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둘에 아들 하나...
요즘은 이렇게 낳으면 금메달 감이라는데...
친정 부모님을 보면 정말 그런가 싶습니다.

두 딸은 모두 멀리 시집을 가버렸고 남동생은 군대에 가있고...  
저희는 멀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 뵙지 못해서 늘 죄송스럽습니다.

오랫동안 공장에서 일을 하고계시는 엄마...
요즘 오십견이 왔는지 팔이 많이 아프다셨는데 
공장에 일거리가 없어서 한두달 쉬는 바람에 그나마 조금 나아지셨답니다.

그런데 일을 안나가니 많이 심심하고 적적하셨나봅니다. 
왠만하면 오라는 말씀 잘 안하시는데
일부러 전화해서 손주가 너무 보고싶다고 놀러 오라고 하시니 말입니다. 

요즘 남편이 회사일로 여유가 없어서 휴가를 쓸수가 없다기에
상의 끝에 지난 주말에 잠시 부산에 있는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계속되는 장마에 태풍소식도 들리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날씨가 좋다못해 뜨거워서 토요일엔 바닷가 나들이까지 다녀왔네요 ㅋ

일요일엔 도담이 낮잠 재워놓고 커피를 한잔씩 마셨습니다.
아침에도 마셨는데 하루에 한잔이상 먹지말라는 엄마 말씀에
집에선 남편이 못마시게 해서 사다놓지도 않는다고 그랬습니다.
먹고싶으면 남편한테 물어보고 사먹는다고요.

그랬더니 엄마가 그러십니다.
" 커피 그거 얼마한다고 맘대로 사먹지도 못하니? "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사실 제가 아직 수유중인데다 커피가 몸에 좋지도 않은데 너무 좋아하니까...
남편도 저 생각해서 먹지말라는 거거든요.
저도 눈에 보이면 하루에도 몇잔씩 먹게 될까봐 일부러 안사다 놓는거구요~
남편한테 물어 보는 것도 농담삼아 일부러 그러는 건데...
엄만 제 말에 속이 상하신 듯 했습니다.

그런게 아니라고 다시 말씀을 드렸는데도
저 가지셨을 때 엄마가 커피를 많이 드셔서 제가 커피를 좋아하는 거라고
몸에 좀 안좋아도 먹고 싶을 땐 너무 참는 것 보다 먹는 게 더 좋다며
나중에 남편에게 슬쩍 말씀을 하셨답니다.

그냥 좋은 뜻으로 별 생각 없이 한 말이
엄마는 속상하게 만들고 남편은 난처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듯이
장모와 사위 사이에서 아내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걸 이번에 다시 한번 깨달았네요.
말 한마디라도 생각없이 내뱉으면 안되겠다는 것두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살면서 나도 이제 어른이 되어가나보다 했는데
아직 어른이 되려면 한참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몇일 전 다음에서 우편물이 왔습니다.
2010 다음 라이프 온 어워즈 초대장이었는데요
남편에게 얘길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초대장을 받고 보니 더 설레었습니다.
 
저희 남편...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최종 후보자까지 올라갔었거든요^^
덕분에 저랑 도담이도 시상식에 참석하게 되었답니다.
 
지난 13일 시상식이 있던 날...
도담이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하다보니 남편과 약속한 시간보다 조금 늦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행사에는 늦지 않게 도착을 했었네요.
 
입구에서 직원분들의 안내를 받아 홀로 들어 갔더니 이미 많은 분들이 와 계셨습니다.
제가 아는 분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아는 분이 있나 없나 두리번 하게 되더군요 ㅎ
그러다 한분 발견... 블로그 사진으로만 보았는데도 딱 알겠더라구요^^
반가운 마음에 인사라도 하고 싶었지만 쑥쓰러워서 못했답니다.
 


디저트로 나온 케익...
정신없이 먹느라고 뒤늦게 찍은 케익인데 이것마저도 먹던거네요 ㅎ ㅎ
암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식사 후 직원들이 다니면서 준비된 잔에 커피를 따라 주는데요
다 마시면 리필도 해주셨어요^^



저희가 앉았던 테이블입니다.
다음 직원분들도 함께 하시면서 서로 명함도 주고받고 이야기도 나누셨어요.
남편이 블로그 활동 하면서 알게된 분도 만나 무척 반가워했네요.



