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행에 갔다가 받은 저금통^^

동전을 넣으면 중앙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재미난 저금통이다.

 

작년 여름, 도담이 하굣길에 은행에 들를 일이 있었다.

도담인 바로 집에 가길 원했지만

오래 안 걸릴 거라며 달래서 데리고 들어갔다.

그런데 어떤 남자 직원분께서

쭈뼛거리며 서 있는 도담이에게 다가오시더니

작은 상자를 건네시며 말씀하셨다.

" 너한테만 특별히 주는 거야~ "

 

 

홈쇼핑 카드 사은품으로 나온 제품 같은데

특허 출원도 한 귀한(?) 저금통이었다!!

 

 

동전 넣는 입구 안쪽으로

작은 철판 같은 게 두 개 있고

아래쪽은 돌려서 열 수 있게 되어있다.

 

동전을 넣으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아빠 저금통에 있는 동전까지 동원됐다.

 

 

 

그런데 저금통이 재미있으니

장난감이 돼버리는 부작용이 있었다.

한동안 재미로 하다가

실증이 나니 안 하게 되더라는... ㅎㅎ;;

 

그러고 보니 예날 빨간 돼지 저금통이 생각난다.

너무 커서 동전을 가득 채우기가 참 힘들었지만

다 채우고 동전을 꺼낼 때의 쾌감은 그만큼 컸는데...

요즘은 카드나 페이를 사용하다 보니 동전이 귀해서

저금통을 더 안 쓰게 되는 것 같다.

Posted by 연한수박

 

 

 

작년 이맘때였던 것 같다.

도담이와 시댁에 가려고 버스를 타는데

" 구만리 가요? "

하고 도담이가 큰 소리로 기사님께 물었더랬다.

대답 없이 눈을 크게 뜨고 도담이를 바라보시던 기사님...

' 대답 좀 해주시지... '

속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며 마침 기사님 뒷자리가 비어있어서 도담이와 함께 앉았다.

그런데 기사님이 정차할 때마다 우리쪽을 계속 힐끔거리시는 것 같았다.

' 아까 대답 안해주신게 맘에 걸리시나? '

난 또 혼자 멋대로 생각하고 있는데

" 너 이거 가질래? "

하시며 무언가를 도담이에게 건네셨다.

얼떨결에 도담이가 받아든 것은 새우??

기사님이 빨대로 직접 만드셨단다.

당신 아들도 만들어 주신다고...

도담이를 보니 아들 생각이 나신 모양이었다.

빨대 공예품은 처음 보는 거라 도담이도 나도 신기해하며 한참 들여다 보았다.

그러고 있는 동안 과자도 먹으라며 또 건네셨다.

" 감사합니다.. "

나는 괜스레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까 혼자 멋대로 생각한 것이 맘에 걸려서...

 

어쩌면 어린 마음에

대답 없는 기사 아저씨가 무섭게 느껴졌을지도 모르는데

그 기사님 덕분에 버스 타는 걸 더 좋아하게 된 듯^^

 

도담이도 그 기사님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때 주신 새우도 아주 잘 간직하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기사님의 작은 선물이

우리 마음 한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다.

Posted by 연한수박

소개팅으로 남편을 만나고 꼬박 1년을 연애하면서
남편에게 편지를 쓴 게 3번 이었습니다.
그것도 마지막 편지는 카드에 쓰듯 아주 짧은... 편지라고 하기도 그렇네요.

서울과 부산... 장거리 연애여서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전화 통화는 많이 했지만 표현이 서툴렀던 저는 편지로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몇 번을 쓰고 지우고 고치고 그렇게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을 때 기분이란...
떨리고 설레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편지를 받았다던 남편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답장을 꼭 바라고 쓴 편지는 아니었지만 솔직히 조금은 기대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전화를 하면서도 편지에 대해선 아무말이 없었고 문자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기다렸는데 일주일이 다 되도록 그러니 서운한 마음이 점점 커졌습니다.
내마음이 담긴 편지가 남편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나 그런 생각도 들었구요.

그렇다고 편지에 대한 반응을 보여달라 직접 말하기도 우스운 것 같아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물었는데
아직 못 읽었다는 남편의 대답에 눈물이 핑 돌더군요.

