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신혼여행을 이태리로 갔습니다. 시어머님이 제주도로 가면 비용을 모두 내주신데서 저는 제주도로 가자고 그랬는데요 남편이 무조건 해외로 나가야 한다며 여기저기 알아보고 결정한 곳이 이태리랍니다. 처음 가는 해외여행... 짐 싸는 것 부터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행여나 검색대에서 걸릴까봐 짐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화장품도 용량이 적은 것만 챙기고 나머진 다 샘플을 가지고 갔어요. 공항에 가본 것도 비행기를 타본 것도 생전 처음이라 많이 설레고 두렵고 떨렸습니다. 거의 12시간을 비행해야하니 혹시 몰라 멀미약도 사먹었습니다. 가이드 아저씨가 티켓도 다 끊어주고, 짐 부치는 것 부터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어서 그나마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저희들 짐만 검색대에서 딱 걸리고 말았습..
몇달 전 일입니다. 출근하던 남편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지하철을 타려고 보니까 지갑에 있어야할 카드가 안보인다고요. 전날 그 카드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곳이 주유소인데 만약 차에 카드가 없으면 주유소에 가봐야 할 것 같다며 저보고 차에 가서 확인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차키도 안보였습니다. 항상 책상 위에 놓아두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겁니다. 전날 입었던 옷도 몇번씩 뒤져봤지만 찾질 못했습니다. 하필 잃어버린 것이 법인 카드여서 불안했던 남편은 출근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남편과 함께 다시 차근차근 찾아보았지만 역시나... 결혼전에 차키를 잃어버려서 보조키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사라져 버린거였죠. 일단 차에 카드가 있는지 부터 확인을 해야 했기에 남편은 고객센터로 문의를..
서울서 전주까지... 안밀리면 2시간 반이면 가는 거리를 명절때면 5시간 이상씩 걸리니 늘 남편이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하지만 도담이 때문에 대중교통은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요 지난 추석엔 큰맘 먹고 버스에 도전을 해보았습니다. 다행히 김포공항이 가까이 있어서 공항버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혹시 좌석이 없을걸 대비해 남편이 일찍 퇴근을 하고 왔습니다. 최대한 짐은 간편하게... 커다란 여행가방 하나에 도담이 짐, 저희들 짐 할 것 없이 모두 구겨 넣고 급하게 쓰일 물건들만 기저귀 가방에 챙겨서 집을 나섰습니다. 남편은 금방 자다 깨서 얼떨떨한 상태였던 도담이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여행가방 위에 앉혔는데요 그길로 도담이는 공항까지 가는 내내 여행가방에서 내리지 않았습니다. ㅎㅎ 택시를 타려고 잡..
도담이 첫 돌때 도련님께서 저희 가족에게 써 준 편지 입니다. 예쁜 글씨만큼 내용은 더 예쁜... 읽고 또 읽어도 눈물이 앞을 가리게 만드는 도련님의 진심이 담긴 편지랍니다. 도담이는 돌잔치를 시댁에서 했습니다. 잔치랄 것 도 없이 그냥 식당 예약해서 친지분들만 모시고 식사 대접이나 하려고 했는데 막상 이벤트도 하고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를 해주시니 잔치가 되어버리더군요. 돌잔치 다음날 도련님이 쑥쓰러워 하며 저에게 내민 주황색 봉투... 그 안엔 제법 많은 현금과 함께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우리 도담이 돌이라고 반지도 해주셨는데... 한달 월급을 고스란히 다 쓰신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부담도 되었습니다. 아직 서로 서먹해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도련님 일이 3교대라서 얼굴 보기가..
추석 전날... 아침 일찍부터 음식 장만 하느라고 무척 분주했습니다. 일요일이라 교회도 다녀와야 했기에 더 바빴답니다. 저희는 제사는 지내지 않지만 그래도 전은 많이 부치는 편입니다. 홍어전, 깻잎전, 동태전, 버섯전, 꼬지... 등등 종류별로 조금씩 부치고 나면 세채반 정도 되는데 작은 어머님 말씀으론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줄은거라고 하시더군요. 그나마 도담이가 낮잠을 잘 자주어서 저도 허드렛일이나마 도와 드릴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 남편은 오랜만에 만난 사촌 동생들과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사촌 동생들이지만 나이 차이가 10살 이상 나다 보니 명절에나 겨우 얼굴을 보는 동생들이 심심해해도 놀아줄 거리가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도 남편은 명절날이면 늘 동생들을 극장이나 노래방에 데..
