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으로 남편을 만나고 꼬박 1년을 연애하면서 남편에게 편지를 쓴 게 3번 이었습니다. 그것도 마지막 편지는 카드에 쓰듯 아주 짧은... 편지라고 하기도 그렇네요. 서울과 부산... 장거리 연애여서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전화 통화는 많이 했지만 표현이 서툴렀던 저는 편지로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몇 번을 쓰고 지우고 고치고 그렇게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을 때 기분이란... 떨리고 설레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편지를 받았다던 남편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답장을 꼭 바라고 쓴 편지는 아니었지만 솔직히 조금은 기대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전화를 하면서도 편지에 대해선 아무말이 없었고 문자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기다렸는데 일주일이 다 되도록 그러니 서운한 마음이 점점 커졌습니..
" 집이 좀 지저분하지? " " 애 키우는 집이 다 그렇지. 이정도면 깨끗한데 뭘. " " 그나마 오늘 청소한 게 이래. " 오랜만에 동네 언니둘과 아는 동생 집에서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습니다. 그 동생에게는 5살짜리, 1살짜리 두 아들이 있습니다. 큰 아들은 어린이집에 보내지만 아들 둘을 키우며 청소를 제대로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저는 도담이 하난데도 집이 엉망인데요. ^^;; 지난 주말엔 집이 너무 지저분해서 맘먹고 청소를 했답니다. 처음엔 기분좋게 시작을 했는데 가만히 누워서 도와줄 생각도 안하는 남편을 보자 갑자기 화가 나더라네요. 주말에는 좀 푹 쉬고 싶어서 그러겠거니 하면서도 왜 나만 밥 챙겨주고 청소하고 그래야 하나 싶었답니다. 힘든건 자기도 마찮가진데 말이죠. 도와주는..
" 오빠... 오늘 좀 일찍 오면 안되? " " 왜? " " 내가 몸이 좀 안좋아서. " " 어떻하지? 오늘 치과 가는 날인데... 최대한 빨리 갈게! " 어제 저녁 도담이 저녁을 먹이고 있는데 갑자기 어지럼증이 났습니다. 속도 좀 울렁이고 그래서 저녁도 못먹고 큰 방에가 누웠는데 천장이 빙글~ 요즘 회사에 일이 많아 매일 늦는 남편인지라 한참을 망설이다 전화를 했는데 마침 치과에 가는 날이라네요. 엄마가 그러고 누워 있으니 처음엔 같이 놀아 달라고 몇번 절 일으키던 도담이도 나중엔 옆에 같이 누워서 뒹굴뒹굴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 하기도 하고 참 기특하더랍니다. 9시쯤 되니 초인종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가 문을 열려고 일어나니 얼른 안기는 도담이^^;; 남편이 전 좀 누워 있으라며 도담일..
결혼할 때쯤 산 남편의 첫차... 너무 맘에 드는 차를 샀다고 참 애지중지 하면서 탔었는데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고 상처가 하나 둘 늘어갈 때마다 차에 대한 애정도 식어가는 듯 했답니다. 기계세차는 차에 흠집난다고 꼬박꼬박 몇 시간씩 들여가며 손세차를 했었는데 그마저도 시들해져서 먼지가 뿌옇게 쌓였네요. 그런데 남편은 애정이 식은 게 아니라 애써 모른 척 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당장이라도 가서 범퍼도 갈고 깨끗이 수리하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형편이 못되니 일부러 안보고 생각도 안하려고 하는 거라구요. 평소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차를 거의 안타는데 명절이나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한 달에 두어번이나 탈까말까... 그런데도 잊을만 하면 작은 사고들이 일어나서 차에도 상처가 나고 남편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
도담이가 열심히 밥을 볶고 있습니다. ㅋㅋ 신랑 도시락 싸주구 남은 볶음 밥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려는데 도담이가 구지 저도 하겠다고 달라 그래서 그냥 프라이팬 채로 상위에 올려 주었답니다. 중간에 한번 쏟을 뻔한 위기가 있긴 했지만 곧 안정된 자세로 밥을 볶고 있는 도담이 ^^ 양손에 주걱을 꼭 쥐고 밥을 뒤적이는 저 폼 만큼은 꼬마 요리사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 도담이는 요리가 좋아? 아빤 도담이 요리사 되는 거 싫은데... " " 요리사 되면 좋지않아? 왜 싫어? " " 요리사가 뭐가 좋아~ 주말에도 제대로 못쉬는데... " 남편은 도담이가 뭔가 좀 잘하는 것 같고 관심을 보이는 것 같으면 이리 설레발을 치곤 합니다. 가끔은 너무 진지하게 말해서 농담인지 진담인지 분간이 어려울..