그때까지 편지를 뜯어보지도 않았다는 남편이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서운함이 너무 커 화가 나는데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더라구요.

전화상이었지만 그런 제 마음이 전해졌던지 남편은 미안하다며 변명을 했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바쁘고 힘들었다...
여자 친구가 보내준 편지를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읽고 싶지 않았다...
여유가 생겼을 때 음악을 들으면서 그렇게 진지하게 읽으려고 했다...

제 편지가 너무 소중해서 그랬다는데 화도 못내겠고
이해는 안되지만 그 말이 기분 나쁘진 않더군요.
하지만 서운한 마음은 쉽게 가시질 않았습니다.

두 번째 편지는 선물과 함께 직접 줬는데요
역시나 남편이 편지를 읽기까지 몇일이 걸렸답니다.
그래도 두 번째라고 서움함이 좀 덜하더군요. ㅡ.ㅡ;;

세 번째는 빼빼로 데이라고 처음으로 빼빼로란걸 직접 만들어 봤는데
편지와 함께 보내면서 봉투에 아주 짧은 내용이니까 그냥 바로 읽으라고...
그렇게까지 써서 보냈답니다. ㅋ

결혼 하고 3년 가까이 살면서 1년이라는 짦은 연애는 추억으로...
좋았던 기억도 서운했던 기억도 저편으로 조금씩 조금씩 흐릿해져서
바쁜 삶 속에 거의 잊은 것 처럼 그렇게 살고 있었는데요

" 편지 같은 거 읽을 때 글자 하나하나 다 읽어?
  눈에 들어오는 중요한 단어 위주로 읽잖아. "

남편의 이 한마디에 갑자기 그 때의 서운함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 그럼 내 편지도 그렇게 읽었어?
  진지하게 읽는다고 몇일씩 뜯어보지도 않아놓구! "


남편은 사람들이 신문이나 글을 읽을 때
자신이 관심이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건데
하필이면 ' 편지'를 예로 들어서는....

아무튼 남편은 제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 적잖이 놀라고 당황스러워 했습니다.
3년이 넘은 일을 아직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었냐면서 그러더군요.
" 임신했을 때 잘못하면 평생 간다더니... 난 임신했을 때 잘못한 거 없지? "

그 때 당시엔 제가 서운함을 표현하긴 했어도 그냥저냥 넘어갔기에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었나봅니다.

편지를 받고도 아무 반응이 없는 남편 때문에 어떤 마음이었는지...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남편도 제 이야기를 들으며 그 때의 일을 떠올렸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많이 서운했겠다면서
핑계를 대자면 당시에 회사 분위기가 많이 안좋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정말 그런 기분으로 제 편지를 읽고 싶지 않았었다고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자신은 그렇다고...
정말 보고 싶은 영화나 읽고 싶은 책은 마음 잡고 보기까지 오래 걸린다구요.

" 그 때 잘못했으면 우리 헤어질 수도 있었던 거야? "
" 응... 어쩜 그랬을지도 몰라. ㅇㅎㅎ"

제가 생각해도 조금 뜬금없이 떠오른 기억이었지만
오랜만에 남편이랑 연애 시절을 추억하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연애할 때 기분도 새록새록
가끔씩은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를 출산한 날이 작년 4월 초...
날씨가 많이 풀리긴 했지만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서 쌀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산후조리원에 있는 산모들 중 감기에 걸린 사람이 무척 많았답니다.

저도 그 감기를 피해가진 못했는데요
심하진 않았지만 잠을 청하기가 조금 불편했었습니다.

마스크를 사다 끼긴 했는데 그래도 아이에게 옮을까봐 걱정이 되서
아이가 재채기라도 하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꼭 간호사 선생님께 괜찮다는 확인을 받아야 맘이 놓였습니다.

남편은 주말마다 서울에서 전주로 저와 아이를 보기 위해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감기에 걸렸으니 남편도 무척 걱정을 하더군요.

어머님이 다녀가시며 따뜻한 수건으로 제 목을 따뜻하게 해주라고 하시니
바로 실행에 옮기는 남편...