중앙 무대 모습인데요
저 곳에서 김제동씨가 사회를 보고 소녀시대가 나와서 노래도 불렀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장면들은 못찍었다는거 ㅠ.ㅠ
하필 카메라 베터리가 다되서...
전 아직 블로거가 되려면 멀었나 봅니다.
그런 건 미리미리 챙겼어야 하는데...
전 이날 처음 연예인을 봤습니다.
김제동씨 나온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소녀시대는 뜻밖이어서 더 신기했어요.
베터리 안챙겨간 걸 땅을 치며 후회했네요~ 흑!
 
김제동씨 정말정말 재치있게 말씀 잘 하시구 못생기지 않으셨어요^^ 실물이 더 나음!!
소녀시대도 다들 실물이 더 이쁜 것 같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연예인을 실제로 보고 있으면서도 무덤덤 한 것이 별로 실감이 안났습니다.
그냥 커다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참...ㅋ



도담이와 기념 촬영^^
 
저희는 아이도 있고 갈 길이 멀어서 행사에 끝까지 참여를 못했는데
어찌나 아쉽던지...
내년에도 이런 기회가 또 올까요?!
그럴려면 남편한테 더 열심히 하라고 그래야겠죠? ㅋㅋ

Posted by 연한수박

지난 달...
제 생일에 다녀온 카페베네...
입구에 있던 하얀 트리가 너무 이뻤습니다.
들려오는 음악도 조용한 캐롤~
한달이나 남은 크리스마스를 미리 느꼈네요^^


 
남편은 핫초코 나는 카페라떼^^
수유중이라 커피를 못마시게 하는데
이날은 생일을 핑계로 당당하게(?) 시켰습니다.


 
그리고 너무너무 먹고 싶었던 시나몬 브레드
이것 때문에 하루종일 남편이 오기만을 목빠지게 기다렸어요 ㅎ
 
달콤한 브레드 한입~ 따뜻한 카페라떼 한 모금~
먹으면서 행복을 느낀다는게 이런거구나....
 
이렇게 맛있는 걸 우리 도담인 못먹어서 우째 ㅡ.ㅡ;;
엄마 아빠만 먹어서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의 도담이는 카페 안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뭐가 그리 궁금한지 이쪽저쪽 두리번두리번
하도 버둥 거려서 남편은 제대로 먹지도 못했습니다.
실은 부러 안먹은 거죠...ㅎ


 
카페베네 다이어리...
일러스트와 가죽 두가진데 속지는 같아요^^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잘 쓰지도 않는데
이런걸 보면 왜 갖고 싶은지...
하필 또 기존 판매가 보다 싸게 판다니 더 사고 싶었습니다.
 
결국 눈치빠른(?) 저희 남편이 사주었네요 ㅋ
 
결혼 전엔 친구들 만나면 으레 가는 곳이 커피숖이었는데
지금은 자주 가기가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예전엔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때론 고단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나는 행복합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이런 작은 행복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출산 후 처음 맞은 생일...
남편과 도담이와 함께여서 행복했고
먹고싶은 거 먹어서 행복했고
갖고싶은 다이어리 선물 받아서 행복했습니다. ㅎㅎ
 
오늘 마무리는 우리집 복덩이가^^


 
" 여러분~ 미리 크리스마스 ♡ 행복하세요^^ 빠빠이~~ "

Posted by 연한수박
지난주 토요일 황금펜을 축하한다는 이웃님의 안부글을 보고
어?? 정말?? 내가?? 설마~~ 하는 마음으로 다음 뷰에 들어가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제 블로그가 베스트로 선정이 되어있더라구요.
너무 기뻐서 남편에게 자랑하듯 " 오빠 나 황금펜 됐어~ " 그랬는데
저희 남편 " 어... 그래?... " 그러더니 핸드폰만 열심히 바라봅니다.
 
