였지만 다행히 별탈없이 잘 잤습니다. 늦잠까지 잤어요 ^^;;

 

엄만 요즘 세상에 일 많은 것도 복이라며 신랑 스트레스 안받게 맘 편히 해주라고 그러십니다.

제가 바가지 긁고 잔소리 하고 그런줄 아시나봐요. (안그러는데...ㅋㅋ)

 

다음 날은 남편이 일찍 퇴근을 했습니다. 택밴줄 알고 나갔는데 남편이 서 있어서 적잖이 놀랬답니다.

혼자 자는데 무서워서 혼났다니까 무지 미안해 했어요. 웬만하면 오려고 했는데 도저히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피곤이 가득한 남편 눈을 보니 괜한 투정 부렸나 싶어 미안한 맘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몇일만 더 하다가는 쓰러질 것만 같습니다.

 

앞으로는 아무리 일이 많아도 밤 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Posted by 연한수박

추석이 지난지 한참인데 이제야 글을 씁니다. 명절 후유증(?)을 핑계로 한껏 게으름을 부렸답니다. 안그래도 부지런하지 못한 저인데 덕분에 점점 더 나태해지는 모습이 보이네요~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가다듬어야 겠습니다.

 

10월 1일... 5일동안 입을 옷이랑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챙기느라 오전시간을 보냈습니다. 혹시 빠뜨린게 없나 보고 또 보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준비를 다하고 남편만 기다리고 있는데 왠걸요~ 명절 전날이니까 일찍 보내 주겠지 했는데 오질 않는거에요.

 

늦은 오후에나 통화를 했는데 정시 퇴근이라고 하더군요. 시어머닌 전화를 하셔선 차가 많이 밀린다는데 아직도 출발을 안하면 어쩌냐고 걱정을 하셨습니다. 차가 밀릴땐 서울서 전주까지 10시간도 더 걸린다면서요. 그 얘길 들으니 저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임신 후 멀미가 더 심해졌거든요.

 

남편은 퇴근하고 오자마자 바로 출발해야 한다며 서둘렀습니다. 신경도 무척 날카로운 상태여서 차라리 새벽 일찍 출발하는게 어떻겠냐고 권했지만 새벽에도 밀리긴 마찮가지라며 그냥 출발했습니다.

 

저녁은 차에서 삶은 감자로 간단히 때우고 휴게소에도 한번 안들린채 계속 달렸습니다. 평소 가던 길말고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로 간 덕분인지 생각보다 많이 밀리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3시간이면 갈 길이었는데 6시간이나 걸렸답니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막내 작은 아버지네 가족들도 와있었습니다. 저희들 보다 1시간 정도 늦게 도착하셨다네요.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음식 장만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작은 어머니와 함께 꼬지랑 부침 요리를 도왔는데요 예전보다 음식량이 많이 줄었다고 하시더군요. 제 입장에선 다행스런 일이지요^^ 거기다 임신해서 힘들겠다며 들어가 쉬라고 하셔서 잠깐 낮잠도 청했답니다.

 

결혼을 하고 처음 맞이한 명절이라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어머님도 다른 분들도 편하게 대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아직은 많이 어색하고 서먹한데 이런 분위기라면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새 밤이 되고... 남편은 심심한데 영화나 보러갈까 그러더군요. 사촌동생들도(저에겐 아가씨, 도련님입니다.) 가고싶다 그래서 11시쯤 집을 나섰습니다. 어른들이 다음날이 추석인데 다 늦게 나간다며 뭐라고 하셔서 일찍 일어나겠다고 다짐까지 했답니다. 저때문에 분위기가 좀 어색했는데 어쩌겠어요~

저도 붙임성이 없어서 친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드디어 추석... 6시 알람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일찍 일어나셔서 아침 준비를 하고 계시더군요. 저희 시댁은 제사를 지내지않고 예배를 드립니다. 그래서 아침 준비가 그리 바쁘진 않았어요.

 

청소를 하고 다들 동그랗게 모여 앉아 어머니 인도에 따라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아침 식사 후엔 성묘를 다녀왔어요. 어릴적 한두번 따라갔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랑은 사뭇 느낌이 달랐습니다.

 

오후엔 가족들 모두 마이산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남편만 빼고요. 저녁에 부산까지 운전을 해야해서 미리 잠을 자둬야 했거든요. 명절이라 한적할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저희들 처럼 고향에 내려온 김에 둘러 보고 가려고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어요. 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 집에서 싸온 음식을 먹는데 소풍나온 것처럼 너무 즐거웠습니다.

