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주말이 끼었음에도 참 짧았습니다.
공휴일이 겹치지 않고 주말이 명절 연휴 뒤에 붙으면 얼마나 좋을까... 늘 아쉽기만 하네요.

" 이번 추석은 연휴가 짧아서 부산까진 못갈 것 같은데... "
남편이 한달쯤 전에 미리 이야기를 했습니다.
" 하루 정도 휴가 못내? 멀어서 자주 가지도 못하는데 명절날이라도 봐야지. "
" 요즘 일 바쁜 거 알잖아... 휴가는 힘들어. "
" 그래두... 엄마, 아빠 서운해 하실텐데... "

제가 서운한 빛을 보이자 남편은 미안하다고 다녀오자고 했습니다.
남편 속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맘에 걸렸던 저는
달력을 뒤적이다가 10월 3일이 월요일인 걸 발견했습니다.

친정 부모님이 많이 서운해 하실테지만
남편과 상의 끝에 친정은 10월 초에 가는 걸로 결정을 했습니다.

추석 전날 친정 엄마께 전활 드렸더니 마침 남동생이 외박을 나왔다고 했습니다.
음식 하는 거 도우려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나왔다고 하더군요.
두분이서 적적하실까 걱정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여동생은 부산에서 일을 하니 멀리 살아도 수시로 친정엘 다녀가고
이번 추석에도 시댁 가기전에 친정에서 자고 갔다더군요.
잘되었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저만 자식 노릇 못하는 것 같아 많이 죄송했습니다.

" 그러게 왜 멀리 시집을 가가지고... 미워~ "
엄마도 이해는 해주시면서도 많이 섭섭해 하셨습니다.

" 친정엔 언제가? "
함께 음식 장만을 하던 작은 어머니가 물었습니다.
" 이번에 연휴가 짧아서 10월 초에 가려구요. "
" 그땐 그때고 명절날 친정엘 가야지~ 이렇게 안가버릇 하면 계속 못가. "

작은 어머닌 저 생각해서 하신 말씀이었지만
아까 엄마가 한 말이 생각나서 저는 마음이 더욱 무거워 졌습니다.

그래도 명절은 즐겁게~~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식사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도담이가 아직 말도 못하고 애교도 부릴 줄 모르는데다 낯까지 가려서 난감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도담이 덕분에 어른들이 무척 즐거워 하셨답니다.
도담이가 사랑을 많이 받았죠~^^

추석날 저녁엔 이모님댁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도담이가 너무 심하게 보채서 저와 남편이 먼저 집으로 돌아 왔는데요
남편이 친정 부모님께 전화를 넣어 달라고 했습니다.
직접 하기엔 쑥쓰러웠던가 봅니다.

그렇게 남편이 못 찾아 뵈서 죄송하다고 명절은 잘 보내셨냐며
친정 부모님과 통화를 하는 걸 보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통화를 끝낸 남편은 저에게도 한마디 건넸습니다.
" 맏며느리 노릇 하느라 힘들지? 고맙고 미안해~ "
내가 뭐 한 게 있냐며 괜찮다고 대답을 하면서도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서운했던 마음이 확 풀어지는 기분이었답니다.

솔직히 좋은 시부모님 만나 시집살이도 모르고 사는 저이지만
그래도 명절을 지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는데요
명절날 고생하는 마누라 걱정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남편이 있어서
피곤함과 서운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데리고 산책가는 길...

놀이터 부근에 다다르니 아이들이 잠자리채를 들고 곤충채집을 하고 있습니다.

" 야~ 여기 매미 죽었어~ "
한 여자 아이가 죽은 매미를 발견하고는 친구들을 부릅니다.

" 어디? 어디? " 
하며 뒤쫓아간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듯 매미를 바라봅니다.