뭐야? 이반응은...??!
같이 좋아해줄 줄 알았는데 축하한단 말도 없이...
반응이 너무 시큰둥해서 괜히 저까지 김이 새더군요.
 
세식구 모두 늦잠을 자서 아침겸 점심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했더니
저녁이 되기도 전에 출출해졌습니다.
 
" 오빠~ 우리 뭐 시켜 먹을까? "
" 어? 돈 있어? "
" 나 황금펜 됐잖아~ 내가 한턱 쏠게^^ "
" 오~~ 그렇지!! 황금펜  " ( 한턱 쏜다는 말에 급 방긋 )
" 뭐 먹을까? "
" 음... 피자에 치킨?? ㅎㅎㅎ "
" 알았어~ 주문은 오빠가 해. 근데 뭐야~ 아까는 시큰둥 하더니 한턱 쏜다니까 너무 좋아하는데?! "
 
살짝 서운한 맘에 핀잔을 주긴 했지만
아이처럼 너무나 좋아하는 남편을 보면서 저도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황금펜의 기쁨과 맞바꾼 피자와 치킨 ㅋ
동네 언니 때문에 알게된 59피자인데요
저렴한 가격에 맛도 괜찮아서 단골이 되어버렸답니다.
 
티스토리나 다음 블로그만 선정 대상인줄 알았기에...
더군다나 요즘은 글도 매일 못올리고 있던터라
정말 뜻밖이었던 그래서 더욱 기뻤던 황금펜이었습니다.
 
제 블로그에 관심가져 주시는 분들과 다음뷰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블로그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남편과 도담이... 고마워요~
[출처] 아내의 황금펜보다 한턱에 더 기뻐한 남편|작성자 연한수박
Posted by 연한수박
어제 저녁 남편이 하얀 상자를 들고 들어왔습니다.
 
" 그게 뭐야? "
" 수 어제 케익 못먹어서 사왔지~ "
 
전날이 제 생일 이었는데요 제가 카페베네 브래드가 먹고 싶어서
케익대신 거기 가자 그랬거든요^^
 
그런데 저희 남편...
열어보면 기가 막힐거라 합니다.
 

 
' 뭐가 기가 막히단 거지? ' 그러면서 조심스레 상자를 열었는데요


 
설마... 이게 정말 케익이야???


 
안에 들어있던 것은 소니라고 씌여진 캠코더...
고무찰흙으로 만든 작품같습니다.



사실 남편이 소니 행사장에 초댈 받아서 다녀왔는데요
이번엔 거기서 캠코더 모양의 케익을 선물로 주더라네요 ㅎㅎ
제가 생일 케익 못먹은 걸 어찌 알고...ㅋㅋ
 
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때 쯤엔
소니에서 엔디워홀 작품전 티켓을 선물로 줘서 다녀왔었어요^^
 
소니 행사 시기가 제 생일과 비슷하다보니 해마다 소니에서 생일 선물 받는 기분입니다. ㅋ



캠코더 케익의 속은 이렇게 생겼어요^^
호두 파운드 케익같은데... 많이 달지 않고 괜찮았습니다.
겉에 감싸고 있는 것은 달달하니 젤리 느낌이었는데
빵순이인 저도 그것까지는 다 못먹겠더라구요.ㅎ
 
도담이가 좀 더 컸다면 같이 신기해 하며 먹었을텐데
아쉽지만 나중에 이런 케익도 있었다 사진으로 보여줘야 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결혼 6개월차인 친구...

얼마전 남편 월급날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다 나더라 합니다.

한 달동안 고생했다는 얘길 하는데 순간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구요.

 

그러면서 저에게도 물었습니다.

남편 월급 받아오면 수고했다는 말 해주냐고...

 

결혼한 지 1년 반이 다되어 가지만

전 아직 한번도 남편에게 그런 말 한 적이 없습니다.

통장에 돈 들어온 거 확인하면 카드값이랑 여기저기 이체 시키고 그냥 보고하듯

그렇게 얘기했던게 다였습니다.

 

제 얘길 들은 친구는 의외라는듯이

그러면 남편이 돈버는 기계가 된것 같단 말 안하더냐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남편도 저에게 그런 말 한 적이 없습니다.