 

저녁을 먹자마자 부산으로 출발 했는데요 어머니께서 과일이랑 고기랑 이것저것 너무 많이 챙겨 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부담도 되고 그랬습니다. 부산까진 얼마나 걸릴까... 또 걱정을 했는데요 다행히 그리 심하게 밀리진 않았습니다. 이번 명절은 도로운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찾은 친정집... 낯익은 동네 모습이 어찌나 반갑던지요. 아파트 앞까지 마중나온 엄마, 아빠를 보니 코끝이 다 찡해졌습니다. 시집가서 친정가는 기분이 이런거구나 싶었어요. 군대간 남동생도 휴가를 나왔는데 제법 의젓해진 모습이었습니다. 여동생은 제가 임신한게 신기한지 배를 콕 찌르곤 했답니다.

 

다음날은 남동생 복귀하는 날이라 배웅을 해주었는데요 군복 입은 모습이 꼭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군에 가기 전엔 잘 적응을 할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너무나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니 참 듬직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엄만 아침부터 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시부모님께 드리라며 멸치랑 오징어랑 사들고 오시는데 좀 일찍 일어나서 같이 갈걸 후회가 되었습니다.

 

" 신랑 먼저 보내고 넌 몇일 더 있다 가면 안되겠니? " 하시는데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또 울컥 했습니다. 선뜻 그렇게 하지못하는 제가 엄말 더 서운하게 한 것 같아 너무 죄송스러웠어요. 좀 가까이 살면 참 좋을텐데...

 

부산에서 서울까지... 남편이 많이 힘들어 할 줄 알았는데 중간에 쉬지도 않고 집까지 잘 도착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쌓인 피로가 몇일을 가더군요. 남편은 눈다래끼까지 나고 전 입술이 부르텄습니다.

다닐땐 많이 힘들다는 생각을 안했는데 몸은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결혼할 땐 멀어도 괜찮을거라고 당시에 좋은것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지내다보니 친정도 시댁도 모두 가까이에 있는 친구가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지난 수요일은 산부인과에 가는 날이라 아침부터 바빴습니다. 한달만에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그새 아기가 많이 컸더군요. 초음파 검사를 하는데 얼굴은 물론 팔과 다리까지 보였어요. 조금씩 움직이기도 하고 뒤집기도 하는데 어찌나 신기하던지요. 이제 다 컸구나 싶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신랑님께 전화를 해서는 우리 아기가 얼마나 컸는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흐뭇하게 웃으며 신기해 하던 우리 신랑... 동영상 CD도 받았는데 그거 보면 더 신기해 하겠지요?

 

교회에 들러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왔더니 신랑님이 또 전화를 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서울에 검사 받으러 오셨는데 끝나면 집에 들르신다고요.

 

결혼하고 시어머니가 집에 오시는 건 처음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은 빨래랑 청소부터 했습니다. 아직 집정리가 제대로 안되서 너무 어수선데 오시면 분명히 뭐라고 하실 것 같았어요.

 

거기다 식사는 어떻게 해야 할지...막막 그자체 였습니다. 오시는 시간을 몰라 나갈 수도 없고 장봐둔 것도 없고 요리는 더 자신이 없었습니다.

 

우선 밥은 해뒀고 국은 멸치 다싯물로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그리고 도시락 반찬 하려고 사둔 오징어채를 양념장에 볶고 냉동실에서 생선 두마리 꺼내 구웠습니다. 이 생선은 얼마전 시댁 갔다가 가져온 것 이랍니다.

 

혼자서 안절부절 그러고 있는데 드디어 시어머니가 오셨습니다. 도련님도 함께요. 양손에 뭘 잔뜩 가지고 오셨는데 저 요리 못하는거 아시고는 꽃게랑 갈치랑 해주시려고 사오신 것 같았습니다.

 

오빠 오는 시간에 맞춰서 어머니께서 꽃게탕을 끓이셨습니다. 오빠가 꽃게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갈치랑 나머지 꽃게랑은 일일이 다듬어서 냉동실에 넣어 주셨어요.

 

어머니께서 담아 주신 김치에 제가 끓인 미역국에 꽃게탕까지... 조촐한 저녁상이 차려지고 오랜만에 여럿이서 식사를 했습니다. 늘 혼자 먹다가 함께 먹으니까 더 맛있었어요~~

 

시어머니께 직접 밥을 해드린 건 이번이 처음인데 너무 성의 없이 한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 맛있게 잘 드셨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저희 어머니 참 좋은 분이시죠?

