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였던 것 같다.

도담이와 시댁에 가려고 버스를 타는데

" 구만리 가요? "

하고 도담이가 큰 소리로 기사님께 물었더랬다.

대답 없이 눈을 크게 뜨고 도담이를 바라보시던 기사님...

' 대답 좀 해주시지... '

속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며 마침 기사님 뒷자리가 비어있어서 도담이와 함께 앉았다.

그런데 기사님이 정차할 때마다 우리쪽을 계속 힐끔거리시는 것 같았다.

' 아까 대답 안해주신게 맘에 걸리시나? '

난 또 혼자 멋대로 생각하고 있는데

" 너 이거 가질래? "

하시며 무언가를 도담이에게 건네셨다.

얼떨결에 도담이가 받아든 것은 새우??

기사님이 빨대로 직접 만드셨단다.

당신 아들도 만들어 주신다고...

도담이를 보니 아들 생각이 나신 모양이었다.

빨대 공예품은 처음 보는 거라 도담이도 나도 신기해하며 한참 들여다 보았다.

그러고 있는 동안 과자도 먹으라며 또 건네셨다.

" 감사합니다.. "

나는 괜스레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까 혼자 멋대로 생각한 것이 맘에 걸려서...

 

어쩌면 어린 마음에

대답 없는 기사 아저씨가 무섭게 느껴졌을지도 모르는데

그 기사님 덕분에 버스 타는 걸 더 좋아하게 된 듯^^

 

도담이도 그 기사님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때 주신 새우도 아주 잘 간직하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기사님의 작은 선물이

우리 마음 한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