그런데 손수건이 아닌 타월에 뜨거운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젹셔와서는
비닐봉지에 넣어서 누워있는 제 목위에 턱하니 올려 놓았습니다.

" 오빠~ 너무 뜨거워! 그리고 이게 뭐야? 그냥 손수건에다 해오지... "
" 이렇게 해야 따뜻한 게 오래가지... 좀 식혀줄게~ "

그래도 나름 저 생각해서 그리 간호를 해주니 고마운 마음에 더이상 뭐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좀 묵직하긴 했지만 따뜻하니까 좋긴 하더라구요.
그렇게 전 잠이 들었고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왠 회의실 같은 곳에 제가 혼자 앉아있는데 아이들이 몇명 들어왔고
그 중 한 아이가 제 뒤로 와서 목을 조르는 꿈이었어요... ㅡ.ㅡ;;;

저는 숨이 막혀서 켁켁거리다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제 목 위에 올려진 수건이 든 묵직한 비닐봉지는 이미 차갑게 식어있었고
제가 켁켁 거리는 소리에 놀란 남편이 얼른 비닐 봉지를 치워주었답니다.

식으면 다시 따뜻하게 해주려고 했는데 깜박 잠이 들었다며 미안해 하는 남편...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먼길 달려오느라 피곤했을테지요.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그 상황이 너무 웃긴거 있죠?
그래서 남편이랑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ㅎㅎ

비록 악몽같은 꿈을 꾸긴 했지만
남편의 사랑이 철철 넘치는 간호에 참 고마웠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그냥 마른 손수건을 목에 묵고 다녔네요 ㅋㅋ
Posted by 연한수박


남편은 한번씩 물건을 잘 잃어버립니다.
평소엔 괜찮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꼭 한번씩 일을 터트린답니다.

결혼식 전날엔 차키를 잃어버린 적도 있습니다.
분명히 잘 둔다고 뒀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랍니다.
보조키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이것도 건망증 증세인가요?

결혼식을 앞두고 부산에 있는 제 짐도 옮기고 예물도 맞출겸
남편이 저를 데리러 차를 몰고 부산까지 왔습니다.

새벽 4시쯤 도착한 남편은 무척 피곤해 보였는데요
이렇게 혼자 장거리 운전한 건 처음이라더군요.
중간에 잠이와서 정말 혼났다고요.

그날 오후... 옷이랑 신발, 책 몇권에 화장품 등등... (생각보다 짐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미리 싸놓은 짐을 남편 차에 싣고 전주에 있는 시댁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시어머니와 남편과 함께 예물을 맞추러 갔는데...
예물 고르는 것도 힘들더군요.
원체 악세사리는 잘 안해서 그런데 관심없이 지내다가
고가의 예물을 고르려니 어떤게 좋고 이쁜지 분간이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예물때문에 한나절을 보내고
저녁 식사를 한 후 서울에 있는 신혼집으로 출발~~
한밤중에 도착해서 짐정리는 다음날 하자고 간단한 것만 챙겼습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 타려는 순간 남편이 " 아차! " 그럽니다.

" 왜? "
" 어떻하지? 부산 가던 날 엄마가 와있어서 열쇠 드리고 간걸 깜박했네... "
" 그럼 어떻게... 지금 다시 전주로 갈 수도 없고... "
" 그러니까... 나 왜이러냐... 분명히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

정말 대략 난감이었습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화도 안나고 웃음만 났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죄송했지만 그래도 답답한 맘에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저흰 열쇠 가지러 다시 내려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머님이 서울가는 리무진 기사 아저씨편에 보내 주신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죠~ 

저희는 다시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몇시간만 기다리면 되는데 딱히 다른데 가기도 그렇고...
차에서 눈좀 붙이려고 했는데 잠도 안오더군요.

날이 밝아오자 어머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첫차로 보냈으니 공항으로 찾으러 가라고... 리무진 번호와 도착시간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런데 하마터면 그 리무진도 놓칠뻔 했답니다. ㅡ.ㅡ;;

그렇게 아슬아슬 가는 차 붙잡아서 열쇠 받아서
신혼집 정리도 잘 마무리하고 결혼식까지 무사히 치뤘습니다.