" 우리 여기에 매미 묻어주자! "
" 그래~ 그럼 매미도 하늘나라에서 고마워할거야~ "
그리고는 열심히 땅을 파서 매미에게 무덤을 만들어 줍니다.
매미 무덤에 빨대를 꽂아서 묘비까지 만들어주는 센스 있는 아이들^^

순진무구한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어렴풋 어릴적 친구랑 병아리 무덤을 만들어 줬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남편에게도 그 이야길 해주었더니 아이들이 몇살쯤 되느냐고 묻습니다.
초등학생 같아 보였다니까 아직도 그렇게 순수한 아이들이 있냐고 하더군요 ㅡ.ㅡ;;

언젠가 초등학생이 담배를 피우고 야동까지 본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설마설마 하면서 갈수록 무서워지는 세상에 한숨이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일찍 세상에 눈뜨고 어른스러워 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구요.
그것이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란 생각에 부끄러워졌습니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아직은 맑고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아이들이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이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을 우리 어른들이 잘 지켜주어야 할텐데요
오히려 아이들만의 공간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저희 시할아버님은 몇년 째 병원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치매에 걸리신 시할아버님을 시부모님이 모시고 사셨는데
농사일로 바쁘신 두분이 돌보시긴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몰래 집을 나가셔서 길을 잃으시기도 수차례...
증상이 점점 심해지니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입원을 시키셨답니다.

제가 결혼할 당시에도 할아버님은 병원에 계셨습니다.
장남인 남편을 유난히도 이뻐하셨던 할아버님은 지금도 늘 남편만 찾으신답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남편 모습을 기억하시는 탓일까요?
막상 찾아뵈어도 못알아 보실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러니 남편도 어색해서 할아버님께 말 붙이기를 어려워 하더군요.
저라도 좀 살갑게 해드리면 좋을텐데... 옆에서 멀뚱히 서있기만 합니다. ㅡ.ㅜ

할아버님 생신날...
고모 할머님 두 분을 모시고 병문안을 갔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병실 밖에 나와 계셨습니다.
" 어머~ 오늘 반가운 손님이 올 줄 알고 계셨나봐요. "
평소엔 병실에서 잘 안나오시는 분인데 그날은 계속 병실 밖을 서성이셨답니다.

고모 할머님은 오랜만에 만난 오빠를 보며 몰래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 아유~ 손발이 왜이렇게 차. " 하시며 연신 만져 주시고
집에서 챙겨오신 복숭아랑 옥수수를 드시는 할아버님을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하셨습니다.

저희는 옆에서 또 멀뚱멀뚱...

병실에는 치매에 걸리신 분들 뿐 아니라 몸이 불편하신 어른신들과
어린 아이도 한명 있었습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아서 누워 있는 아이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에 뭉클해졌습니다.

그리고 제 품에서 곤히 잠 든 도담일 보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모두 스스로를 돌보시기 힘든 분들이라 간호사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쉴 새없이 왔다갔다... 무척 분주하게 움직이시더군요.
그리고 저희들 앞을 지나실 때마다 할아버님께 말을 건네셨습니다.
가족들이 와 있어서 좀 더 신경을 쓰는 듯 보였습니다.

그때 다른 병실에서 아주 밝은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나 안보고 싶었어? 난 보고 싶었는데... "
언뜻 소리를 듣고는 누군가 가족이 병문안을 왔나보다 했습니다.

슬쩍 그쪽을 바라보니 넉살 좋게 보이는 아주머니가
할머니에게 안기며 애교(?)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복장을 보니... 간호사 였습니다.

그 분이 복도를 지나다 할아버님을 보고는 손을 덥썩 잡으시며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아마도 한동안 일이있어서 못나오다가 오랜만에 오신듯 했습니다.

" 아이~~ 손에 뭘 이렇게 묻혔어? 여기 ○○할아버지 응가 만졌는데? "
하시더니 위생장갑을 끼시고 물티슈를 가져와 손톱 밑까지 깨끗하게 닦아주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데 순간 저는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사실 저도 할아버님 손에 뭔가 묻은 걸 보긴 했습니다.
근데 선뜻 닦아드리겠다는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ㅠ.ㅠ

저흰 가족임에도 그저 병문안차 잠시 다녀갈 뿐
그 잠시동안도 할아버님께 살갑게 못해드렸는데
아무리 직업이라지만 진심으로 환자를 위하는 맘이 없다면
그렇게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감사했습니다.

고모 할머님 두분도 간호사들이 좋아 보여서 한시름 놓으시는 듯 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이렇게 할아버님 병문안을 다녀올 때면 마음이 많이 착잡합니다.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잘 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고
부모님 생각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당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친정 부모님...
이렇게 사진으로만 보면 세상에 금술 좋은 부부 하나도 안부러울 것 같은데
그동안 참 많이도 다투셨답니다.

매일 얼굴 맞대고 살 때는 잘 몰랐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가끔씩 뵐 때마다 두분 얼굴에서 세월이 지나는 흔적이 보입니다.

