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쯤에 친구가 아들을 낳았습니다.
예정일은 10월 이었는데 아이가 너무 커서 미리 유도분만을 했답니다.

자궁문은 다 열렸고 아이 머리도 보이는데 더이상 진행이 안되자
간호사 세명이 친구 배를 눌러서 겨우겨우 자연분만을 했다는군요.
태반이 나올 때도 문제가 있었던지 피가 온 병실에 다 튀었다고 합니다.

워낙 활동적인 친구라서 운동도 많이 했다는데...
유도분만을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고생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친구가 산후조리원으로 옮겼을 때
남편이랑 도담이랑 같이 아기를 보러 갔었습니다.
역시나... 아들이라 그런지 아빠를 많이 닮았더군요.

우리 도담이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커버렸는지~
신생아는 볼 때마다 새롭고 신기한 것 같습니다.

그 후론 서로 연락을 못하다가 한 달쯤 지나서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애 낳고 엄마들이 왜 우울증에 걸리는지 알겠다며
조리원에 있을 땐 잘 몰랐는데
집에서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있어보니 너무 힘들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너무 억세서 안고 달래기도 힘들고
응가를 하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 용을 쓰다가 열이오르니
온몸에 울긋불긋 열꽃까지 피었답니다.

처음엔 아이가 어디 아파서 그런가 했는데
아는 친지분이 애가 좀 유별나서 그렇다며 시원하게 해주라고 했다네요.
그래서 보일러도 못돌리고 한번씩 거실문을 열어놓는데
친구는 옷을 껴입어도 춥답니다.

밤에 아이가 울어서 달래도 안그치니 남편도 짜증을 내고...
그렇더라도 남편이 옆에 있어야 친구가 힘들 땐 대신 아이를 봐주기도 할텐데
몇일 안있어 장기 출장을 가버렸답니다.ㅜ.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친정이 가깝다는 건데요
친정 엄마도 직장 생활을 하시니 저녁에나 잠깐씩 봐주시는 듯 했습니다.

하루는 새벽 4시에 애가 울어서 깼는데 너무 힘들어서 엄마를 불렀답니다.
신기하게도 할머니가 안고 얼러주니 울음을 뚝 그쳤다네요.

아이한테 시달리느라 지쳐 쓰러져 잠든 딸이 안쓰러우셨는지
다음 날엔 일부러 일찍 마치고 오셨다고 합니다.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고...
밥도 대충 미역국에 말아서 먹는데 그것도 아이 달래느라 팅팅 불도록 못먹고...
그러다 어느순간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한숨이 나왔답니다.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 걸 참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화장은 둘째치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피곤에 지친 모습을 보니
자기 자신이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군요.

그나마 친구가 잘 견뎌내서 증세가 더 심해지지 않아 너무 다행스러웠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밤낮이 바뀌었는데 혼자선 감당도 안되고
매번 엄마한테 연락하기도 죄송스러워 아예 친정으로 이사를 했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 저도 순간순간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친정도 시댁도 너무 멀어서 남편이 퇴근하기만 기다렸었지요.
그래도 친구 아이에 비하면 우리 도담인 많이 순한 거였네요~

자기도 이제 엄마이면서
엄마들은 정말 위대한 것 같다고 말하는 친구...
저도 도담이를 낳고서야 그걸 깨달았었죠~

어릴 땐 나이만 먹으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고
처녀땐 결혼을 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결혼을 해보니 부모가 되어야 정말 어른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되어서도 뭔가가 어설픈 것이...
저는 할머니가 되어서야 어른이 되려나봅니다. ㅋㅋ

Posted by 연한수박
제가 아는 분 중에 맞벌이를 하며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학생인 큰 아들이 지난달에 입원을 해서 수술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깜짝 놀라 무슨일이냐고 여쭈었더니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하시더군요.

아이들 10명이 그분 아들에게 몰려와 돈을 뺏으려고 했는데
당시에 아들이 가진 돈이 없었대요.

