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이 이야기2012. 3. 22. 08:27


어린 시절을 죽~ 부산에서만 살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평택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초등학생때 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랑 작별 인사를 하던 날

둘이서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불렀는데 

공테이프에 저희들 노래 부른 걸 녹음도 해주더라구요.


그걸 친구가 저에게 기념으로 가져가라고...

어쩌다 가끔 생각날 때 들으면 웃음도 났었는데...


결혼하고 어딘가 꽁꽁 숨어있던 걸 얼마 전에 찾았는데

한 번 들어보고 싶어도 카세트는 없고...

그냥 책상 위에 올려 놓았더니 도담이가 관심을 보였습니다.


케이스도 신기한 듯 만져 보고 테이프도 만지작~

설마 망가뜨리기야 할라구~~



그런데 그 '설마'가 현실로... ㅜ.ㅜ

완전히 얽히고설켜서 풀다가 포기하고 말았네요.


"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그러게 그걸 왜 애 한테 가지고 놀게 해! "


안그래도 속상한데 그렇게 콕 찝어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저의 잘못이 크기에 남편에게 대꾸도 못했는데요 그래도 참 서운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너무너무 미안했네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Posted by 연한수박

소개팅으로 남편을 만나고 꼬박 1년을 연애하면서
남편에게 편지를 쓴 게 3번 이었습니다.
그것도 마지막 편지는 카드에 쓰듯 아주 짧은... 편지라고 하기도 그렇네요.

서울과 부산... 장거리 연애여서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전화 통화는 많이 했지만 표현이 서툴렀던 저는 편지로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몇 번을 쓰고 지우고 고치고 그렇게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을 때 기분이란...
떨리고 설레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편지를 받았다던 남편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답장을 꼭 바라고 쓴 편지는 아니었지만 솔직히 조금은 기대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전화를 하면서도 편지에 대해선 아무말이 없었고 문자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기다렸는데 일주일이 다 되도록 그러니 서운한 마음이 점점 커졌습니다.
내마음이 담긴 편지가 남편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나 그런 생각도 들었구요.

그렇다고 편지에 대한 반응을 보여달라 직접 말하기도 우스운 것 같아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물었는데
아직 못 읽었다는 남편의 대답에 눈물이 핑 돌더군요.

그때까지 편지를 뜯어보지도 않았다는 남편이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서운함이 너무 커 화가 나는데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더라구요.

전화상이었지만 그런 제 마음이 전해졌던지 남편은 미안하다며 변명을 했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바쁘고 힘들었다...
여자 친구가 보내준 편지를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읽고 싶지 않았다...
여유가 생겼을 때 음악을 들으면서 그렇게 진지하게 읽으려고 했다...

제 편지가 너무 소중해서 그랬다는데 화도 못내겠고
이해는 안되지만 그 말이 기분 나쁘진 않더군요.
하지만 서운한 마음은 쉽게 가시질 않았습니다.

두 번째 편지는 선물과 함께 직접 줬는데요
역시나 남편이 편지를 읽기까지 몇일이 걸렸답니다.
그래도 두 번째라고 서움함이 좀 덜하더군요. ㅡ.ㅡ;;

세 번째는 빼빼로 데이라고 처음으로 빼빼로란걸 직접 만들어 봤는데
편지와 함께 보내면서 봉투에 아주 짧은 내용이니까 그냥 바로 읽으라고...
그렇게까지 써서 보냈답니다. ㅋ

결혼 하고 3년 가까이 살면서 1년이라는 짦은 연애는 추억으로...
좋았던 기억도 서운했던 기억도 저편으로 조금씩 조금씩 흐릿해져서
바쁜 삶 속에 거의 잊은 것 처럼 그렇게 살고 있었는데요

" 편지 같은 거 읽을 때 글자 하나하나 다 읽어?
  눈에 들어오는 중요한 단어 위주로 읽잖아. "

남편의 이 한마디에 갑자기 그 때의 서운함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 그럼 내 편지도 그렇게 읽었어?
  진지하게 읽는다고 몇일씩 뜯어보지도 않아놓구! "


남편은 사람들이 신문이나 글을 읽을 때
자신이 관심이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건데
하필이면 ' 편지'를 예로 들어서는....

