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 사다가 키워 본 경험 있으신가요?

저도 두세번 키워 봤는데 모두 실패하고 말았답니다.

친구랑 산에다가 묻어주었던 기억도 나네요~

 

저희 집에서 병아리를 젤 처음 키웠던 건 제가 더 어릴 때였습니다.

 

어느날 시장에 갔던 엄마가 병아리를 한마리 가져오셨습니다.

어린 맘에도 엄마가 이런걸 사올 사람이 아닌데 싶어 참 의아했었어요.

" 엄마! 병아리 샀어? " (아마도 그렇게 물었던 것 같습니다)

" 아니~ 병아리가 엄말 따라왔어^^ "

 

엄마가 시장을 보고 집에 오는 길에 이상해서 뒤돌아 봤더니 병아리 한마리가 막 뛰어 오더랍니다.

시장에 사람은 좀 많은가요?

밟힐 듯 밟힐 듯 사람들 다리 사이로 뛰어 다니는데 저러다 죽지 싶었데요.

신경이 쓰여서 또 돌아보니 계속 쫓아 오더랍니다.

 

누구하나 병아리에 눈길 주는 사람은 없지...

쫓아오는 병아리가 신기하기도 하고 안쓰러워서 데리고 왔답니다.

 

엄만 분홍색 바구니에 신문지를 깔고 병아리를 넣고는 지붕쪽에 걸어 두었습니다.

아마 병아리를 그렇게 키운 집은 우리집 밖에 없을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밖에 걸어 두었는데도 건강하게 잘 지냈답니다.

 

한번씩 집뒤에 놓아 주면 신나게 뛰어 놀기 까지 했는데요

요것이 다른 사람이 옆에 있어도 엄마만 졸졸 따라 다니는 거에요~

어떻게 엄말 알아보고 그러는 건지 정말 신기했습니다.

 

이대로면 닭이 되는 것도 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왠걸요~

몇일이 지나지 않아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도 집 뒤에 풀어 주고는 노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는데요

또 동네 아주머니랑 얘기 하고 있는 엄마 발 밑에서만 왔다갔다 하더군요.

엄마도 신경이 쓰였던지 이리저리 피하다가 발을 헛딛는 바람에 그만.......ㅠ.ㅠ

 

그렇게 허망하게 갈 걸 왜 그 위험을 무릅쓰고 엄말 쫓아 왔을까요?

병아리도 사람을 알아보는 건지...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합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