우리에게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부모님...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사진 속 모습처럼 늘 행복하시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친정 엄마가 부탁이 있다며 전화를 하셨습니다.
전화상으로 보험 가입을 했는데 취소 좀 시켜달라구요.

엄마가 거래하고 있는 은행에서 폰으로 전화를 해서는
한달에 10만원에서 15만원 넣는 연금 상품을 소개했던 모양입니다.
월 복리로 만기에 엄청난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혹한 우리 엄마...
거래하던 은행이니 별다른 생각없이 덜컥 가입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전화상으로만 가입을 한거라 영 찜찜했던가 봅니다.
통장에서 돈은 빠져 나갔는데 증권도 영수증도 못받았다네요.
(나중에 취소하고 나서 우편으로 받으셨데요~)

거기다 요즘 다니시는 공장도 잘 안되서 한달에도 몇일씩 쉬는 일이 많은데
사정이 그렇다 보니 그나마 받는 쥐꼬리같은 월급도 들쭉날쭉이라
고정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걸 부담스러워 하셨습니다.

엄마가 ARS 상담 전화를 많이 어려워 하시니
본인이 아니면 취소가 안될 걸 알면서도 일단 제가 통화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엄마가 알려주신 번호로 전화를 하니 비씨카드 보험 상담소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일단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취소 여부를 물었더니 취소는 가능하다며
해당 연금 보험 회사로 본인이 직접 전화를 하라고 했습니다.

다시 보험회사로 전화를 해서 또 사정 이야기를 하고 취소 절차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쪽에서 직접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 확인을 하고 취소를 해주겠다더군요.

엄마가 다시 전화를 한다거나 직접 찾아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다행이었죠.
그날 저녁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보험회사랑 통화 했다고 그쪽에서 연락이 갈거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고맙다고 수고 했다고 했습니다.

그때 그냥 끊었으면 좋았을 것을... 저는 엄마에게
요즘 사기전화가 얼마나 많은데 전화로 그런거 덜컥 가입하느냐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용돈도 제대로 못드려 괜히 미안한 마음에 더 언성을 높였던 것도 같습니다.
엄마는 이제 다시는 그런거 안한다고 다짐을 하셨구요.

그런데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이 저에게 한마디 합니다.

" 장모님도 모르고 그러신건데 왜 짜증을 내?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면 되지.
  나도 엄마랑 대화할 때 잘 못하는 부분이 많아서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조심하자. 부모님께 잘못하는 거 있으면 서로 이야기 해주고... "

사실 남편도 성격이 급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서
어머님과 대화를 하다보면 부딪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남편보고 뭐라고 했었는데 저도 다를게 없었네요.

가만 생각해 보니 결혼 전에도 엄마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답답한 마음에 제가 언성을 높였던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편하니까 엄마니까 다 받아 주시니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버릇없이 굴고 말았네요.

전화 통화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도 엄마는 딸래미 전화세 많이 나올까봐 얼른 끊으시는데...
남편 말마따나 앞으로는 엄마랑 통화할 때 좀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먹다말고 찍은 갈치찌개... 참 볼품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의 포인트는 가운데 살만 곱게 발라져 있는 갈치랍니다.

" 이거 나 먹으라고 놔둔거야? "
" 응. "
아침을 먹고 씻으러 가는 남편에게 알면서도 꼭 한번씩 물어봅니다.



남편이 알뜰살뜰 발라먹은 뼈들...
그 속엔 생선을 싫어하는 아내를 위한 남편의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생선의 비릿함이 싫고 발라먹는 것도 귀찮아서 잘 안먹어요.
그나마 구운건 먹는 편인데 그것도 속살만 파먹는 나쁜 버릇이 있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는 제가 음식을 하니 싫어도 만지게 되고 먹게도 되더군요.
이젠 어느정도 적응이 되서 예전 보다는 잘 먹는 편이지만 
아직도 생선찌개를 하면 생선은 남편이 먹고 저는 국물과 야채 위주로만 먹습니다.

마누라가 잘 좀 먹었으면 좋겠는데 먹는 폼이 영 시원찮아 보였는지
언제부턴가 남편은 생선을 먹으면 가운데 살 부분을 남겨 놓았습니다.
그러면 저는 안먹을 수가 없답니다.