그 후로도 남편의 이 몹쓸 버릇은 사라지질 않아서
잊을만 하면 툭 튀어나와 사람을 무척 당황시켰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완전히 잃어 버리진 않고 어딘가에서 찾긴 찾는다는거네요. ㅋㅋ

사실 저도 건망증이 있습니다.
근데 이것이 결혼을 하고 애 낳고 살다보니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이젠 둘이서 합작으로 그러니 사라진 물건 찾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군요.
둘중 하나는 괜찮아야 하는데...
 
Posted by 연한수박


저는 남편과 꼬박 1년을 연애하고 결혼을 했습니다.

제대로된 사랑이란 걸 해본적도 없었고
결혼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정적이었던 제가
남편을 만나 1년만에 결혼까지 한 것은
주윗사람들에게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무척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둘째 딸은 알아서 연애도 하고 결혼 얘기도 오가는데
큰 딸은 동생먼저 보내라며 선도 안보려고 하니 엄마 속은 타들어갔지요.

그런데 친구가 절 만날 때마다 사촌오빠 얘기를 하는겁니다.
성격은 어떻고 외모는 어떻고 집안은 어떻고...
그러면서 한번 만나보라고 평생 혼자 살거냐고 했습니다.

결국 저는 소개팅에 나갔습니다.
여동생 원피스 빌려 입고 안하던 화장까지 하고...
그렇게 남편을 만났고 결혼을 전제로 사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제가 결혼하겠다고 하면 두손 들고 기뻐해주실 줄 알았던 엄마가 반대를 했습니다.

엄마가 반대하시는 이유는 남편 때문이 아니라 저 때문이었습니다.
워낙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에 미련 곰탱이에 남자도 모르는 자식이라
엄마가 골라주는 남자와 결혼을 해야 맘이 놓일 것 같았던 거죠.

거기에 남편이 전라도 사람이라는 것과 직장이 서울이라는 점이
엄마를 설득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전라도 남자와 경상도 여자가 결혼하면 힘들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고
서울로 시집 가버리면 자주 못볼텐데 부산 사는 사람이랑 하면 안되겠냐고요.
엄만 제가 남편을 좋아하는 마음이 일시적 감정일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랑 다투기도 많이 다투고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도 아빠가 제 입장에서 많이 배려를 해주셔서 엄마를 설득하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상견례도 하고 날짜도 잡고 엄마랑 혼수도 보러다니고
그렇게 별 무리없이 결혼 준비를 해나갔습니다.

그런데 청첩장 인삿말이 문제가 될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저희 시댁은 시어머니가 아주 신앙이 깊으신 기독교 집안입니다.
그래서 결혼식 주례도 목사님이 해주셨습니다.
당연히 청첩장 인삿말도 하나님께 감사하는 글귀로 적길 바라셨고 그렇게 정했습니다.

저희 친정은 제사는 지내지만 특별한 종교를 믿는 건 아닙니다.
당시에 저는 교회에 나가긴 했지만 믿음이 깊지 않았고
친가와 외가쪽이 같은 종교가 아니었기에 별 문제가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청첩장 초안이 나오고 친정 부모님께 보여드렸더니 탐탁치 않아하셨습니다.
친지분들중에 절에 다니시는 분들도 있고 주위에 교회에 안다니는 사람이 더 많은데
괜히 그런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줄 것 같다구요.

이일로 또 엄마랑 실랑이를 벌여야 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시어머니를 설득하기는 더 힘들 것 같았거든요.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단번에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 별일 아니구만 또 혼자 고민하고 있었어? 인삿말을 다르게 쓰면 되잖아? "
" 그게 가능할까? 똑 같이 써야하는 거 아니야? "
" 불가능한게 어딨어?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업체에 한번 물어봐. "
" 만약에 안된다고 하면? "
" 그건 그때 다시 생각하면되지~ 아마 될거야. "




그렇게 만들어진 저희들 청첩장입니다.
시부모님도 친정 부모님도 만족스러워 하셨답니다.