 

생각해보니 서운할 수도 있었겠다 싶어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월급날 수고했냔 말 한마디 없어서 서운한 적은 없었는지...

돈 버는 기계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든 적이 없는지...

 

남편은 그런거 꼭 말로 해야 아냐며 그런적 없다고 그럽니다.

오히려 저와 도담이가 있어 힘이 난다고요~ ㅎㅎ;;

 

4살짜리 딸이 있는 동네 언니는

남편의 돈 버는 기계가 된 것 같다는 말에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 아니야~ 자기가 왜 돈 버는 기계야~ 내가 집에서 살림하고 애 키우는 기계지~ "

 

언니의 재치있는 대답에 함께 웃으면서도 한편으론 너무나 공감이 되었습니다.

 

살아보니 부부 사이에 정말 중요한 건 배려인 것 같더라는 친구...

다른 친구는 맞벌인데도 남편이 집안일도 육아도 전혀 도와 주지 않아

매일 싸운다 합니다.

 

그러고 보면 전 참 결혼을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서 애만 키우라면 자기는 도저히 못할 것 같다며

차라리 밖에 나가 일하는 게 낫다는 우리 남편~~

힘들어도 틈틈히 도와 주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무엇이든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자기가 하는 일이 더 힘들고 어렵다고 생색내기 보다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부부 싸움 할 일이 없지 않을까요?

 

저도 앞으로는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고생하는 남편에게

" 오빠 한 달 동안 힘들었지? 고생했어~ 고마워요^^ "

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주어야 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수박양 ; 오빠! 내 친구 남편 있잖아 결혼 한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처가에 전화 한 통을 안했대.

            그래서 친구가 은근슬쩍 전화좀 해보라고 얘기 했는데도 안하더래.

 

프  군 ; .......

 

수박양 ; 그 얘기 듣는데 내가 다 서운 하더라고. 친구는 오죽하겠어~

            결혼 전엔 그렇게 살갑게 잘했다는데... 아무리 처가가 가까이 있어도 안부 전화는 해야잖아?

 

프  군 ; 그 친구 남편이 잘 했다는 건 아니지만 이해는 되네.

 

수박양 ;  어떻게?? 그럼 오빠도 우리집에 전화 하는 거 싫어?

 

프  군 ; 싫다기 보다 많이 불편하지.

           처가에 전화 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온 신경을 곤두 세우게 되거든.

           그렇다고 딱히 할 말이 생각 나는 것도 아니고 형식적인 안부인사 하고 나면

           오히려 더 죄송스럽더라고. 차라리 직접 뵙고 인사드리는 게 더 편해.

 

수박양 ; 그렇게 따지면 나도 마찮가지지. 시댁 전화 하는게 편한 며느리가 몇이나 되겠어?

            그래도 하려고 노력하잖아.

 

프  군 ; 그래서 남자하고 여자가 다르다는거야.

           서로 생각하는 거나 생활 방식이 엄연히 다른데 여자들 기준으로만 판단하려고 하면

           당연히 이해 안되고 서운하지.

 

수박양 ; 아무리 그래도 부모님께 전화 하는건 자식으로서 해야하는 도리잖아?

            난 오빠한테 그런걸로 서운한 적이 없어서 오빠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랐어.

 

프  군 ; 우리 수가 잘하려고 하니까 고마워서 나도 더 노력하는 거지.

           솔직히 우리 부모님 한테도 전화 잘 안하잖아?

 

 

당연히 친구 남편이 잘못했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을 했는데

그게 우리 남편은 이해가 된다고 합니다.

 

거기다 우리 남편도 처가에 전화 하는거 많이 불편하단 말에

순간 당황스럽고 서운했었답니다.

 

남편과 이야기를 하면서

남자와 여자... 남편과 아내는 생각 하는 게 참 많이 다르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결혼 전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 친해진 친구가 올초에 시집을 갔습니다.

6~7년 사귀었나??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꽤 오래 사귀고 결혼을 했답니다.