둘만 먹을거라 일부러 생선도 조금만 넣었는데 꼭 저렇게 남겨놓으니
한편으론 미안하면서도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네요.

오랜만에 아침을 먹고 출근한 남편...

밤늦게 군것질을 많이 하는 편이라 아침이면 속이 안좋다고 잘 안먹고
늦잠 잔다고 거르기 일수여서
저도 버릇처럼 잘 안챙기게 되었는데요

10키로 가까이 뺐던 살이 도로 찌는 바람에
다시 다이어트 한다고 저녁을 안먹는다니
이제부턴 아침에 좀더 부지런을 떨어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지난달에 부산에 있는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주말에 다녀오기엔 먼 길이었지만
오랜만에 광안리에서 바닷 바람도 쐬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엇보다 엄마가 너무 좋아하셨답니다.

그런데 외박 나온다던 남동생은 갑자기 부대에 일이 터져서 못만나고
친구들 얼굴도 좀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연락도 못했습니다.

부산에 있는 제 친구들은 결혼 후에도 친정 가까이에 살아서
서로 왕래도 자주하고 출산 준비나 육아도 엄마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데
시집을 멀리 가니 이래저래 아쉬운 점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작년 5월에 결혼한 친구는 조금있음 아이를 낳습니다.
그 친구는 친정 부모님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요
너무 가까이 있어도 탈이라고 처음엔 신랑이 좀 불편해 했다더군요.
하지만 신랑이 워낙에 붙임성 있고 성격이 좋아서 별다른 문제 없이 잘 넘긴 것 같습니다.

엄마 편찮으실 때 자주 들여다 볼 수도 있고
출산 준비나 쇼핑도 엄마랑 함께 다니고...
친구랑 통화하면서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한편으론 부럽고 한편으론 친정 엄마 생각에 미안한 맘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얼마전에 전화를 해서는 이사를 가야할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신랑이 건축쪽 일을 하는데 이번에 승진을 해서 출장을 가게 될 것 같다구요.

출장 기간이 길기도 하고 곧 아이를 낳을 텐데 떨어져 있으면 얼마나 눈에 밟히겠냐며
저도 따라 가야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친정 엄마가 많이 서운해 하시겠다 했더니
안그래도 전화로 말씀을 드렸는데
처음엔 그냥 덤덤히 받아 들이시더 잠시후에 울면서 다시 전화를 하셨답니다.
너 멀리 가면 엄마는 어떻하냐시면서...

놀란 친구는 얼른 친정으로 달려 갔고
엄마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서 우시는 걸 처음 봤다고 했습니다.

" 엄마가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봤다. 어린 애처럼 우시더라. "
" 그래... 많이 서운하셨나보다. 너도 같이 울었나? "
" 아니~ 나는 웃음이 나오던데... "

아주 가는 것도 아니고 출장인데...
그리고 결혼한 남동생도 가까이 사는데 왜 그러시냐 했더니
모르겠다고... 딸래미가 멀리 간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셨답니다.
남편이 베트남으로 출장을 가도 아무렇지 않으셨다는데 말이지요.

너 가면 누가 엄마 옷 입는 거랑 화장하는 거 신경 써주냐...
나는 너 이렇게 잠깐 출장 가는 것도 서운한데
니 친구 엄마는 다들 멀리 시집보내고 어찌 사시냐... 하시며
제 얘기도 하시더랍니다.

순간 마음 한켠이 저릿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결혼할 당시 엄마가 멀리 가는 걸 무척 서운해 하셨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땐 여동생도 멀리 시집가는데 별말씀 없으시고
유독 저에게만 뭐라고 하셔서 오히려 저 서운한 것만 생각했었는데...

저는 친구처럼 엄마에게 살갑지도 외모에 신경을 써드리지도 못했습니다.

엄마랑 얘기 하다보면 티격태격 할 때가 참 많았고
엄마가 잘못 생각한다 싶으면 제가 가르치듯 얘기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가끔 하는 통화에서도 그랬네요.
그냥 맞장구 쳐주고 받아주고 그랬으면 더 좋았을 것을요.

어릴땐 늘상 함께 가던 목욕탕도
크고 나선 엄마가 같이 가고 싶어하는 걸 알면서도 잘 안갔습니다.
그때마다 얼마나 서운하셨을까요?

그래도 저는 엄마에게 맏딸이었나 봅니다.