결혼할 때, 결혼 하고 나서도 종교 때문에 갈등을 겪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저희는 그런 심한 갈등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남편의 지혜로 더 큰 갈등으로 번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결혼은 당사자들만 좋아서 되는게 아님을
그때 결혼 준비하면서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양쪽 집안이 잘 지내는 데는 저희들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것두요.

지금 저희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살면서 어렵고 힘든 일들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남편과 저는 다짐을 했습니다.
다른 효도는 못해도 이거 하나만은 꼭 지키자고...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자구요.

Posted by 연한수박

어린 시절 저희 집엔 쥐가 참 많았습니다. 밤에 자다가도 지붕에서 쥐들이 뛰어다니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수저통에서 시커먼 쥐똥을 보아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답니다. 한번은 장롱 밑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쥐때문에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 적도 있었습니다.

저희 엄마도 참다참다 쥐덫을 놓기에 이르렀는데요 끈끈한 쥐덫 한 가운데 먹을 걸 놓고 구석구석 놓아두었더니 다음날 한마리가 잡혔습니다. 도망치려고 발버둥 치다가 오히려 끈끈이에 돌돌 말려서 옴짤 달싹 못하던 쥐... 저는 그런 쥐를 보면서 싫고 징그럽다는 생각만했지 한번도 불쌍하다고 여겼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친정 부모님도 아파트에 사시지만 어릴땐 주로 스레트 집에서 살았는데요 이 스레트 집이 쥐가 살기 좋은 구조인지 이사를 가도 쥐때문에 시달린 적이 여러번이었네요.

그러던 어느날... 저를 경악시킬 만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들어간지 얼마 안되었을 즈음...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쥐똥 때문에 엄마는 또 쥐덫을 사다 놓았더랬습니다. 그러다 한마리가 잡혔는데 당시 제 손가락 길이만한 새끼 쥐가 잡힌겁니다. 끈끈이에 달라붙어서 꼼짝 못하고 덜덜 떨고 있던 쥐를 보고 전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리자 했지요.

그런데 저희 여동생... 새끼 쥐가 너무 불쌍하다며 맨손으로 쥐를 덥썩 잡았습니다. 저는 그러지 말라고 옆에서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여동생은 대야에 물을 받아서 새끼 쥐의 털에 묻은 끈끈이를 조심스레 떼어내고 깨끗하게 목욕까지 시켜서 집 밖으로 내보내 주었습니다. 엄마는 못잡아서 안달인데 동생은 불쌍하다고 놓아주고... ㅋㅋ

길 잃은 강아지가 저를 따라온다고 데려와서 키울 정도로 동물을 좋아하는, 정많은 여동생이었지만 쥐에게까지 그런 모성애를 발휘하다니...

여동생이 데려와 키우던 강아지가 무서워서 맨날 도망만 다녔던 저였기에... 그래서 동물 키우는 걸 너무나 싫어하는 저이기에... 그런 동생의 모습이 더욱 놀라운 충격이었습니다.

아직도 전 이렇게 생생한데 정작 여동생은 그 일을 기억이나 할런지... 그런 여동생을 보면서 기막혀 하면서도 마음 한켠에선 동생의 그런 이쁜 마음을 부러워 했던 것도 전혀 모를테지요.

하지만 전 여전히 동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키우는 건 물론이고요~ 저랑은 다른 점이 많은 남편도 그거 하나는 같은 마음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ㅋㅋ 

그런데 나중에 도담이가 동물을 좋아한다면... 그래서 키우고 싶다고 때를 쓰면 어쩌지요? 남편은 당연히 절대 못키운다고 하고... 사실은 저도 별로 키우고 싶지 않은데 말입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요리 잘 하는 남편...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가끔은 남편이 요리를 잘해서 절 위한 요리를 만들어 준다면 너무 감동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요리를 못해도 서툰 칼질에 땀 뻘뻘 흘려가며 만들어주는 음식도 감동적이 겠지마는 이왕이면 다홍치마~ 요리사 뺨치는 솜씨가 있다면 더 좋겠지요^^?

하지만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저희 남편... 저도 요리를 못하니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남편이 요리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스칩니다.