그동안 간간히 통화 하면서도 결혼 생활에 전혀 힘든 기색이 없기에
그저 재미나게 잘 살고 있겠거니 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회사에서 힘든일이 있었다며 전화를 건 친구...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남편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 너네 남편 집에서 옷 입고 있나? "
" ...... 음...... 그건 왜 물어? "
갑작스런 질문에 제가 뜸을 들이자 친구는
" 너네 남편도 옷 안 입고 있구나!! 야~ 남자들은 다 똑같은 갑다. "
그러면서 그동안 쌓인 것들을 털어 놓았습니다.

집에오면 팬티만 입고 돌아 다니고

물건을 쓰면 아무데나 놓아두고 ( 뒷정리는 항상 친구 몫이라네요;; )

빨래를 할 때마다 젖은 돈이 나오고

청소를 해달래면 초스피드... 그러나 먼지는 그대로...

결혼 사진 벽에 거는 데만 한달이 걸렸다네요.

 

깔끔하고 똑부러지는 성격인 친구에게

남편의 이런 점들이 엄청 스트레스였던 모양입니다.

그동안 사귀면서 그런거 몰랐냐고 하니 이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 친구야~ 포기할 건 포기하고 서로 맞춰가며 살아야지 안그럼 니가 더 힘들다. "

" 안그래도 엄마가 그러더라. 지저분한 거 못보는 우리 아빠도 예전엔 그랬었다고... 한꺼번에 바꾸려고 하지말고 한가지씩 차근차근 고쳐가라네. "

 

자취 생활을 오랫동안 했던 저희 신랑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친구 남편과 크게 다르질 않습니다.

사실 친구 남편도 자취 생활을 했던 터라 저와 얘기 하면서 그나마 마음이 조금은 풀린 것 같더군요.

 

그 날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친구와 통화한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 친구가 남편 때문에 우울증까지 걸릴 뻔 했었데... 어쩌고 저쩌고... "

" 아유 그러니까 결혼전에 나처럼 미리 얘길 했어야지. 나는 성격이 어떻고 게으르다... 그래야 실망을 안하지. 그리고 자취 생활 하다보면 어쩔 수 없어. 나도 처음엔 퇴근하고 맨날 청소 했는데 몸이 힘드니까 안하게 되더라. 그렇게 차츰 몇년을 몸에 벤 것이 하루아침에 고쳐 지겠어? 힘들지... 그래도 난 도와주려고 노력하잖아? 바로바로 안해줘서 당신 맘엔 안들진 몰라도... ㅇㅎㅎ"

 

제가 남편한테 뭐라고 한 게 아닌데도 괜히 찔렸는지 변명을 늘어놓네요^^;;

평소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다른 것들은 서로 도우면서 맞춰가면 되는 거지만

팬티만 입고 있는건 좀 고쳐 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습니다.

나중에 우리 도담이도 아빠따라 그럴까 걱정이 되서요. ㅋ

Posted by 연한수박

지난 수요일은 산부인과에 가는 날이라 아침부터 바빴습니다. 한달만에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그새 아기가 많이 컸더군요. 초음파 검사를 하는데 얼굴은 물론 팔과 다리까지 보였어요. 조금씩 움직이기도 하고 뒤집기도 하는데 어찌나 신기하던지요. 이제 다 컸구나 싶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신랑님께 전화를 해서는 우리 아기가 얼마나 컸는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흐뭇하게 웃으며 신기해 하던 우리 신랑... 동영상 CD도 받았는데 그거 보면 더 신기해 하겠지요?

 

교회에 들러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왔더니 신랑님이 또 전화를 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서울에 검사 받으러 오셨는데 끝나면 집에 들르신다고요.

 

결혼하고 시어머니가 집에 오시는 건 처음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은 빨래랑 청소부터 했습니다. 아직 집정리가 제대로 안되서 너무 어수선데 오시면 분명히 뭐라고 하실 것 같았어요.

 

거기다 식사는 어떻게 해야 할지...막막 그자체 였습니다. 오시는 시간을 몰라 나갈 수도 없고 장봐둔 것도 없고 요리는 더 자신이 없었습니다.