함께 목욕 하면서 속내도 털어놓고...
아빠랑 다퉜을 때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하소연도 하고...
때론 친구처럼 수다도 떨고...

엄마에게 있어서 맏딸은
어쩌면 장남보다도 남편보다도 더 큰 존재가 아닐런지요?

Posted by 연한수박


얼마전에 칼스버그님(http://blog.daum.net/myfoods)께서
말복에 오리고기를 보내주는 이벤트를 하셨습니다.

오리고기로 지은 사행시를 댓글에 남기는 거였는데
할까말까 망설이다가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참여를 했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운이 없는 편이라 전혀 기대를 안했는데요
그래서 당첨 소식이 더더욱 기뻤습니다.
무엇보다 남편이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ㅋㅋ
역시 마눌뿐이라며 비행기도 태워줬네요 ^^;;

그런데 오리고기 배송이 말복날 맞춰서 온다고 해서 그게 문제였습니다.
말복날이면 저희는 시댁에 있을텐데
몇일 묵었다 올거라 경비실에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제가 댓글로 이런 상황이라고 여쭈었더니
칼스버그님이 그럼 시댁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습니다.(왜 전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암튼 그렇게 오리고기는 시댁으로 배달이 되었습니다.





배달된 오리고기입니다^^
오리로 만든 너비아니와 통오리 바베큐~~~
친절하게 위생장갑도 함께 보내주셨더군요.



크기는 요정도??
좀 작아 보이는 듯 했으나 막상 뜯으니 제법 양이 많았습니다.






어머님이 이쁘게 썰어서 먹을 만큼만 접시에 담아주시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랩을 살짝 씌워 전자랜지에 1분!!!



먹음직스런 오리고기로 말복날 아침 식탁이 더욱 푸짐해졌습니다.^^

어머님도 어떻게 이런거에 당첨이 되었냐며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답니다.
그런데 이런거 얼마나 한다고 사올 생각을 못했나 싶어서
한편으론 무척 죄송스러웠네요.

월요일엔 전날 야간 근무를 하고 오셔서 늦게 일어나신 도련님 점심을 차려드리는데
저희가 어머님 아버님과 먼저 식사를 한 후라 찌게도 거의 다먹고 없어서 난감했습니다.
얼른 먹고 가셔야하는데 시간도 없고...
마침 냉장고에 넣어둔 오리고기가 생각나서 한접시 데워 드렸네요^^

이웃님 덕분에 맛있는 오리고기도 먹고 칭찬고 듣고...
시댁에서의 휴가가 더욱 즐거웠습니다.

칼스버그님~~ 감사합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언젠가 이웃인 주근깨 토깽이님 블로그에서 글을 도용당했다는 포스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 글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이쪽으로...http://blog.daum.net/ho-ho99/269 )
당시 주근깨 토깽이님이 얼마나 놀라고 당황스러워 했는지 글을 읽으며 그대로 느낄 수가 있었는데요
설마... 나에게도 이런일이 생길까... 그렇게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저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다음 뷰에서 육아 관련글을 보던 중에
몇일 전 제가 올렸던 글 제목과 거의 비슷한 글을 발견했답니다.
제 글 제목에 앞부분만 덧붙여 놓았더라구요.

어떤 글일까? 설마... 아닐거야... 그러면서 조심스레 클릭을 했습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제가 올린 글에서 도담이 이름과 사진만 쏙 빼놓구
글은 조금 요약하긴 했지만 거의 그대로... 다른 사진과 함께 올렸더군요.

이렇게 글을 그대로 가져다 썼는데 출처는 밝혔겠지...
하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런 흔적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너무 황당하고 당황스러웠지만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몰라서 남편이 퇴근하기만 기다렸습니다.

남편도 얘기를 듣더니 화를 냅니다.
무슨 그런 사람이 다 있냐고 당장 신고하라구요.
그리고 그 글은 삭제 요청을 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왠지 전 신고까지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 블로그가 특정 주제만을 다루는 곳이고 좋은 의도로 만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운영자가 한순간의 실수로 이런 일을 저지르긴 했지만
글 삭제 요청을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습니다.

남편에게 그렇게 얘기했더니 그럼 일단은 그 사람 블로그에 댓글을 남겨서
뭐라고 답변이 오는지 봐서 다시 결정을 하자고 했습니다.