 

 다음에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 드리려면 앞으로 요리 연습 부지런히 해야겠어요^^;;

Posted by 연한수박

처음 산부인과에 가던 날...정말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임신 사실도 믿기지 않는데다 혹시 내가 한 테스트가 잘못된 건 아닐까 몸에 이상이 있는건 아닐까 아기는 괜찮을까...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배가 산만한 임산부들... 금방이라도 아기가 나올 것 같은 배를 보고 있자니 덜컥 겁도 났습니다. 아기 낳을때 얼마나 아플지... 내가 그 고통을 견뎌낼 수 있을지...제가 걱정이 된다니까 오빠는 괜찮을거라고 합니다. 오빠도 절 위로하려고 한 말일텐데 그 순간엔 그런 위로 조차도 서운하게 들리더군요.

 

그러면서 떠오른다는 것이 부인이 아기 낳을 때 남편 머리카락을 붙잡고 막 욕을 하는 ㅋㅋ 드라마 속 장면이 었어요^^ 설마... 저도 그렇게 될까요??

 

여자 선생님으로 예약을 해놓고 기다리는 내내 저의 불안감은 통 가시질 않았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한참을 있다가 진료를 받았는데요 젊은 의사 선생님이 친절하고 인상도 좋아서 참 다행스러웠습니다.

 

티비에서나 보던 산부인과 의자에 내가 앉게 되다니... 첨엔 부끄러워서 쭈뼛거렸는데 그건 아주 잠깐이었습니다. 초음파로 아기의 모습을 보는 순간 제 마음은 기쁨과 안도로 가득 찼으니까요.

 

" 임신 축하드립니다^^ 아기 심장 소리 들려 드릴게요~ "

 


 

쿠궁 쿠궁 쿠궁

힘찬 아기의 심장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빠도 그제서야 아빠가 되다는 사실이 조금이나마 실감이 나더라네요.

 

아기도 아기집도 모두 정상이고 제 몸도 입덧때문에 그런거지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자세한 검사는 해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안심이 되네요~~

 

주위에선 저보고 참 둔하답니다. 2개월이 되도록 모르고 있었다고요^^;;; 가만 생각을 해보니 임신 초기에 감기가 심해서 약을 먹었었는데 괜찮으려나 모르겠어요. 엄마도 걱정된다며 병원가면 꼭 물어보라고 하십니다. 제발 아무 탈 없기를...

 

이제 아기의 태명도 지었습니다. ' 도담 ' 이라고요~ 도드라지게 아름답다는 순우리말인데요 ' 도담도담 ' 이라는 말이 건강하게 잘 잘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는군요.

 

앞으로 엄마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을 텐데 뭐부터 어떻게 해야할 지 지금으로선 막연하기만 합니다. 우선은 입덧이 빨리 끝나서 골고루 잘 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아기도 건강할테니까요^^

Posted by 연한수박


드디어 해리포터가 개봉을 했습니다.^^ 책은 읽다 말았지만 영화는 빠짐없이 다 봐왔기 때문에 더 기대가  컸습니다.

이번에도 당연히 보러 갔습니다. 전날 오빠가 미리 예매를 해뒀는데 시간이 너무 빠듯해서 서둘러야 했어요.

아슬아슬 목동 CGV에 도착! 얼른 표를 찾고... 팝콘과 음료를 사자마자... 뛰다시피 영화를 보러 들어갔는데...우리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6관에 ㅇ열 ㅇ번 ㅇ번...??? 다시 확인 하고 또하고...분명 우리 자리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들께 표를 확인 해보라 하고 우리 표도 보여 드렸지요. (다행히 영화 시작 전 이었습니다.) 그런데 핸드폰을 불빛삼아 우리 표를 유심히 살피시고는 하시는 말씀이...
" 여기 해리포터 안해요...트렌스포먼데... "
너무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여기가 6관이 아닌가? 맞는데...아무리 표를 들여다봐도 이상한 점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원에게 가서 표를 보였습니다. "헤리포터는 7관인데..." 극장 직원은 죄송하다며 어디론가 연락을 하더니 매표소로 가보라 했습니다. 결국 오빠는 직원들에게 화를 내고 말았답니다.
 
매표소에 가서 표를 보여주니 직원이 표 맨 아랫쪽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 공항 CGV로 예매 되어있네요. "
설마 했는데...ㅠㅠ...그렇게 표를 들여다 봤는데도...왜 그건 안보였을까요?
 