아무튼 남편은 제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 적잖이 놀라고 당황스러워 했습니다.
3년이 넘은 일을 아직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었냐면서 그러더군요.
" 임신했을 때 잘못하면 평생 간다더니... 난 임신했을 때 잘못한 거 없지? "

그 때 당시엔 제가 서운함을 표현하긴 했어도 그냥저냥 넘어갔기에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었나봅니다.

편지를 받고도 아무 반응이 없는 남편 때문에 어떤 마음이었는지...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남편도 제 이야기를 들으며 그 때의 일을 떠올렸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많이 서운했겠다면서
핑계를 대자면 당시에 회사 분위기가 많이 안좋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정말 그런 기분으로 제 편지를 읽고 싶지 않았었다고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자신은 그렇다고...
정말 보고 싶은 영화나 읽고 싶은 책은 마음 잡고 보기까지 오래 걸린다구요.

" 그 때 잘못했으면 우리 헤어질 수도 있었던 거야? "
" 응... 어쩜 그랬을지도 몰라. ㅇㅎㅎ"

제가 생각해도 조금 뜬금없이 떠오른 기억이었지만
오랜만에 남편이랑 연애 시절을 추억하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연애할 때 기분도 새록새록
가끔씩은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1. 12. 29. 09:06


그저께 주문한 도담이 포토북이 어제 오후에 배달 되었습니다.
사진 고르고 편집하느라고 시간이 꽤 많이 걸렸는데
책으로 만들고 배송되는 건 하루만에 뚝딱이네요^^



도담이와 처음 만난 1년의 소중한 기억들을 담은 책...







기대이상으로 너무 이쁘게 만들어져서 보고 또 보고 그랬답니다. ㅋㅋ
그 때 그 기억들이 다시 새록새록~
맘 같아선 매년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런데 작년 한 해 동안의 사진들을 정리 하면서 한편으론 무척 아쉽고 씁쓸했더랍니다.
그 많은 사진들 중에 우리 세식구 함께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더라구요.

물론 한 사람이 찍사가 되어야 하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둘이서 찍은 사진도 몇 안되는군요... 특히 아빠랑 찍은 사진이 거의 없어요.
올해 사진들도 훑어보니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은 거의 안보이네요.

아이가 있으니 모든 생활 패턴이 아이 위주로...
사진도 아이 위주로만 찍게 되고
정작 저희 부부 사진은 한 장도 없이... 뭔가가 빠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함께 찍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아요.
시댁이나 친정에 갔을 땐 할머니, 할아버지랑도 함께 찍고요.
그게 우리 도담이에게도 더 좋은 추억이 될테니까요^^

아무튼 이번에 크리스마스 선물도 못해줬는데
이웃님 덕분에 멋진 추억 한 권 선물했네요^^
지금은 잘 몰라도 머지않아 이거 보면서 신기해할 날이 오겠지요?!

빠빠빠님(http://blog.naver.com/woksusu) 너무너무 고마워요!!
보내주신 스냅스 쿠폰으로 정말 맘에 드는 포토북을 만들었네요~



참 그리고 스냅스(http://www.snaps.co.kr) 가입하고
폴라로이드 사진 10장도 무료로 함께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크기가 작아서 살짝 아쉬웠지만 실제로 받아보니 더 이뻤어요.
친정 엄마 드리면 무척 좋아하실 것 같네요^^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를 출산한 날이 작년 4월 초...
날씨가 많이 풀리긴 했지만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서 쌀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산후조리원에 있는 산모들 중 감기에 걸린 사람이 무척 많았답니다.

저도 그 감기를 피해가진 못했는데요
심하진 않았지만 잠을 청하기가 조금 불편했었습니다.

마스크를 사다 끼긴 했는데 그래도 아이에게 옮을까봐 걱정이 되서
아이가 재채기라도 하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꼭 간호사 선생님께 괜찮다는 확인을 받아야 맘이 놓였습니다.

남편은 주말마다 서울에서 전주로 저와 아이를 보기 위해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감기에 걸렸으니 남편도 무척 걱정을 하더군요.

어머님이 다녀가시며 따뜻한 수건으로 제 목을 따뜻하게 해주라고 하시니
바로 실행에 옮기는 남편...