그래서 없다고 했더니 가방이며 옷 주머니며 마구 뒤지더랍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10원짜리 하나가 나왔고...
그걸 빌미로 8명이 아이를 붙잡고 2명이서 그 아이를 때렸답니다.

얼마나 심하게 때렸으면 코뼈가 완전히 으스러 져서
수술하는데 전신마취까지 했다고 하시더군요.

아이는 아이대로 상처받고 병원비는 병원비대로 나오고...
거기다 가해자쪽 부모들은 나몰라라 하는 모양입니다.

배상도 못받고 소송중인데 어른들 싸움으로 커질 것 같아서 두렵다고 하시네요.
지난주 부터 등교한 아들도 행여 해코지 당하지 않을까 불안불안 하시답니다.

텔레비젼에서 아이들 학교 폭력에 대한 방송을 볼때면
안타깝긴 했어도 남의 일처럼 여겨졌었는데
막상 아들이 그런 일을 당하고 나니 정말 무섭다고요.

그러면서 저보고 당부를 하셨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쳐다도 보면 안된다고... ㅡ.ㅡ;;

몇일전엔 저희 아파트 근처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아이들에게 폭행을 당하셨다면서요.
담배 피고 있는 아이들을 그저 쳐다만 봤을 뿐인데...

언젠가 남편과 함께 놀이터 앞을 지나다가
중 고등학생 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서 담배를 피고 있는 걸 보고는
남편이 가서 한마디 해줘야겠다고 하는데
제가 도담이도 있는데 그러지 말라고 말렸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당시엔 내가 비겁했나 싶어서 조금 불편한 마음도 있었는데요
막상 그분 이야길 듣고 나니 말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ㅡ.ㅡ;;
 
갈수록 아이들이 너무 무서워 진다고
도담이도 나중에 이런일 겪게 될까봐 걱정된다는 제 말에
남편은 예전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폭력적이고 불량한 영상매체에 아이들이 많이 노출되다보니
그런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언론을 통해 이런 사건 사고가 많이 알려져서
사람들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구요.

그리고 남편은 선생님들의 잘못도 있다며 경험담을 들려 주었습니다.

자신의 별명을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한 친구를 발로 무참히 밟던 선생님...

자신의 제자가 폭행을 저질러 문제가 되자
얼굴을 때리면 어떻하냐고 때릴거면 안보이는 곳을 때렸어야지~
하며 타이르던(?) 선생님도 있었다네요.

그런 선생님에게서 아이들이 무얼 배우겠냐며
지나치다 싶을 만큼 선생님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는데요
어린시절 남편의 눈에 비친 선생님의 모습은 저에게도 무척 충격적이었습니다.

요즘 더욱 문제시 되는 것은 아이들이 범죄와 폭력에 무감각하다는 것일 겁니다.
어른들이 그 잘못을 바로 잡아 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무서워서 피해가거나 모른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저도 그중 한사람 입니다. ㅜ.ㅜ;;

하지만 어느 한 사람의 용기로 해결될 문제 였다면 이리 심각해지지도 않았겠지요.
우선은 가정에서부터 자녀들 인성 교육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고
나아가 학교와 사회에서도 단순한 징계와 체벌로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기 보다는
좀더 아이들에게 어필할 수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남일 같지 않습니다.
이리 험한 세상에 어찌 내놓을까 두렵기도 합니다.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생각하며
앞으로 어떻게하면 바른 가치관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이로 키울수 있을까
고민되는 하루였습니다.