" 난 요리는 절대 안해! 설거지, 청소, 빨래... 그런건 도와줄 수 있어. 근데 요리는 안돼! "
결혼전 남편이 저에게 못박은 말입니다. 

맘에 드는 여자 놓치기 싫어서, 결혼을 하기 위해 온갖 사탕발림에 거짓말 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솔직히 속으론 서운하고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못하지만 노력할게~'라든지 그냥 '난 요리는 못해~'라고 해도 충분했을 텐데 말이지요.

그런데 저의 그런 서운함을 줄행랑 치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원룸 계약기간이 다되서 신혼집을 예정보다 일찍 구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식 전까지 남편은 저희들 신혼집에서 자취를 했었지요. 

결혼식을 앞두고 저도 이것저것 정리를 해야해서 신혼집을 두어번 다녀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마다 깔끔하게 잘 정돈된 집을 보고 ( 물론 제가 온다고 남편이 청소를 해서 그랬겠지만 ㅋㅋ ) 남편을 다시 보게 되었답니다. 늘 자긴 게으르니 어쩌니 집에 항상 오솔길이 있네 하며 노래를 부르기에 어느정도 지저분 할거라 예상 했었거든요^^;;

집에 장이랑 침대도 들여 놓고 그릇도 싹 정리 해놓으니 신혼집 분위기가 물씬~~ 둘이 함께 짐 정리를 하면서 미리 신혼 재미를 느끼고 있을 때였습니다. 밥을 해먹으려고 밥솥을 열었는데... 남아 있는 밥 색깔이 이상했습니다. 거무튀튀 한 것이 탄밥으로 숭늉 만들어 논 것 같더군요.

" 오빠~ 이게 뭐야? 밥 색깔이 이상해~ "
" 어? 밥이 남아 있어? "
" 뭐야~ 자기가 해놓곤... 욱!! 냄새도 이상해! " 

고약하다고 표현을 해야하나요? 암튼 정말 역겨운 냄새가 났습니다. 저희 남편 그걸 보자마자 바로 증거 인멸...후다닥 변기에 버려 버렸습니다. 자기도 민망한지 멋쩍게 웃으면서 상황 설명을 해줍니다.

" 몇주 전에 사촌 동생 왔었다고 했잖아~ 그 때 밥 해먹은 건데 잊고 있었네. "

몇주 전이라니... 거의 한달은 된 것 같은데... 그럼 한달 동안 밥도 안해먹은거야?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평소 통화를 할 때 시켜 먹었다는 말을 자주 하긴 했어도 이정도인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밥 해먹으란 말에 건성으로 알았다 대답만 했던 거죠. 아무리 요리가 싫고 밥하는 게 귀찮아도 이건 아니잖아요?

세제로 몇번을 닦고 또 닦고 물에 반나절을 담궈 놓아도 가시지 않는 냄새~~ 그런데 저를 더 어이없게 만든 건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두어번 그런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밥솥을 씻어서 말려 놓고 냄새가 가실 때 까지 또 거의 한 달은 밥을 안해먹었다나요? 

" 밥솥에 밥을 한달간 묵히면 이렇게 되는구나... 오늘 오빠 때매 새로운 걸 알았어~ "
" 엄마한텐 말하지마! "
" 왜? 난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ㅋㅋ "
" 안돼!! 엄마 걱정하시니깐 말하지마~ "

그날 이후 전 요리는 절대 안한다던 남편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답니다. ㅎㅎ 

추신 ) 그렇다고 저희 남편에 대한 지나친 오해는 말아주세요~^^


부페에 밥 먹으러 가면 제가 좋아하는 케익이랑 과일을 요렇게 이뿌게 담아다 주는 센스 있는 남편이랍니다~ 고깃 집 가면 고기 굽고 자르고 하는 것도 남편이 다 해줍니다 ㅎㅎ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려고 하고, 가끔은 라면도 끓여주고 볶음 밥도 해주는 자상한 남편... " 난 요리는 절대 안해! " 라는 말이 가슴깊이 박혀 있어서 그런가요? 가끔 보여주는 남편의 이런 행동들이 저에겐 너무 감사한 일이네요 ㅋㅋ

남편!! 설마... 이런 걸 노리고 미리 그런 말을 했던 건 아니겠지? ^^;;

Posted by 연한수박

어릴 때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 사다가 키워 본 경험 있으신가요?