 

우선 밥은 해뒀고 국은 멸치 다싯물로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그리고 도시락 반찬 하려고 사둔 오징어채를 양념장에 볶고 냉동실에서 생선 두마리 꺼내 구웠습니다. 이 생선은 얼마전 시댁 갔다가 가져온 것 이랍니다.

 

혼자서 안절부절 그러고 있는데 드디어 시어머니가 오셨습니다. 도련님도 함께요. 양손에 뭘 잔뜩 가지고 오셨는데 저 요리 못하는거 아시고는 꽃게랑 갈치랑 해주시려고 사오신 것 같았습니다.

 

오빠 오는 시간에 맞춰서 어머니께서 꽃게탕을 끓이셨습니다. 오빠가 꽃게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갈치랑 나머지 꽃게랑은 일일이 다듬어서 냉동실에 넣어 주셨어요.

 

어머니께서 담아 주신 김치에 제가 끓인 미역국에 꽃게탕까지... 조촐한 저녁상이 차려지고 오랜만에 여럿이서 식사를 했습니다. 늘 혼자 먹다가 함께 먹으니까 더 맛있었어요~~

 

시어머니께 직접 밥을 해드린 건 이번이 처음인데 너무 성의 없이 한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 맛있게 잘 드셨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저희 어머니 참 좋은 분이시죠?

 

 다음에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 드리려면 앞으로 요리 연습 부지런히 해야겠어요^^;;

Posted by 연한수박

처음 산부인과에 가던 날...정말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임신 사실도 믿기지 않는데다 혹시 내가 한 테스트가 잘못된 건 아닐까 몸에 이상이 있는건 아닐까 아기는 괜찮을까...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배가 산만한 임산부들... 금방이라도 아기가 나올 것 같은 배를 보고 있자니 덜컥 겁도 났습니다. 아기 낳을때 얼마나 아플지... 내가 그 고통을 견뎌낼 수 있을지...제가 걱정이 된다니까 오빠는 괜찮을거라고 합니다. 오빠도 절 위로하려고 한 말일텐데 그 순간엔 그런 위로 조차도 서운하게 들리더군요.

 

그러면서 떠오른다는 것이 부인이 아기 낳을 때 남편 머리카락을 붙잡고 막 욕을 하는 ㅋㅋ 드라마 속 장면이 었어요^^ 설마... 저도 그렇게 될까요??

 

여자 선생님으로 예약을 해놓고 기다리는 내내 저의 불안감은 통 가시질 않았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한참을 있다가 진료를 받았는데요 젊은 의사 선생님이 친절하고 인상도 좋아서 참 다행스러웠습니다.

 

티비에서나 보던 산부인과 의자에 내가 앉게 되다니... 첨엔 부끄러워서 쭈뼛거렸는데 그건 아주 잠깐이었습니다. 초음파로 아기의 모습을 보는 순간 제 마음은 기쁨과 안도로 가득 찼으니까요.

 

" 임신 축하드립니다^^ 아기 심장 소리 들려 드릴게요~ "

 


 

쿠궁 쿠궁 쿠궁

힘찬 아기의 심장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빠도 그제서야 아빠가 되다는 사실이 조금이나마 실감이 나더라네요.

 

아기도 아기집도 모두 정상이고 제 몸도 입덧때문에 그런거지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자세한 검사는 해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안심이 되네요~~

 

주위에선 저보고 참 둔하답니다. 2개월이 되도록 모르고 있었다고요^^;;; 가만 생각을 해보니 임신 초기에 감기가 심해서 약을 먹었었는데 괜찮으려나 모르겠어요. 엄마도 걱정된다며 병원가면 꼭 물어보라고 하십니다. 제발 아무 탈 없기를...

 

이제 아기의 태명도 지었습니다. ' 도담 ' 이라고요~ 도드라지게 아름답다는 순우리말인데요 ' 도담도담 ' 이라는 말이 건강하게 잘 잘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는군요.

 

앞으로 엄마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을 텐데 뭐부터 어떻게 해야할 지 지금으로선 막연하기만 합니다. 우선은 입덧이 빨리 끝나서 골고루 잘 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아기도 건강할테니까요^^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