여러분도 남의 일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한번쯤 이런 문제를 고민해 보셨음해서 올려봅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겨울이 성큼 다가온듯한 요즘...
어딜가나 낙엽들도 그 절정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담일 데리고 산책을 하는데 길이 안보일 정도로 낙엽이 쌓인 곳도 있더라구요.
군데군데 낙엽을 가득 담은 자루들도 보이고~~
생각해보니 청소 하시는 분들은 이맘때가 참 싫을 것 같습니다.^^;;



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나무들을 보면서
올 겨울도 많이 춥겠거니 생각하며 백화점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신호등을 건너 백화점 쪽으로 달려오던 한 여자 아이가 트리를 향해 외쳤습니다.
" 와~ 크리스마스다!! "

크리스마스 트리를 크리스마스라고 부르는 게 어찌나 귀엽던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또 엄마에게 큰소리로 물었습니다.
" 엄마~ 근데 이거 왜 이렇게 커요? "

크리스마스면 으례 볼 수있는, 어른들에겐 그닥 신기할 것도 없는 커다란 트리가
그 아이에겐 꽤나 신기해 보였나 봅니다.

그런데 엄마의 대답이 더 재미있습니다.
" 그거 집에 가져가~ " ㅇㅎㅎ

재치있는 대답이었을까요?
아무튼 아이는 더이상 묻지않고 엄마랑 할머니를 따라 백화점으로 들어갔답니다.
아마도 그분들 쇼핑 하면서 귀여운 딸램을 위해 작은 트리 하나 장만하셨지 싶습니다. ㅋ

몇일전 부터 백화점 앞에 세워진 커다란 트리는
이미 애엄마가 되버린 저에게도 작은 설렘을 느끼해 해주었는데요
하지만 막상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면 무덤덤해 지고 말겠지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세상이 각박해져서 그런지...
갈수록 크리스마스 기분이 안나는 것이... 한편으론 참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늘상 그 날이 다가오기 전엔 기대를 하게되네요.
이번 크리스마스엔 뭔가 특별한 일이 생겼으면... 하구요~ ㅋ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를 출산한 날이 작년 4월 초...
날씨가 많이 풀리긴 했지만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서 쌀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산후조리원에 있는 산모들 중 감기에 걸린 사람이 무척 많았답니다.

저도 그 감기를 피해가진 못했는데요
심하진 않았지만 잠을 청하기가 조금 불편했었습니다.

마스크를 사다 끼긴 했는데 그래도 아이에게 옮을까봐 걱정이 되서
아이가 재채기라도 하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꼭 간호사 선생님께 괜찮다는 확인을 받아야 맘이 놓였습니다.

남편은 주말마다 서울에서 전주로 저와 아이를 보기 위해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감기에 걸렸으니 남편도 무척 걱정을 하더군요.

어머님이 다녀가시며 따뜻한 수건으로 제 목을 따뜻하게 해주라고 하시니
바로 실행에 옮기는 남편...


그런데 손수건이 아닌 타월에 뜨거운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젹셔와서는
비닐봉지에 넣어서 누워있는 제 목위에 턱하니 올려 놓았습니다.

" 오빠~ 너무 뜨거워! 그리고 이게 뭐야? 그냥 손수건에다 해오지... "
" 이렇게 해야 따뜻한 게 오래가지... 좀 식혀줄게~ "

그래도 나름 저 생각해서 그리 간호를 해주니 고마운 마음에 더이상 뭐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좀 묵직하긴 했지만 따뜻하니까 좋긴 하더라구요.
그렇게 전 잠이 들었고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왠 회의실 같은 곳에 제가 혼자 앉아있는데 아이들이 몇명 들어왔고
그 중 한 아이가 제 뒤로 와서 목을 조르는 꿈이었어요... ㅡ.ㅡ;;;

저는 숨이 막혀서 켁켁거리다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제 목 위에 올려진 수건이 든 묵직한 비닐봉지는 이미 차갑게 식어있었고
제가 켁켁 거리는 소리에 놀란 남편이 얼른 비닐 봉지를 치워주었답니다.