이번 추석은 주말이 끼었음에도 참 짧았습니다. 공휴일이 겹치지 않고 주말이 명절 연휴 뒤에 붙으면 얼마나 좋을까... 늘 아쉽기만 하네요. " 이번 추석은 연휴가 짧아서 부산까진 못갈 것 같은데... " 남편이 한달쯤 전에 미리 이야기를 했습니다. " 하루 정도 휴가 못내? 멀어서 자주 가지도 못하는데 명절날이라도 봐야지. " " 요즘 일 바쁜 거 알잖아... 휴가는 힘들어. " " 그래두... 엄마, 아빠 서운해 하실텐데... " 제가 서운한 빛을 보이자 남편은 미안하다고 다녀오자고 했습니다. 남편 속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맘에 걸렸던 저는 달력을 뒤적이다가 10월 3일이 월요일인 걸 발견했습니다. 친정 부모님이 많이 서운해 하실테지만 남편과 상의 끝에 친정은 10월 초에 가는 걸로 결정을 했습니다. ..
여긴 저희 동네 마트입니다. 볼거리도 많고 탈거리리도 많은 마트는 도담이에겐 너무 재미난 곳이지요. 탈리거라 함은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카트를 말하는데 요즘 도담이가 요 에스컬레이터에 필이 확 꽂혀버렸답니다. 아들의 호기심은 마트 쓰레기통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왔다갔다 시소처럼 움직이는 쓰레기통 뚜껑을 보고는 구지 저도 해보겠답니다. 바스락 거리는 비닐도 한번 만져 봐야지요~~ ㅋㅋ 잠시 쓰레기통에 마음이 뺏기긴 했지만 도담이는 자신이 왜 마트에 왔는지를 생각하고는 고개를 돌립니다. 그렇게 도담이가 걸어간 곳은... 에스컬레이터~~~ 엄마 손 꼭 붙잡고 조심스레 올라타는 도담이랍니다. 얼마전 까지만해도 에스컬레이터만 보면 잘 걷다가도 안아달라고 했습니다. 타고는 싶은데 무서워서 그런거였죠. 그러다..
도담이랑 남편 마중을 가는 길에 토마토 장수를 만났습니다. " 토마토 들여가세요~ 싸요! " 트럭을 보니 거의 다 팔고 몇바구니 안남았더라구요. 살까말까 망설이다 5천원어치는 도담이를 데리고 다녀야 하니 무거울 것 같아서 3천원어치만 샀습니다. 그런데 도담이가 토마토를 보더니 트럭으로 마구 달려들어서 할수없이 도담이 손에도 하나 쥐어주고 남편을 만나러 가려는데 이번엔 도담이가 제 손을 안잡으려고 했습니다. 토마토 때문이었죠. 토마토를 저만치 던져놓고 쫓아가서 줍기를 토마토가 완전히 터져버릴 때까지 반복하고 나서야 남편을 만나러 갈 수 있었답니다. 지나가던 분은 자기 앞으로 굴러온 토마토를 공인줄 알고 도담이에게 차주기까지 했습니다. " 어머... 난 공인 줄 알았는데... " 토마토가 터져서 손도 옷도 ..
길을 가다 도로가에서 만난 키작은 나무... " 나무야~ 안녕? " 뽀얗게 매연을 뒤집어 쓴 나무를 도담이는 안쓰러운듯 쓰다듬어 줍니다. " 여긴 무서운 차들이 많이 다니는데... 어쩌다 이런 곳에서 살게 되었니? " 나뭇잎도 하나하나 만져주고... " 이구... 몸이 많이 상했구나! " " 어디 아픈덴 없니? " " 이제 아무 염려마~ 내가 지켜줄게~ " 키작은 나무를 지켜주려는 도담이에게서 따뜻한 카리스마마저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진이기에 가능했던 도담이의 이미지 메이킹~~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은 이러했습니다. 여전히 걷기 연습이 한창인 도담이는 엄마 손을 끌며 이리저리 안다니는 곳이 없습니다. 한번씩 도로를 가로지르려고 해서 엄마의 간담을 서늘하게도 한답니다. 길에 있는 홈이나 방지턱,..
도담이 데리고 산책가는 길... 놀이터 부근에 다다르니 아이들이 잠자리채를 들고 곤충채집을 하고 있습니다. " 야~ 여기 매미 죽었어~ " 한 여자 아이가 죽은 매미를 발견하고는 친구들을 부릅니다. " 어디? 어디? " 하며 뒤쫓아간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듯 매미를 바라봅니다. " 우리 여기에 매미 묻어주자! " " 그래~ 그럼 매미도 하늘나라에서 고마워할거야~ " 그리고는 열심히 땅을 파서 매미에게 무덤을 만들어 줍니다. 매미 무덤에 빨대를 꽂아서 묘비까지 만들어주는 센스 있는 아이들^^ 순진무구한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어렴풋 어릴적 친구랑 병아리 무덤을 만들어 줬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남편에게도 그 이야길 해주었더니 아이들이 몇살쯤 되느냐고 묻습니다. 초등학생 같아 보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