일이 이렇게 된데는 제탓도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자고 약속을 잡으면서 그날 비오니까 공항말고 다른 곳으로 예매하라고 그랬거든요. (공항 CGV는 주차장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비오는 날은 정말 불편합니다.) 그래서 오빠는 목동으로 예매를 하려고 했던 건데 평소 자주 가던 곳이 공항점이다 보니 이런 실수를 하게 된거죠.
 
" 어떻하지? 새로 예매해서 볼까? "
오빠가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그러는데...에휴~~ 그냥 웃을 밖에요.
" 그냥 가요... "
영화도 올라서 이젠 9,000원이나 하는데 또 예매를 하기엔 부담스러워서 보지말자 했습니다.
 
" 공항으로 가자. 지금 가면 반은 볼 수 있어!! "
그렇게 오빠는 절 데리고 공항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공항 주차장에 들어갈 땐 조금씩 오던 빗줄기가 갑자기 거세졌습니다. 거기다 바람까지 불어줍니다. 그것도 제쪽으로...주차장에서 극장까지 걸어 가는데 우산을 썼는데도 옷이 반이나  졎어 버렸답니다. 새로 산 원피슨데...흑...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ㅡ.ㅜ 그런 절 보며 오빤 더 미안해 했구요...저 우산 씌워주느라 오빠도 등이 다 졎었는데 말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보았습니다. 목동에서 사온 팝콘과 콜라를 먹으면서...
 
- 이런게 다 추억이다~ 오빠가 아니면 누가 이런 추억 거릴 만들어 주겠어??!!
- 치이~~~~ㅎㅎ
미안한 맘에 이런 말도 했겠지요^^ 근데 정말 두고두고 생각이 날 것 같네요~ 그리고 그때마다 제 얼굴엔 웃음이 가득 할겁니다.
 
오빠는 극장 직원에게 화냈던게 젤루 맘에 걸린답니다. 진짜로 많이 미안하다고 하네요^^;;
Posted by 연한수박

저희 부부는 애완동물 키우는 걸 싫어 합니다. 아무리 귀엽고 이뻐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안들더라구요~

 

어릴적 집에서 떠돌이 강아지를 키웠던 적이 있는데...얼마나 혼이 났던지요.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 오면 책상위로 도망가기 바빴습니다. 절보고 막 짖으면서 뛰어오는데...식은땀이 날 정도로 무서웠답니다(ㅜㅠ) 동생들 오기만 기다린적도 있어요. 동생들은 강아지를 무척이나 좋아했거든요. 물론 지금도 키우고 싶어한답니다.

 

돌이켜 보면 하루종일 빈집에 혼자 있다가 절 보고 반가워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래도 무섭습니다. 개한테 물린 적도 없는데 왜 그런건지...저도 이유를 모르겠네요 ㅎ

 

그런데 오빠에겐 애완동물처럼 소중히 아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

 

출퇴근 할 때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니 주말에나 보게 되는데요 한번씩 잘 있나 궁금하다고 보고싶다고 그런답니다. 제가 보기엔 깨끗한데도 아니라며 틈만 나면 세차를 하려고 하구요...

볼때마다 "음~좋아~"하면서 감탄을 하고, "잘 있었어?" 말을 걸기도 해요^^

 

언젠가 시댁에 갔을 땐 한밤중에 세차를 했는데요 몇시간을 공들이는 오빠를 보면서 시부모님도 놀라워 하셨답니다.

 

오빠가 차를 이렇게 아끼다보니 저도 자연히 조심스럽게 되더군요. 혹시라도 운전을 하다 어디가 긁힌 것 같으면 제 가슴이 다 철렁합니다.

 

좀 유별나다 싶기도하고 질투(?) 비스무레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가끔은 그런 오빠때문에 웃게 되네요~ (그래서 미워할 수가 없다는ㅎ)

 

얼마전엔 셀프 세차장엘 따라 갔었는데요 오빠만큼이나 열심히 차를 닦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차를 꾸미는 데만도 몇백만원이 들어간다고 하네요. 아끼고 좋아하는 건 좋지만은 그게 너무 지나치면 안되겠죠?



Posted by 연한수박

블로그에 한참 빠져있는 저 때문에 신랑님도 바빠 졌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하는 일이 제가 올린 글을 읽는 거랍니다.

 

첨엔 스킨 꾸미는 것 부터 사진을 올리고 편집하는 법 까지 하나하나 배워야 했습니다. 사진기도 잘 못다루는데 컴퓨터는 오죽 하겠어요~ 그런 제가 답답할 만도 한데 오빠는 너~무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었습니다.