식으면 다시 따뜻하게 해주려고 했는데 깜박 잠이 들었다며 미안해 하는 남편...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먼길 달려오느라 피곤했을테지요.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그 상황이 너무 웃긴거 있죠?
그래서 남편이랑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ㅎㅎ

비록 악몽같은 꿈을 꾸긴 했지만
남편의 사랑이 철철 넘치는 간호에 참 고마웠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그냥 마른 손수건을 목에 묵고 다녔네요 ㅋㅋ
Posted by 연한수박
다섯살난 딸을 키우는 동네 언니가 있습니다.
아무 연고 없는 서울에 시집와 생활하는 저에게
먼저 손 내밀어 주고 도움도 많이 준 참 고마운 언니입니다.

그런데 그 언니가 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확실히 결정된 건 아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이사를 가게 될 것 같습니다.

남편 직장과 무섭게 치솟는 전세값도 큰 이유이지만
언니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인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언니 딸은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에 다닙니다.
위치도 좋고 아이들도 잘 봐준다고 주위에선 꽤 평이 좋은 어린이집 이랍니다.
그래서 저도 나중에 도담이를 그쪽으로 보낼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니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엄마때문에 무척 속상한 일을 겪었답니다.

어린이집 바로 앞이 놀이터여서
마치고나면 아이들이 거기서 또 한바당 어울려 놀곤 한다는데
그날도 언니는 의자에 앉아서 딸이 노는걸 보고 있었답니다.

그 때 우연찮게 다른 아이 엄마 둘이서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어떤 아이를 가리키면서 ' 졔는 왜 저렇게 꼬질꼬질해! ', ' 엄마가 누구야? '
뭐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네요.

언니 아이를 가리키며 하는 말이 아니었음에도 언니는 기분이 많이 상했답니다.

아이들이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니 친하진 않아도 서로 안면은 있는 사람들인데
한 사람은 남편이 치과의사고 다른 한 사람은 동네에서 식당을 운영한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다보면 옷이 더러워지는 건 당연지사고
어린이집 보내면서 구지 멋들어지게 입힐 필요는 없는건데...
그리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이 그랬다니 이야기를 듣는 저도 기분이 나쁘더군요.

그런데 더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 일어났답니다.
아이들이 놀다가 한 아이가 가는 방향으로 우르르 몰려 가는데 그쪽이 영구 임대 아파트 단지였대요.
그걸본 한 엄마가 자기 아이를 부르며 거긴 들어가지 말라고 했답니다.
단지 그곳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그 친구랑은 놀지도 말라고 그랬다는군요.

그 단지내에는 언니와 서로 왕래하며 친하게 지내는 분들도 몇 있다고 합니다.
사업이 잘 안되서 어쩔 수 없이 그곳에 살긴 하지만 정말 열심히 사는 분들도 많다구요.
언니는 속상한 마음에 그 일을 그곳에 사는 한 언니에게 털어놓았다는데요
오히려 그언니는 덤덤하게 받아들이더랍니다.

이 지역에 영구 임대 아파트가 있어 그런 일이 좀 심하다고...
그나마 어린이집 엄마들은 순수한거라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그런 엄마들 몇몇이 몰려다니며 학교를 휩쓸고 다닌다 했답니다.

하루는 초등학생 딸래미가 울면서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옆단지라도 좋으니 이사가면 안되냐고 하는데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고요.

그리고 그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도 알고 있다고 했답니다.
점심메뉴가 아이들과 간단히 먹기 좋아서 가끔 가는 식당이었는데
평소엔 인사를 잘 하던 사람이
그 언니가 어디에 사는 지 알고 난 후론 인사를 받아주긴 커녕 없는 사람처럼 대했다는군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한동네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아이까지 키우는 엄마이면서...
언니의 이야기는 저에게도 적잖이 충격이었습니다.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가난하다고 무조건 무시하는
그런 부모에게서 보고 배운 아이가 과연 올바로 자랄 수 있을런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하루아침에 모른척 해야하는 그 상황을
엄마가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는 그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난때문에 씻을 수 없은 상처를 받은 아이들...
그 상처를 누가 치유해줄 수 있을까요?

이사를 간다고 이런 비슷한 일이 없을까... 언니에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언니는 서로 사는 형편이 비슷비슷한 곳에 가면 좀 덜하지 않겠냐고 합니다.

