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이 이야기2021. 6. 20. 10:41

" 할머니~ 코팅 벗겨진 건 나쁜 성분 나오니까 쓰면 안 돼요! "

" 할머니~ 이건 철 수세미로 닦으면 절대 안 돼요! "

" 할머니~ 이런 건 새로 사세요! 건강을 생각해야죠! "

도담이가 할머니네 가면 하던 잔소리들^^

누가 잔소리 많은 엄마 아들 아니랄까 봐 ㅋㅋ

그런데 잔소리만으론 안되게 생겼던지

하루는 '냄비 사용 매뉴얼'을 만들어 가지고

할머니 주방 문에 떡하니 붙여 놓았다.

1년도 넘은 것 같은데

여전히 그 자리에 붙어있는 것이 눈에 들어와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할머니 이해하기 쉬우라고

참 친절하게 설명도 해놓았다.

이걸 내가 찍어놨던가?

혹시 몰라서 폰으로 찍어옴.

 

 

우리 집 냉장고에 붙어있는 설명서~

이건 엄마를 위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설명서들을 붙여놓고

실제로 자기 냄비들에 물을 끓여보곤 했었다.

 

 

학교에서 그려 왔던 포스터!

아마도 재활용에 관한 수업이 있었던 모양이다.

쓰레기차와 쓰레기들에 적혀있는

깨알 같은 글씨들은 내 흐뭇함의 포인트~^^

 

 

관심이 가는 물건들을 보면

제품 소개나 설명서까지 꼼꼼하게 보았던지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를 할 때 고스란히 나타난다.

상품 로고, 품명, 제조국명, 사용법...

심지어 바코드까지 표현하는 걸 보고

내심 놀라워하기도 했었는데

지나고 다시 보아도

그때의 마음이 새록새록 올라온다.

 

아이가 커 가면서

조금씩 소홀해지는 부분이 생기는데

대표적인 게 사진인 것 같다.

어릴 때처럼 사진을 많이 안 찍게 된다.

사소한 행동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찍고

그저 낙서일 뿐인 그림에도 감탄하며 찍고

그랬었는데...

 

도담이 초등학생 시절도

이제 1년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흐른 건지...

학교생활과 공부 때문에

더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부족한 엄마는 오늘도 반성만 한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