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을 하고 뒤숭숭한 마음으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또 만나기로 하긴 했지만 이 만남을 계속 이어가도 좋을지 판단이 서질 않았어요.

 

' 그냥 만나 보는거야~ 뭐 어때? '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나중에 헤어질 때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만나 보기도 전에 헤어질 때를 걱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인 건 알지만 결혼 생각이 없던 저로선 그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일요일... 약속 장소에 나가면서도 마음이 많이 복잡했습니다. 오늘 만남으로 앞으로 어떻게 할 지 결정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우선은 솔직한 내 심정을 얘기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면 상대방도 어떤 쪽으로든 대답을 할테니까요.

 

두번째 만남...... 역시나 어색했습니다. 만나자마자 수줍게 장미꽃을 한다발 건네 주시는데 너무 뜻밖이고 당황스러워서 고맙단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덕분에 분위기는 더 어색해 졌답니다. 졸업식 때 말고는 꽃다발을 들고 다닌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가뜩이나 사람 많은 서면 거리를 꽃다발을 안고 걸어 다니려니 어찌나 부끄럽던지요. 그런 제 모습에 그분도 적잖이 당황을 하셨다더군요.

 

차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그러다보니 금새 저녁이 되었습니다. 저녁 식사는 스파게티...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어요. 그러면서 조심스레 말을 꺼냈습니다.

 

일전에 잠시 사귄 사람 얘기부터... 어떻게 헤어졌는지...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솔직히 누굴 만날 자신이 없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이쯤 되면 기분이 나쁠 만도 한데요... 전 그분도 마음을 접을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들은 대답은 좀더 만나 보자는 거였어요. 마음 아프게 안할테니 한번 믿어보라고요.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도 우리는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다시 만날 약속을 했답니다.^^

 

꽃을 가지고 집에 들어서니 부모님은 깜짝 놀라시고 동생들도 신기하게 바라보는데 왠지 쑥쓰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계속 만나 볼 생각이라니까 다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하더군요.

 

이렇게 우리는 처음 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고비라고 하기엔 너무 시시한가요? 하지만 그당시 전 아주아주 심각했었답니다. 오빠도 그때 제 얘길 들으면서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내가 싫어서 그러나,,,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만약에 그때 오빠가 절 잡아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도 없었을거에요~^^;;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