돈이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면 안되는 건데...
그런 생각을 가진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도 똑같이 가르치고 있다니 참 안타깝습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 아이는 상처 받지않고 반듯하게 잘 자랄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하네요.
부모가 소신있게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그 언니는 말했답니다.
부모로서의 역할과 책임감이 새삼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지난 주말에 작은 방에 있던 침대를 큰방으로 옮겼습니다.
침대를 사용안한지 이미 오래... 점점 창고방으로 변해가는 작은방이 심란하기도 했지만
왠만하면 그냥 살자던 남편이 고생을 감수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도담이였습니다.

회사 일로 새벽까지 컴퓨터를 해야하는 남편은
아이 재울 때마다 말없이 눈치 주는 아내와
자다가도 깰듯이 뒤척이는 아들 때문에
화는 못내고 한숨만 쉬는 날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침대 하나 옮기자고 시작한 일이 거의 이사 수준이었습니다.
침대가 워낙 커서 큰방에 있는 물건들 정리를 하다보니
저녁때쯤 끝날줄 알았던 일이 밤 11시가 넘어서야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저는 도담이 보느라 제대로 도와주지도 못하고
남편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답니다.

" 오늘 나 고생했으니까 저녁으로 뭔가 보상을 받아야 겠어! "
" 그럼 오랜만에 59피자 셋트로 시켜먹을까? "

혼자서 낑낑대며 이방에서 저방으로 물건 나르는 남편이 안쓰러워서
괜히 옮기자고 했나... 하는 생각에 많이 미안했는데
피자 한판, 치킨 한마리로도 남편은 너무너무 좋아했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더 미안하더라는...

그런데 막상 옮겨 놓고 나니 남편이 제일 좋아합니다.

" 난 이제 여기서 자면 되는거야? 아~~ 좋다~~ "
" 그렇게 좋아? "
" 응~ 좋아 ㅋㅋ 고생했는데 이정도 보람은 있어야지~ "

괜히 저 약올리려고 일부러 더 좋은 티를 내는 것 같아서
저도 부러 서운한듯 한마디 했습니다.

" 아들때문에 침대 옮겼더니 남편이랑 한방에서 별거하게 생겼네~ "
" 왜~ 서운해? 그럼 이리 올라와~ "
" 도담이는 어쩌고? "
" 같이 올라오면 되지 ㅋ "
" 안돼! 도담이 몸부림 심해서... 떨어지면 어쩌려구! "

솔직히 침대 옮기기 전에도 전 도담에게 딱 붙어 자고 남편은 저만치 떨어져 자고 그랬습니다.
아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더라구요.
어쩜 남편 입장에선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었겠다 싶기도하네요.

저보다 먼저 결혼한 친구도 아이낳고 안방 침대를 거실로 옮기고
남편은 거실 침대에서 친구는 아이와 안방에서 그렇게 지네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뭐... 저흰 그거보단 나은건가요? ㅋㅋ
그래도 조금 서운한 마음은 드는군요.



몇일 후...
방 구조가 바뀌면 도담이가 낯설어할까봐 살짝 걱정을 했는데요
왠걸요~ 오히려 더 잘 노는 것 같습니다.
컴퓨터가 없으니 잠도 더 잘 자는 것 같고... 고생스러웠지만 잘 한 것 같아요.




" 아침 사과는 보약인거 아시죠? 저랑 사과 한조각 하실래요? "

자고 일어나 퉁퉁 부은 얼굴로 사과 한조각 들고 뒹굴고 있는 도담이~~^^;;




남편도 아주 숙면을 취하고 있습니다.
일어나라고 몇번을 깨웠는데 저러고 있네요...ㅋ



도담이도 자기 잠자리에서 편안하게 뒹굴고~~

아침마다 도담이가 옆으로 굴러와 아빠를 발로 툭툭 차서 구석으로 몰아 넣고는
저는 대자로 뻗어 편하게 자고 아빠는 차가운 바닥에 쪼그려 자게 한다고 투덜댔었는데
이젠 그럴 일 없을 것 같네요^^;;