그런데 손수건이 아닌 타월에 뜨거운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젹셔와서는
비닐봉지에 넣어서 누워있는 제 목위에 턱하니 올려 놓았습니다.

" 오빠~ 너무 뜨거워! 그리고 이게 뭐야? 그냥 손수건에다 해오지... "
" 이렇게 해야 따뜻한 게 오래가지... 좀 식혀줄게~ "

그래도 나름 저 생각해서 그리 간호를 해주니 고마운 마음에 더이상 뭐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좀 묵직하긴 했지만 따뜻하니까 좋긴 하더라구요.
그렇게 전 잠이 들었고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왠 회의실 같은 곳에 제가 혼자 앉아있는데 아이들이 몇명 들어왔고
그 중 한 아이가 제 뒤로 와서 목을 조르는 꿈이었어요... ㅡ.ㅡ;;;

저는 숨이 막혀서 켁켁거리다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제 목 위에 올려진 수건이 든 묵직한 비닐봉지는 이미 차갑게 식어있었고
제가 켁켁 거리는 소리에 놀란 남편이 얼른 비닐 봉지를 치워주었답니다.

식으면 다시 따뜻하게 해주려고 했는데 깜박 잠이 들었다며 미안해 하는 남편...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먼길 달려오느라 피곤했을테지요.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그 상황이 너무 웃긴거 있죠?
그래서 남편이랑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ㅎㅎ

비록 악몽같은 꿈을 꾸긴 했지만
남편의 사랑이 철철 넘치는 간호에 참 고마웠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그냥 마른 손수건을 목에 묵고 다녔네요 ㅋㅋ
Posted by 연한수박
저희는 신혼여행을 이태리로 갔습니다.

시어머님이 제주도로 가면 비용을 모두 내주신데서
저는 제주도로 가자고 그랬는데요
남편이 무조건 해외로 나가야 한다며
여기저기 알아보고 결정한 곳이 이태리랍니다.

처음 가는 해외여행... 짐 싸는 것 부터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행여나 검색대에서 걸릴까봐 짐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화장품도 용량이 적은 것만 챙기고 나머진 다 샘플을 가지고 갔어요.

공항에 가본 것도 비행기를 타본 것도 생전 처음이라 많이 설레고 두렵고 떨렸습니다.
거의 12시간을 비행해야하니 혹시 몰라 멀미약도 사먹었습니다.

가이드 아저씨가 티켓도 다 끊어주고,
짐 부치는 것 부터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어서 그나마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저희들 짐만 검색대에서 딱 걸리고 말았습니다.

??? 뭐지??? 왜 걸렸지???
당황한 저희들에게 젊은 직원이 다가와 가방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거기엔 자기 모습을 뽐내기라도 하듯 선명하게 찍힌 가위가 있었습니다.



너무 꼼꼼해도 탈이라고
화장품 샘플 자를 때 쓰려고 작은 가위를 하나 챙겼는데 그게 딱 걸린거였죠.
아무리 몰랐다고는 하지만 어찌나 부끄럽던지...
가위는 폐기처분 되었습니다. ㅎㅎ

그런데... 이젠 가위도 없는데...
이태리에서 돌아오던 날 또 공항 검색대에서 걸리고 말았습니다.
또야??? 왜???

이태리 공항 직원은 저희들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 뚜빅! "

남편과 저는 정말 난감했습니다.
이태리말은 전혀 모르는 상태고 영어도 잘 못하니
서로 ' 어떻하지? ' 눈빛 교환만 하고 있는데
공항 직원이 웃으면서 또 말했습니다.
" 뚜빅! 뚜빅! "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
저는 물병만 하염없이 바라 보았습니다.

그때 뒤늦게 떠오른 사실이 있었으니
용기가 100ml 이상이면 기내 반입이 안된다는 거~ ㅜ.ㅜ

여행중 마시던 물병을 아무생각없이 들고 다니던 가방에 넣어뒀는데
그게 걸릴 거라는 걸 남편도 저도 미처 생각을 못했던거죠~

" 뚜빅! "
그제서야 그 말이 " Too big! " 으로 들렸습니다. ㅠ.ㅠ

" 오빠~ 이거 물병이 너무 크다는 말인가봐~ "
저는 남편에게 속삭였습니다.