저도 두세번 키워 봤는데 모두 실패하고 말았답니다.

친구랑 산에다가 묻어주었던 기억도 나네요~

 

저희 집에서 병아리를 젤 처음 키웠던 건 제가 더 어릴 때였습니다.

 

어느날 시장에 갔던 엄마가 병아리를 한마리 가져오셨습니다.

어린 맘에도 엄마가 이런걸 사올 사람이 아닌데 싶어 참 의아했었어요.

" 엄마! 병아리 샀어? " (아마도 그렇게 물었던 것 같습니다)

" 아니~ 병아리가 엄말 따라왔어^^ "

 

엄마가 시장을 보고 집에 오는 길에 이상해서 뒤돌아 봤더니 병아리 한마리가 막 뛰어 오더랍니다.

시장에 사람은 좀 많은가요?

밟힐 듯 밟힐 듯 사람들 다리 사이로 뛰어 다니는데 저러다 죽지 싶었데요.

신경이 쓰여서 또 돌아보니 계속 쫓아 오더랍니다.

 

누구하나 병아리에 눈길 주는 사람은 없지...

쫓아오는 병아리가 신기하기도 하고 안쓰러워서 데리고 왔답니다.

 

엄만 분홍색 바구니에 신문지를 깔고 병아리를 넣고는 지붕쪽에 걸어 두었습니다.

아마 병아리를 그렇게 키운 집은 우리집 밖에 없을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밖에 걸어 두었는데도 건강하게 잘 지냈답니다.

 

한번씩 집뒤에 놓아 주면 신나게 뛰어 놀기 까지 했는데요

요것이 다른 사람이 옆에 있어도 엄마만 졸졸 따라 다니는 거에요~

어떻게 엄말 알아보고 그러는 건지 정말 신기했습니다.

 

이대로면 닭이 되는 것도 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왠걸요~

몇일이 지나지 않아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도 집 뒤에 풀어 주고는 노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는데요

또 동네 아주머니랑 얘기 하고 있는 엄마 발 밑에서만 왔다갔다 하더군요.

엄마도 신경이 쓰였던지 이리저리 피하다가 발을 헛딛는 바람에 그만.......ㅠ.ㅠ

 

그렇게 허망하게 갈 걸 왜 그 위험을 무릅쓰고 엄말 쫓아 왔을까요?

병아리도 사람을 알아보는 건지...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합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어느덧 12월... 올해의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네요.
2009년은 제 생애 가장 큰 사건...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해였습니다.
 
결혼을 하면서 10년 가까이 일한 직장을 그만두고 부산에서 서울로...
부모님 품을 떠나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결혼한지 7개월이 넘어가는데도 언제 시간이 그렇게 지났나 싶습니다.
 
겨울이 시작 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결혼전 남편과 해돋이를 보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부지런한 분들은 벌써부터 해돋이를 보러 가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네요~
 
저희는 작년 연말에 서로 바빠서 크리스마스도 각자 쓸쓸히 보냈습니다.
대신 2009년의 시작은 함께 하자고 차를 랜트해서 무박 2일로 해돋이를 보러 갔었답니다.
 
저희가 찾아 간 곳은 호미곶...
가는 길에 부산에 있는 고신대학교에 들러서 늦었지만 크리스마스 기분도 한껏 즐겼습니다.
 

 
학교 구석구석 너무 예쁘게 꾸며 놓았어요~
축제 기간이 길어서 다행이지 못봤으면 후회할 뻔 했습니다^^;
 

 
2009년을 밝히는 태양이 힘차게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다시 보아도 가슴이 벅차오는 것 같습니다.
 
여기 호미곶은 손 조각상으로 유명한데요
서로 좋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자리 다툼이 치열했었습니다.
저희는 그나마 자리를 잘 잡았었네요^^
 
이번엔 아무래도 해돋이를 보러 가기가 힘들 듯 싶습니다.
2010년이 되려면 아직 좀 더 있어야 하지만...
이렇게 사진으로라도 그때를 추억하며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