여전히 뭔가 복잡하긴 하지만 그래도 침대가 빠지고나니 훤해 보이는 작은방입니다.
제가 아늑하니 자취방 같다고 했더니 남편이 그러더군요.
이정도면 고시원에서 특특실 정도는 된다고... ㅋㅋ



도담이도 작은 방이 무척 맘에 드는 모양이에요 ㅋㅋ

나름 신혼집 분위기 낸다고 포인트 스티커 사다가 큰방을 꾸몄었는데
옮겨 놓고 나니 뭔가 좀 허전해 보입니다.
도담이 사진이라도 몇장 걸어둬야 겠네요^^

Posted by 연한수박
결혼 전부터 만성피로를 호소하던 저희 남편은
늘상 " 피곤하다~ "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요즘 회사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집에서도 일하느라 새벽에야 잠이 드는데
그래도 금요일 밤만 되면 기를 쓰고 잠을 안자려고 버틴답니다.

" 맨날 피곤하다면서 이럴 때 맘 편히 푹 자면 좋을텐데... 왜 그렇게 안자려고해? "
" 안돼~~ 황금같은 금요일을 그냥 그렇게 허비할 순 없어! "

그렇다고 특별히 무언갈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인터넷 만화를 본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텔레비전 체널을 여기저기 돌려가며 보기도 합니다.
정말 너무 피곤할 땐 보면서 스르르 잠들어 버려요.

빨갛게 충혈되서 잠이 가득 든 눈으로 그러고 있는 남편을 보고 있으면
안쓰럽다가도 납득이 안갈 때가 있습니다.

저도 1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해봤지만
남편처럼 오는 잠까지 물리쳐가며 그리 주말을 보내진 않은 것 같거든요.

금요일 밤은 그리 보내버리고
토요일엔 점심 때가 다되서 일어나서는 오후에 또 낮잠을 자는 남편...
때론 그 모습이 무척 얄밉기 까지 합니다.

그런데 저희 남편만 이런 게 아니더군요.

지난번 안면도로 동아리 모임을 갔을 때
남편 선배네 부부 얘기를 들으면서 그나마 우리 남편은 양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 선배네는 10개월 정도된 아들이 하나 있는데요
선배 부인은 또 임신을 한 상태였습니다.
아이 돌보기도 힘들텐데 한참 입덧을 할 시기라 정말 많이 피곤해 보였답니다.

그런데 선배는 피곤하다는 부인에게 오히려 핀잔을 주었습니다.

" 어제 한시간 자고 세시간 넘게 운전하고 온 사람도 있어! "
" 그러게 누가 자지 말래? 자기가 게임한다고 안자놓고~ "
" 금요일 밤에라도 그렇게 해야지 언제해? 넌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서 몰라~ "
" 나도 집에서 하루종일 일하거든! "

두분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자니 제가 다 서운할 지경이었습니다.
어떻게 임신한 부인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건지...

그리고 차라리 밖에 나가서 일하는 게 낫지 집에서 하루종일 애 보라고 하면 자긴 절대 못할거라며
저보고 대단하다고 이야기 해주는 우리 남편이 참 고마웠습니다.

" 내가 스트레스 풀 데가 어디있어? 도박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닌데... "
남편은 금요일 밤을 그렇게 보내며 나름 스트레스를 푸는 거라고 말합니다.
이정도면 정말 건전한 거 아니냐구요.