댓글을 남기러 다시 들어가 보니... 그 글에 방문자 수가 1500명이 넘었습니다.
제가 그 글을 썼을 땐 500명 정도였는데요
남편이 그걸 보더니 하는 말이 제목을 잘 지어서 그런거라며 저보고 이런 건 배우라고 합니다.
사진도 글에 어울리게 적절하게 잘 넣었더라구요.(ㅡ.ㅡ;;)

암튼 그분에게 양해를 먼저 구하고 글을 써야 하는 거 아니냐고
적어도 출처는 밝혔어야 하지 않느냐는 내용으로 댓글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답글이 달렸습니다.
먼저 그런 절차를 밟았어야 했는데 죄송하다고...
특정 주제로 글을 올리다 보니 소재가 너무 없어서 그랬다고요.
확인을 해보니 그 글 상단에 출처도 밝혀 주셨습니다.
남편도 그럼 됐다면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만약에 당시에 제가 그 글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아마도 평생 몰랐을지도 모릅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글임이도 이렇게 도용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어쩌면 또다른 누군가가 제 글을 몰래 가져다 썼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섬뜩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별거 아닌 것 처럼 보이는 글도
쓰는 사람은 몇시간씩 공을 드리기도 합니다.
저 역시 글 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걸 가져다 쓰는 건 순식간이더군요.

하지만 자신의 글이 어디서 어떻게 쓰여지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고...
서로서로 예의를 지키는 수밖엔 별다른 도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블로그 글 도둑맞은 기분...
아끼는 물건 도둑맞은 기분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몇일 전 제 블로그 방문자 수가 8만이 넘었습니다.
평소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경이로운 숫자입니다.
추천수도 천이 넘어가고 댓글도 백개가 넘는걸 보면서
남편과 저는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결혼하고 남편 권유로 시작했던 블로그가 벌써 3년째 접어들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자신 없어하는 저에게 블로그를 개설해 주면서 격려해주던 남편...
부담 가지지 말고 그냥 일기 쓰듯이 편안하게 하라고 했습니다. 그럼 된다고...

방문자가 늘고 댓글이 달리면서 조금씩 블로그 하는 재미를 알아갈 때 쯤엔
다음 뷰에서 베스트라는 영광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가끔은 육아에 지쳐 블로그를 소홀히 한적도 있었습니다.

블로그에  글 올리고 이웃님들 방문하는 게 때론 버겁고 힘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조금씩 늘고있지만
8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간 것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나한테도 이런일이 있구나... 기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방문자가 많은 만큼 많이 달린 댓글을 읽으면서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늘 그렇듯 제 일상과 생각을 글로 옮겼을 뿐인데...
글을 읽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 글에 공감하고 화이팅을 외쳐주는 분들이 있는 반면
제 글을 오해하고 기분 나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칭찬은 응원의 메시지가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질타는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어떤 분 댓글에서는 한대 얻어맞은 듯 멍해지기도 했고
또 다른 댓글에서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가 좋은 며느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머님 팔장 끼는 것도 너무 어색해하는 붙임성 없는 며느리이고
매달 찾아뵙지도 용돈을 잘 드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늘 죄송스럽습니다.

하지만 시부모님은 항상 감싸주시고 편히 대해주려고 하십니다.
제가 정말 시집은 잘왔지요?

그러니 제가 시댁에 가는 걸 싫어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남편이 일 있다고 혼자 다녀온데도 제가 먼저 따라나섭니다.

아무래도 결혼을 하고 보니 친정보다 시댁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건 사실입니다.
전화도 친정보다 시댁에 더 자주 하는 것 같습니다.

대신 남편이 친정에 잘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맏사위 자리도 맏며느리 못지 않게 부담스럽고 책임감이 큰 자리더라구요.

돈을 많이 벌어서 용돈도 좀 팍팍 드리고
해외여행은 아니더라도 부모님 모시고 가까운 곳에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지금 저희 형편이 그럴 수 없으니
그저 우리 세식구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보여드리는 게 당장은 최선이라 생각 합니다.

댓글을 읽으면서 남편과 시부모님 잘 만난 것도 정말 큰 복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희 가족이 잘 살고 있는 것이 저희가 잘해서가 아니라 부모님 은덕이라는 것두요.

추천 받으려고 글 쓴거 아니냐는 댓글도 있었는데요
물론 글을 쓰면서 항상 베스트에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 글을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추천도 많이 해주시면 정말정말 기분 좋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고 제목을 지을 때 좀 더 신경을 쓴답니다.

