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이 되던 날...전 이미 삼십대가 되어 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해서 집,,,회사,,,집,,,회사,,,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9년 이라는 시간이 허무하고 후회스럽더군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저는 다시 무미건조한 제 삶 속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나이 꽉찬 딸이 선을 보래도 싫대고 결혼은 생각도 안하고 있으니 엄만 오죽이나 답답했겠어요? 선 자리 있다는 말만 들어오면 그냥 한번 만나만 보라고 성화였습니다. 물론 전 끝까지 싫다고 했지요. 두살 아래인 여동생은 벌써부터 결혼 얘기가 오가는데 말이죠.

 

그렇다고 제가 독신주의는 아니었습니다. 소개팅도 해봤고 한번이지만 선을 본적도 있고 잠깐이지만 사귄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자신감은 없어지고 결혼에 대한 두려움만 커졌습니다.

 

그런데 언제 부턴가 친구가 절 만날 때마다 사촌 오빠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직업이 어떻고 성격이 어떻고... 장점이며 단점까지...그러더니 한번 만나보라 했습니다. 그 친구 어머니께서도 꼭 소개시켜 주고 싶다고 하셨다네요.

 

몇번을 거절하다 결국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 얘길 듣고 엄마도 은근 기대하는 눈치였어요.

 

드디어 소개팅 날~ 동생 원피스에 구두까지 빌려 신고 안하던 화장까지 하고 출근을 했습니다. 평소와는 너무 다른 제 모습에 회사 사람들도 놀라워 했답니다. 친구와 언니들에게만 소개팅 한다고 살짝 얘기를 했는데 잘 생각했다며 잘하고 오라고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동래의 어느 돈까스 집...친구 어머니께서도 함께 나오시는 바람에 더 긴장이 되었습니다. 친구와 먼저 가시면서도 얘기 잘 나누라며 제 손을 꼭 잡아주셨어요.

 

저녁 식사가 나오고 먹는 동안은 거의 대화가 없었습니다. 그 어색함이란......그분도 긴장을 많이 하셨는지 식사를 제대로 못하시더군요. 그 앞에서 전 꾸역꾸역 다 먹었답니다. 암튼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서울서 오신 분이라 부산 지리를 모르셔서 제가 안내를 해야 했는데요 저도 길치인데다 그 지역은 잘 몰라서 참 난감했습니다. 길을 모르면 아무데나 들어갈 일이지... 구지 친구가 알려준 커피숖을 찾겠다고 그 주위를 한참 헤멨던 생각이 나네요.^^

 

커피숖에선 얘기를 꽤 많이 나누었습니다. 어색함을 없애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참 많이도 하셨어요. 저는 거의 듣는 쪽이었지만 (정말 열심히 들었습니다^^) 기분 나빠 하지 않고 편하게 해주시더군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서 이렇게 편한 느낌을 받을수 있다니... 낯을 많이 가리는 저에겐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니기도 했고 그분이 길을 모르시니 전 혼자 버스를 타고 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버스 정류장 까지만 같이 가자고 그랬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안신던 구두를 신고 다녔더니 발도 아파왔구요~

 

그때 갑자기 저보고 기다리라며 급하게 어딜 다녀 오시더니 택시로 집까지 바래다 주시더군요. 어찌나 고맙던지... 그리곤 다음 주말에 또 올테니 만나자고 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그 먼 거리를 또 오겠다고요...(나중에 들었는데 잠시 어딜 다녀온게 택시비가 모자랄 것 같아 찾으러 간거였대요ㅋ)

 

소개팅 후...다시 만나기로 했다니까 주위에선 잘됐다고 하면서도 신기해 했습니다. 

 

그땐 이 만남이 결혼까지 이어질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