돈벌기가 얼마나 힘든지...
가장의 어깨에 지워진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남편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푸는 거라는데 이해해 줘야지 하면서도
피곤하다는 말을 들을때 마다 안타깝고 걱정이 되서
또 잔소리를 하게되는 아내의 맘을 남편도 이해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건강에도 좋고 스트레스도 확 풀 수있는 더 좋은 방법을 찾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Posted by 연한수박


10월 1일... 부산에 사는 귀염둥이 조카의 돌잔치가 있었던 날입니다.
저희들이 마침 부산에 가 있을 때라 직접 가서 축하를 해줄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어요^^



자기 돌잔치 땐 내내 울상이었으면서
사촌 돌잔치에선 개구진 모습을 보여준 도담이...
비록 낯선 곳이라 엄마한테서 안떨어지려고 하긴 했지만 보채지 않고 잘 놀아주었습니다.

도담이 돌은 일반 식당에서 했었는데요
이리 전문 뷔페에서 하니 공간도 넓고 더 좋아 보였습니다.
저희는 어차피 가까운 친지분들만 모시고 한거라 구지 뷔페에서 할 필요가 없었지만요.ㅋ

조카의 돌잔치가 있었던 뷔페는 저도 이전에 두어번 가본 곳이었습니다.
부산에선 꽤 알려진 곳인 것 같더라구요.

형님이 석달 전에 미리 예약을 했는데도 자리가 거의 없어서
마지막 타임인 7시 30분으로 예약을 하셨다니까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돌잔치 방이 6~7개 정도였고
홀에도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방이 다 돌잔치로 시끌벌적 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손님들에 비해 자리가 많이 부족했다는 거였습니다.
저희 형님네만 해도 100명에 가까운 분들이 축하를 해주러 오셨는데요
방에는 60여명 정도만 식사를 할수 있어서 미처 들어오지 못하고
방 입구에 서서 이벤트를 보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아주버님과 형님은 손님들 챙기느라 무척 분주했습니다.
아주버님이 직원에게 몇번 항의도 하셨다는데
뒤늦게야 아이들 오락실 쪽에 비상 테이블을 놓아 줬다더군요. (의자도 없이...)

사실 예약하는 사람이 예상 인원을 잘 파악 하고 예약을 해야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상 인원입니다.

돌잔치 전문 뷔페로 유명한 곳이고 그만큼 수없이 많은 행사를 치뤘을 텐데
손님들이 앉을 자리조차 없어서 당황했다는 아주버님 이야길 들으니
아무리 예약이 꽉 찼었다곤 하더라도 무척 실망스러웠답니다.

자리가 없어서 손님들은 제대로 식사도 못했는데
입장하는대로 스티커는 붙이고 계산도 그대로 다 했겠지요.

장소가 협소하면 협소한대로 방마다 예약시간을 적절히 배치해서
이런 불편함 없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했어야 하는데
예약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너무 빠듯이 시간을 정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무튼 즐거워야 하는 아들 돌잔치에서
아주버님은 이런 일들로 인해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셨답니다.
남는 건 사진 뿐인데... 사진도 그렇게 나왔을까봐 조금 걱정스럽네요.

언제부턴가 돌잔치가 아이들보다 어른들을 위한 잔치처럼 되버린 것 같은데요
초대하는 사람도 초대 받는 사람도 부담스러운 돌잔치...
그냥 가족끼리 간소하게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하지만 생각과 마음은 다르다는거~~~
안해주면 왠지 아이에게 미안하고 서운하고...
그래서 저희도 식사만 하려다 이벤트까지 불렀었네요 ㅋㅋ)
Posted by 연한수박



시어머님이 몇 일전 약 지으러 가셨다고 전화를 하셨는데 그게 엊그제 도착을 했습니다.

 " 정성스럽게 잘 챙겨 먹어라. "
잘 받았다고 감사하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어머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지난 추석 때 시댁에 내려가기 전날...
제가 너무 심하게 체해서 오바이트까지 하고
내려가는 날엔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질 못했더랍니다.
거기다 눈은 실핏줄까지 터져서 시뻘건 상태로 시댁에 갔습니다.

얼굴이 왜그렇게 빼쪽해 졌냐... 눈은 또 왜그러냐...
걱정스럽게 바라보시며 물으시는 어머니...
체해서 그런가 보다고 괜찮다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영 마음이 안놓이셨나 봅니다.