 

글을 하나 둘 올리게 되면서는 제목을 직접 지어주기도 하고 (제목이 중요 하다네요ㅋ) 부족한 부분에선 조언도 해주구 잘한 게 있으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오빠의 칭찬은 저에게 아주 큰 힘을 준답니다!!!)

 

하루는 그런 오빠에게 꼭 편집장 같다 그랬더니 "나를 앞으로 편집장이라고 불러 주시오~ㅎㅎ" 그러네요.(^^)

 

조금씩 방문 횟수가 늘어가고... 어제는 덧글도 달렸습니다. 어찌나 신기 하던지요~ 이 맛에 사람들이 블로그를 하나봅니다.

 

"첨엔 못하겠다 안하겠다 그러더니 이젠 안시켜도 잘 하네~ 어때? 해보니까 재미있지?"

네~~~~~재미있어요!!(^__________^)

Posted by 연한수박

신랑이 직장 생활로 바쁘다 보니 혼인신고가 늦어졌습니다.

 

그래서 전입신고를 먼저 하게 됐는데 혼인신고 전까진 동거인으로 등록이 된다고하네요. 한마디로 동거인이 된 것이지요. ㅎㅎㅎ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로 함께 살고 있는데도 신고를 하지 않으면 남남 이라니...(흠~) 그 얘길 듣고 오빠는 "우리 아직 부부 아닌거야~남남 인거야~"그러면서 농담을 합니다.

 

그냥 웃어 넘기긴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허무함이 밀려왔습니다.그동안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서 들인 시간, 물질, 노력들이 서류 한 장보다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결혼에 대해 우스게 소리로 했던 말이 새삼 떠올랐습니다.'결혼은 결혼식장에 들어갈 때까지...신혼여행 다녀올 때까지...혼인신고 할 때까지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거다.!?' (이 말이 이렇게 공감이 될 줄이야-.-) 어쨌든 우리는 거의 한 달 반만에 함께 혼인신고를 하러 갔습니다.

 

이제 서류상으로도 동거인이 아닌 부부가 된 것이지요.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결혼식을 두 번 올린 기분 이랄까요?? ㅋㅋ 혼인신고 절차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나 인터넷도 찾아보고 공무원 친구에게도 물어보고 것도 모자라 동사무소랑 구청에도 문의를 했었는데 너무 요란을 떨었지 싶습니다.

 

저는 동사무소에서 서류를 가져다 미리 작성을 해서 제출했는데요

'본'은 한자로 써야하고 '등록기준지(본적)'는 잘 몰라서 기재를 안했는데 구청에서 열람을 하게 해주어 별도로 다른 서류는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저와 같이 처음 결혼해본 분들을 위해 요령삼아 몇가지 소개해 볼까해요. ^^ (하긴 대부분 초혼이니 처음이겠지만요. ㅋㅋ) 





혼인신고 하기

◎ 혼인신고서 1부를 작성하여 가까운 구청에 제출

  - 혼인신고서는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받을 수 있음

    - 거주지에 있는 구청이 아니어도 신고 가능

    - 남편, 처의 도장, 신분증 지참

    - 남편, 처의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각1통

      (전산으로 확인가능 시 첨부생략-남편과 처가 직접 신고할 경우)

◎ 작성 요령

    - ① 혼인 당사자란 ; 주소에는 현재 주민등록지를 기재

    - ② 부모란 ; 양부모일 경우나 부모님 사망시에도 기재

    - ⑧ 증인란 ; 증인 2명(만20세이상의 성인,부모도 가능)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기재 후

                       도장날인

    - ⑨ 동의자란 ; 미성년자나 금치산자가 혼인한 경우 기재





잠깐!! 혼인신고 팁하나 더 알려드릴까요?

혼인신고서에 증인란이란 것이 있는데요. 2번에 보시면 알겠죠. 증인은 결혼 서약을 증명하는 뜻에서 누군가가 도장을 찍어 증명합니다.

 

누굴 증인으로 새워야 하나 고민했는데 공무원 친구에게 알아보니.. 시부모나 친정 부모님도 된다고 하더군요. 짧지만 매우 유용한 팁이지요. ㅎㅎ

 

그래서 저흰 시댁에 들렸을때 시부모님을 증인으로 도장을 찍었답니다. ㅎㅎ (법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묘했는데.. 진짜 결혼한 느낌도 사알짝 들더군요. )

 

이상 초보 신부 수박양의 혼인신고기 였어요. ~~~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