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이 이야기2013. 3. 15. 08:12

(2013.03.06)

 

정말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 키우는 이야기, 남편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그동안 못다했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전화가 왔을 때

도담이는 물감놀이를 하던 중이었다.

 

혼자서도 사부작 사부작 잘 노는 아이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옷에다 쉬를 해버린 게 아닌가!

 

그래도 난 꿋꿋하게 통화를 하면서

아들 바지를 벗기고 뒤처리를 했다.

 

계속되는 엄마의 수다...

혼자서 노는 게 지루해 져서 였을까?

 

 

 

물감을 얼굴에다 바르기 시작한 도담이...

으아악~~~~~ 안돼!!!!

 

통화를 하던 친구 아들은 로션을 먹고 있더란다. ㅠㅠ

 

" 안되겠다. 이제 애 봐야지... "

우리의 수다는 그렇게 끝이 났다.

 

 

엄마가 안볼 때 아이들은 사고를 친다.

잠시라도 자신들에게서 눈을 떼지 말라는 것 처럼...

 

하지만 아이들은 어쩜 그 순간을 즐기는 지도 모르겠다.

잠시라도 안돼~ 라는 말을 듣지 않고 마음껏 놀 수 있으니...

나중엔 야단을 들을지언정 ^^;;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2. 12. 15. 10:36

 

남동생이 얼마전 원룸을 구해 혼자서 자취를 시작했다.

딱히 챙겨주지 못하면서도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며칠전에 다녀왔었다.

 

지은지 얼마 안된 건물이라서 무척 깨끗하고 좋아보였다.

크기만 작다 뿐이지 베란다도 있고 세탁기 냉장고 텔레비전 등

기본적인 것들이 다 갖춰져 있었다.

 

도담이는 외삼촌 집에 들어서자 또 주방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곤 주전자를 달라고... ㅋㅋㅋ

 

외삼촌이 군대 생활을 하느라고 몇번 보지도 못해서 낯을 가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도담이가 삼촌을 잘 따랐다.

설마 주전자 때문이었을까? ^^;;

 

 

남동생이 점심을 사줘서 맛나게 먹고

마트에 가서 간단히 쇼핑을 한 후 커피숍에서 차를 한 잔씩 마셨다.

 

그러는 동안 우리 도담인 외삼촌의 주전자로 심심함을 달랬다.

 

밥 먹을 때 도담이가 얌전히 있어주길 바라며 주전자를 들고 나왔는데

덕분에 편하게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했다.

 

 

그런데 집에 갈 때가 문제였다.

삼촌집에서 신나게 주방놀이를 하던 도담이가

집에 가자니까 또 주전자를 들고 나서는게 아닌가!

 

" 아니야~ 그건 놓구 가야지. 담에 삼촌집 오면 그때 또 가지고 놀자. "

하지만 도담이가 그리 쉽게 포기할 리 없었다.

아마 도담이가 조금만 더 떼를 썼다면 남동생이 그냥 가져가라고 했을거다.

 

' 아깐 가지고 갔는데 왜 안돼지? '

도담이 입장에선  의아했을지도 모르겠다.

나 좀 편하자고 아들만 헷갈리게 했다.

 

생각해보면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고 싫어! 안돼! 를 연발하는 아이에게

달콤한 사탕 같은 걸 주며 달래려다가

나중에는 하나 줄 거 두 개 주게 되고

오히려 아이에게 역으로 당하게 되는... 그런 경우들 말이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2. 7. 12. 05:59



얼마전 요 수도꼭지 때문에 도담이랑 크게 다툰적이 있었습니다.


도담이는 수돗물을 틀어 놓고 놀려고 하고

저는 물이 아까워 잠그려고 하고...


처음엔 아이가 알아듣긴 어렵겠지만 설명을 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아직 말을 못하는 아들인지라 답답증이 일더군요.


제가 자꾸만 물을 잠그자 울음을 터트린 도담이...

물을 틀어 달라고 떼를 쓰는데 제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결국 화를 내버렸답니다.


그러자 도담이는 더 악을 쓰고 울고

애써 모른척 내버려 두려고도 해봤지만 마음이 약해지더군요.


물을 다시 틀어주기 전까진 그칠 기미도 안보이고...

결국은 도담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말았습니다.


훌쩍이면서 물놀이 하는 도담이를 보고 있자니 허탈감이 밀려들었습니다.


이럴꺼였으면 처음부터 못하게 하지 말걸...

괜히 애 울리고 버릇만 더 나쁘게 만든 건 아닌지...

끝까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 건지...

좀 전에 했던 행동들이 참 후회가 되더랍니다.


그리고 도담이가 그렇게까지 떼를 쓴데는 이유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이 아깝다는 생각만 했지 도담이 입장은 고려해 보지 않았더라구요.


당시의 상황은 이러했습니다.


오전에 밀가루 놀이를 한바탕 하고 씻기려고 욕실로 들어갔는데

장난감 자동차에도 밀가루가 한가득 묻어있어서

세면대에서 씻어서 도담이에게 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자동차를 씻는 게 재미있어 보였나봅니다.