제가 워낙에 소화를 잘 못시켜서 자주 체하는데요
일부러 식사때 천천히 먹는데도 잘 안고쳐 지더라구요.

작년에 아이낳고 몸보신 제대로 못했다고 금산까지 데리고 가셔서 보약을 지어 주셨는데
암튼 그거 먹고 한동안은 체기가 많이 가셨었답니다.

" 그때 먹은 보약 한번 더 먹어야 겠다. "
그렇게 말씀을 하시더니 이렇게 또 보내 주셨습니다.

저희가 부모님께 해드려도 모자랄 판에 매번 이렇게 받기만 하니...
결혼 전 처음 인사 드리러 갔을때 부터 제가 약해 보인다고 맘에 걸려 하셨는데
그래서 더 감사하고 죄송스럽습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마음이 싱숭생숭 할 때
' 새아가 사랑해 ' 하고 보내주신 어머님 문자가 생각납니다.

당시엔 문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말씀이 참 낯설고 어색했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머님의 사랑을 이렇게 몸소 체험하고 있네요.

아직 저는 시부모님께도 친정 부모님께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남편과 아들에겐 자주 하면서도
다른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겐 그 말이 참 부끄럽고 어색하더라구요. ^^;;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다 갚을 순 없겠지만
' 사랑합니다 ' 말 한마디라도 진심을 담아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게 생각해보면 어려운 일도 아닌데 잘 안되네요.

말이 힘들면 글로 라도...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봐야 겠다고 다짐을 해봅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남편과 제가 소개팅으로 만나 결혼하기까지는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장거리 연애였기에
1년이래도 실제 만남을 가진 시간을 따지면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가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라 생각했었는데
결혼을 하고 2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지내다 보니 연애할 때와는 또 다른 남편이 보이더군요.

남편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저와는 달리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이었습니다.
말수가 적고 표현이 서툴러서 어떤 자리든 어색해하고 불편해 하는 저를
남편은 늘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남편은 저를 수다쟁이로 만들었고
감정 표현이 서툰 저에게 ' 사랑한다 '는 말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제 마음을 이렇게 편안하게 만들어 준 사람은 남편이 처음이었고
저는 남편의 성격이 저와 많이 달라서 더 잘 맞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그렇게 함께 살자 했고
지금껏 큰 다툼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잘 지내는 것이 서로 반대되는 성격 때문이 아니라
서로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보이는 남편의 성격은 남편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사실은 남편도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대학에 들어가면서 그런 성격을 바꾸고 싶어 무척 많이 노력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많이 바뀌었어도 속 마음까지 완전히 바꾸긴 어려웠나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남편이 저랑 많이 닮았다는 걸 느끼게 되거든요.

결혼 전에 제가 남편에게 느꼈던 편안함도
남편이 저의 성격과 마음을 잘 알았기에
그만큼 이해해주고 배려해 줘서 가능했던 거였죠.

신혼초... 작은 어머니가 저희를 보고 천생연분이란 말씀을 하신적이 있습니다.

교회에 가야 하는데 저는 일찍 부터 서둘러 준비하고
남편은 교회 갈 시간이 다되서야 일어나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동작이 많이 느리다 보니 이것저것 챙기던 중에
오히려 남편이 먼저 준비를 끝낸겁니다.

그 모습을 보시곤 둘이 참 잘 만났다 하신거였죠~ ㅋㅋ

하지만 지나치게 느긋한 제 성격과 다소 급한 남편의 성격은
가끔 갈등의 원인이 되곤 한답니다.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서 성격은 참 중요한 요인인 것 같습니다.
너무 달라도 문제 너무 똑같아도 문제...

당시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정반대의 성격인 줄 알았던 저희 부부가 결혼에 성공을 한것도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해줄 수 있을 만큼 비슷한 부분이 많았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결혼에 있어 연애를 얼마나 오래했냐는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배려해 줄 수 있는지...
또 그 마음이 진심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