그런데 제 사정과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신 몇몇 분들이
제가 미처 제 글에 다 표현하지 못한 부분들까지
마치 제 사정을 다 아는양 말씀하실때엔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저 같은 초보 블로거에겐 너무나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을 악플이라고 표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분들중 악플로 힘들어하시는 블로거님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글이 맘에 안들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해서 굳이 남에게 상처주는 말을 쓸 필요는 없을텐데...
다소 거친 언사와 표현들은 저 뿐만이 아니라 제 블로그에 찾는 다른 분들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제가 파워블로거는 아니지만 이번에 8만명 가까운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시면서..
인기에 따른 권한과 책임에 대한 부분도 많이 생각해보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 글에 대해 더 신중하게 고민하며 써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앞으로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실지는 알 수 없으나
방문하셔서 댓글을 달아 주시더라도
단편적인 글만으로 저와 저희 식구를 판단하지는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짧은 댓글 하나에도 너무나 쉽게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제 글을 읽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남은 연휴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오늘 저녁 저희 가족은 시댁으로 떠납니다.
남편이 이번에 이틀 휴가를 받아서 연휴 포함해서 4박 5일정도 있을 예정입니다.

저희가 휴가를 시댁으로 간다니까
아는 언니는 시댁에 왜 그렇게 자주 가냐고 하고 (그닥 자주 가는 것도 아닌데...)
또 다른 분은 휴가를 시댁으로 가면 재미있냐고, 불편하지 않느냐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결혼 3년차인데 작년 여름에도 휴가를 시댁으로 갔었습니다.
제작년에도 입덧만 심하지 않았으면 시댁으로 갔을겁니다.
아마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쭉 그럴 것 같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휴가 때마다 시댁을 찾는 이유는
여름 휴가도 시댁에선 거의 명절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명절 때 말고는 서로 모이기가 힘들 뿐더러
명절엔 외가쪽 친지분들과는 얼굴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휴가철만 되면 외가쪽 친지분들끼리 날짜를 맞춰서 모임을 가지십니다.
시원한 계곡같은 데로 함께 물놀이도 가구요.

이맘때쯤 되면 어머님이 미리 물으십니다. 언제쯤이 휴가냐고요^^
멀리서 생활하는 아들, 며느리...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안아플 손자까지...
맘같아선 매일 보고 싶지만 여의치 않으니 이럴 때라도 봐야지요.

불편하지 않냐구요?
솔직히 불편하지 않다그럼 거짓말일겁니다.
시부모님도 시댁 어른들도 다들 좋은 분들이시지만 아무래도 어려운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번도 가기 싫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많이 서툴고 부족한 거 많은 며느리지만 다들 이뻐해 주시거든요^^;;

오랜만에 시댁 식구들과 만나 물놀이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면서 서로 조금씩 가까워지고 친해지니 저는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시부모님이 두분 다 형제가 많으셔서 모이면 정말 대가족인데
이런 모임이 있을 때마다 그 많은 식구들 음식 장만하고 챙기려면 그것도 큰 일입니다.
전 그저 옆에서 허드렛 일이나 돕는 정돈데 그것도 도담이가 있으니 그냥 애나 보라고 하십니다.
어쩌면 제가 시댁 가는 걸 거리낌 없어 하는 게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그리고 저희가 그리 넉넉한 살림이 아니라... 비용도 신경이 쓰이는데요
휴가를 시댁으로 가니 비용도 절감됩니다. ㅋㅋ
그리고 갈 때마다 채소며 반찬이며 바리바리 싸주시니
시댁 한번 다녀오면 저희 집 냉장고가 아주 풍성해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모님이 아주 많이 좋아하십니다.
다른 건 못하더라도 이런 걸로 점수 따야죠~~

저는 맏며느리입니다.
아직까진 아무것도 몰라서 그러려니 하지만
앞으로 저의 책임이 무거워지고 지금 어머님 역할을 제가 해야할 시기도 오겠지요.
그때도 지금처럼 시댁에 가는 걸 기꺼워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많이 두렵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저에게 잘 할거라고 걱정말라고 합니다.
무서워서 결혼도 못하겠다고 하고 애도 못낳겠다고 했었는데
지금 못한 게 어디있냐고... 다 잘 해내지 않았냐고요.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