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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다보면 가끔씩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종교에 관련된 분들인데요
현관문에 다니는 교회 스티커가 붙어 있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 찾아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종파로 옮기라거나 절에 다니라거나...
결혼 초에는 그런 분들에게 문 열어 줬다가
그냥 가시라는 말을 못해서 듣고 서있었는데
남편이 나와서 버럭 한소리 하고는 문을 닫아 버리더군요.
왜 그런 말 다 듣고 서있냐고 저에게도 한 마디 하고는
혼자 있을 땐 낯선 사람한테 문 열어주거나 하지 말라고 당부를 했었답니다.
얼마전엔 도담일 데리고 외출했다 들어오는데
계단쪽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두 사람이 복도 쪽으로 나오더군요.
그중 한 분이 저를 보자마자 웃으시면서 하는 말...
" 절에서 왔는데 물 한잔만 주세요~ "
저는 대꾸도 안하고 고개만 절래절래 흔들고는
문을 열려고 열쇠를 꺼냈더니 이번엔
" 물 한잔만 주세요. 복 받으실 거에요. " 그러셨습니다.
그래서 또 싫다고 고개를 저으며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 교회도 다니시면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물 한잔만 줘요~ "
그 말에 순간 망설이다 모른척 집으로 들어오려니까
" 진짜 안줄건가 보네. 그냥 문 밖으로 물만 한잔 줘요. "
그래도 끝까지 안주고 문을 잠그긴 했는데 마음은 영 찜찜하더군요.
정말 더워서 목이 말라 보였는데 너무 매정했나 싶기도 하고
종이컵에다 물 한잔만 따라 줄걸 그런 생각도 들고...
" 물 한잔인데... 드릴걸 그랬니? 도담아? "
한편으론 더운날 집집마다 저리 다니면서 물도 안챙겨 다닐까
없더라도 목마르면 사서 드시겠지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남편에게도 그 얘길 해줬더니 안주길 잘했다고 하더군요.
물 한잔 주면 그거 빌미로 몇마디 또 얘기 나누게 되고
한 번 그럼 다음에 또 찾아올거라구요.
언젠가는 더워서 현관문을 열어놓고 있었는데
왠 아주머니 두 분이 문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침 경비 아저씨가 지나가다 보시고는 한 마디 하고 가시고
내려가셔서는 별일 없었냐고 인터폰으로 확인까지 해주셔서 참 감사했었답니다.
물 한잔만 달라던 방문객이
물을 가지러간 사이에 갓난 아이를 유괴해간 사건도 있었다는데
그만큼 흉흉한 세상인지라 낯선 방문객이 올 때마다 더 불편하고 신경이 쓰입니다.
문전박대 당하는 그분들도 기분이 나쁘겠지만
저에겐 그저 불편한 불청객일 뿐인 것을...
애초에 이리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없으면 좋을텐데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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