도담이를 출산한 날이 작년 4월 초... 날씨가 많이 풀리긴 했지만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서 쌀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산후조리원에 있는 산모들 중 감기에 걸린 사람이 무척 많았답니다. 저도 그 감기를 피해가진 못했는데요 심하진 않았지만 잠을 청하기가 조금 불편했었습니다. 마스크를 사다 끼긴 했는데 그래도 아이에게 옮을까봐 걱정이 되서 아이가 재채기라도 하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꼭 간호사 선생님께 괜찮다는 확인을 받아야 맘이 놓였습니다. 남편은 주말마다 서울에서 전주로 저와 아이를 보기 위해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감기에 걸렸으니 남편도 무척 걱정을 하더군요. 어머님이 다녀가시며 따뜻한 수건으로 제 목을 따뜻하게 해주라고 하시니 바로 실행에 옮기는 남편... 그런데 손수건이 아닌 타월에 뜨거운 물이..
결혼 전부터 만성피로를 호소하던 저희 남편은 늘상 " 피곤하다~ "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요즘 회사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집에서도 일하느라 새벽에야 잠이 드는데 그래도 금요일 밤만 되면 기를 쓰고 잠을 안자려고 버틴답니다. " 맨날 피곤하다면서 이럴 때 맘 편히 푹 자면 좋을텐데... 왜 그렇게 안자려고해? " " 안돼~~ 황금같은 금요일을 그냥 그렇게 허비할 순 없어! " 그렇다고 특별히 무언갈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인터넷 만화를 본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텔레비전 체널을 여기저기 돌려가며 보기도 합니다. 정말 너무 피곤할 땐 보면서 스르르 잠들어 버려요. 빨갛게 충혈되서 잠이 가득 든 눈으로 그러고 있는 남편을 보고 있으면 안쓰럽다가도 납득이 안갈 때가 있습니다. 저도 10년 가까이 직장 생활..
남편과 제가 소개팅으로 만나 결혼하기까지는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장거리 연애였기에 1년이래도 실제 만남을 가진 시간을 따지면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가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라 생각했었는데 결혼을 하고 2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지내다 보니 연애할 때와는 또 다른 남편이 보이더군요. 남편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저와는 달리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이었습니다. 말수가 적고 표현이 서툴러서 어떤 자리든 어색해하고 불편해 하는 저를 남편은 늘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남편은 저를 수다쟁이로 만들었고 감정 표현이 서툰 저에게 ' 사랑한다 '는 말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제 마음을 이렇게 편안하게 만들어 준 사람은 남편이 처음이었고 저는 남편의 성격이 저와 많이 달..
2011. 9. 3. 토요일^^ 한가로운 주말 늦은 오전... 도담이랑 잘 놀아주고 있나 슬쩍 돌아보니 부자가 나란히 누웠습니다. 어쩐 일이지??? 도담이가 아빠 팔을 베고 얌전히 누워 있는게 하도 신기해서 얼른 또 사진을 찍었습니다. 남편은 이미 눈을 감았는데 도담이는 말똥말똥 사진찍는 엄마를 바라 봅니다. 누가 부자지간 아니랄까봐 누워 있는 폼도 똑 닮았습니다. 얼굴이야 평소에도 판박이 소리를 들으니 그렇다치고 볼록한 배를 드러내고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니 이건 뭐... 크기만 달랐지 쌍둥이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편이 블로그에 자기 사진 올리는 걸 별로 안좋아해서 어차피 판박이인데 싶어 아들 사진으로 살짝 덮었더니 정말 쌍둥이가 되었습니다. ㅋㅋ 그런데 도담이가 아빠처럼 다리까지 꼬고 씨익 웃어..
서울서 전주까지... 안밀리면 2시간 반이면 가는 거리를 명절때면 5시간 이상씩 걸리니 늘 남편이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하지만 도담이 때문에 대중교통은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요 지난 추석엔 큰맘 먹고 버스에 도전을 해보았습니다. 다행히 김포공항이 가까이 있어서 공항버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혹시 좌석이 없을걸 대비해 남편이 일찍 퇴근을 하고 왔습니다. 최대한 짐은 간편하게... 커다란 여행가방 하나에 도담이 짐, 저희들 짐 할 것 없이 모두 구겨 넣고 급하게 쓰일 물건들만 기저귀 가방에 챙겨서 집을 나섰습니다. 남편은 금방 자다 깨서 얼떨떨한 상태였던 도담이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여행가방 위에 앉혔는데요 그길로 도담이는 공항까지 가는 내내 여행가방에서 내리지 않았습니다. ㅎㅎ 택시를 타려고 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