욕조에서 까치발을 하고선 자동차를 씻겠다고 하는겁니다.

잠깐은 그 모습이 귀여웠지만 마냥 줄줄 흘러가는 물이 너무 아까워서 그만 ㅡ.ㅜ;;


도담인 뭔가 새롭고 재미난 놀이를 발견했는데

한참 재미있을 때 엄마가 못하게 해서 화가 난 게 아닐까...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 도담아 이제 그만 하고 씻을까? 도담이가 물 잠궈줄래? 잠궈주세요. " 했더니

수도꼭지로 손을 뻗어 물을 잠그고 더 놀겠다고 떼쓰지 않는겁니다. ㅡ.ㅡ


순간... 아차 싶으면서

내가 참 지혜롭지 못했구나 반성을 하게 되었답니다.


아이와 엄마와의 기싸움이 시작되면 절대로 지면 안된다고

그럼 앞으로 점점 더 힘들어진다고 누가 그러셨는데...

앞날이 정말 걱정이 됩니다. ㅠㅠ


소리지르고 혼을 내서 아이를 이기는 건

영 자신도 없고 그게 정답도 아닌 것 같고...


도담이도 저도 다투는 일 없이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순간 순간 생각보다 감정이 앞서니 그게 너무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방문 감사드립니다^^

덥고 습한 날의 연속이네요.

무더위도 잊을만한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좋겠어요~ㅋ

Posted by 연한수박


추석 전날...
아침 일찍부터 음식 장만 하느라고 무척 분주했습니다.
일요일이라 교회도 다녀와야 했기에 더 바빴답니다.

저희는 제사는 지내지 않지만 그래도 전은 많이 부치는 편입니다.
홍어전, 깻잎전, 동태전, 버섯전, 꼬지... 등등
종류별로 조금씩 부치고 나면 세채반 정도 되는데
작은 어머님 말씀으론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줄은거라고 하시더군요.

그나마 도담이가 낮잠을 잘 자주어서
저도 허드렛일이나마 도와 드릴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
남편은 오랜만에 만난 사촌 동생들과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사촌 동생들이지만 나이 차이가 10살 이상 나다 보니
명절에나 겨우 얼굴을 보는 동생들이 심심해해도 놀아줄 거리가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도 남편은 명절날이면 늘 동생들을 극장이나 노래방에 데리고 갑니다.
그래서인지 도련님이나 아가씨나 남편을 무서워 하면서도 잘 따르는 편이랍니다.

" 우리 영화 보러 갈껀데 같이 갈래? "
막 도담이 젖을 먹이고 재우려는데 남편이 물었습니다.

" 가고 싶으면 다녀와. 도담인 내가 봐줄테니. "
마침 옆게 계시던 시어머님도 다녀오라셨습니다.

그래도 제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어머니께서 먼저 도담일 업고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가보냐 싶어서 남편을 따라나서긴 했는데
극장에 가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저희가 보려는 영화는 최종병기 활...
가장 빠른 시간이 10시 반이었습니다.
한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데 괜히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도담이가 그때까지도 잠을 자지 않고 있었습니다.
영화는 저만 안피곤하면 보고 오라셨지만
너무 늦은 시간인 걸 아시고는 그냥 왔으면 하는 눈치였습니다.

남편에게 얘길 했더니 이왕 온 거 다른 생각은 하지 말라합니다.
그냥 맘 편히 먹고 재미있게 보고 가자구요.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남편도 아가씨도 도련님들도 모두 만족스러워했답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새벽 1시...
작은 아버지만 아직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습니다.
조심조심 저희들 방문을 열어보니 어머님도 도담이와 함께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저희들 소리가 들리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른 방으로 가시는데 어찌나 죄송하던지요.
잠든 도담이에게도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다음날 어머님께서 그러시는데
도담이가 좀처럼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합니다.
밖에서 차 오는 소리만 나도 혹시 엄마, 아빤가 싶어 한참을 그쪽만 바라봤다구요.

그 얘길 들으니 마음이 더 짠했습니다.
그리고 유독 저에게서 안떨어 지려는 도담이에게 너무너무 미안했답니다.
그놈의 영화가 뭐라고... 극장에서 못보면 빌려봐도 되고 다운받아 봐도 되는 것을...

평소 매일같이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면서
보고싶은 프로그램도 맘편히 못보고
제 시간이란 걸 제대로 가지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가끔은 허무하고 무기력해 지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가고 싶던 극장엘 다녀와보니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본 기쁨보다는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던 마음과
어머니와 젖먹이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훨씬 더 컸습니다.

저도 어느새 아이와 함께 하는 데 모든 것이 익숙해져 버렸나봅니다.
꼭 분신처럼... 아이가 엄마랑 떨어지면 불안하듯이 저도 꼭 그런 마음이 들었거든요.

나중에 도담이가 훌쩍 커버려서 더이상 엄마를 찾지 않을 때가 되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그리울까요?
너무나 아까운 이 시간들... 더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고, 함께해주어야 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