" Yes. OK~~ "
그제서야 남편은 공항 직원에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물병은 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갔고 저희는 무사히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직원도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저희가 못알아 들을 걸 알고 ' 뚜빅 '만 반복했던 걸까요?

모두가 알아듣는 말을 저희만 못알아 들은 건지...
암튼 저희는 공항 직원의 아주 된 발음에 무척 당황을 했었습니다.
(ㅎㅎ 갑자기 크리스티나가 생각나네요~~^^;)

돌아오는 날까지 " 나 비행기 처음 타요~~ " 티 팍팍 내면서 다녀온 신혼여행...
많이 지나긴 했지만 글을 쓰면서 다시 돌아보니 웃음이 납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남편은 한번씩 물건을 잘 잃어버립니다.
평소엔 괜찮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꼭 한번씩 일을 터트린답니다.

결혼식 전날엔 차키를 잃어버린 적도 있습니다.
분명히 잘 둔다고 뒀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랍니다.
보조키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이것도 건망증 증세인가요?

결혼식을 앞두고 부산에 있는 제 짐도 옮기고 예물도 맞출겸
남편이 저를 데리러 차를 몰고 부산까지 왔습니다.

새벽 4시쯤 도착한 남편은 무척 피곤해 보였는데요
이렇게 혼자 장거리 운전한 건 처음이라더군요.
중간에 잠이와서 정말 혼났다고요.

그날 오후... 옷이랑 신발, 책 몇권에 화장품 등등... (생각보다 짐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미리 싸놓은 짐을 남편 차에 싣고 전주에 있는 시댁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시어머니와 남편과 함께 예물을 맞추러 갔는데...
예물 고르는 것도 힘들더군요.
원체 악세사리는 잘 안해서 그런데 관심없이 지내다가
고가의 예물을 고르려니 어떤게 좋고 이쁜지 분간이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예물때문에 한나절을 보내고
저녁 식사를 한 후 서울에 있는 신혼집으로 출발~~
한밤중에 도착해서 짐정리는 다음날 하자고 간단한 것만 챙겼습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 타려는 순간 남편이 " 아차! " 그럽니다.

" 왜? "
" 어떻하지? 부산 가던 날 엄마가 와있어서 열쇠 드리고 간걸 깜박했네... "
" 그럼 어떻게... 지금 다시 전주로 갈 수도 없고... "
" 그러니까... 나 왜이러냐... 분명히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

정말 대략 난감이었습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화도 안나고 웃음만 났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죄송했지만 그래도 답답한 맘에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저흰 열쇠 가지러 다시 내려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머님이 서울가는 리무진 기사 아저씨편에 보내 주신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죠~ 

저희는 다시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몇시간만 기다리면 되는데 딱히 다른데 가기도 그렇고...
차에서 눈좀 붙이려고 했는데 잠도 안오더군요.

날이 밝아오자 어머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첫차로 보냈으니 공항으로 찾으러 가라고... 리무진 번호와 도착시간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런데 하마터면 그 리무진도 놓칠뻔 했답니다. ㅡ.ㅡ;;

그렇게 아슬아슬 가는 차 붙잡아서 열쇠 받아서
신혼집 정리도 잘 마무리하고 결혼식까지 무사히 치뤘습니다.

그 후로도 남편의 이 몹쓸 버릇은 사라지질 않아서
잊을만 하면 툭 튀어나와 사람을 무척 당황시켰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완전히 잃어 버리진 않고 어딘가에서 찾긴 찾는다는거네요. ㅋㅋ

사실 저도 건망증이 있습니다.
근데 이것이 결혼을 하고 애 낳고 살다보니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이젠 둘이서 합작으로 그러니 사라진 물건 찾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군요.
둘중 하나는 괜찮아야 하는데...
 
Posted by 연한수박

어린 시절 저희 집엔 쥐가 참 많았습니다. 밤에 자다가도 지붕에서 쥐들이 뛰어다니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수저통에서 시커먼 쥐똥을 보아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답니다. 한번은 장롱 밑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쥐때문에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 적도 있었습니다.

저희 엄마도 참다참다 쥐덫을 놓기에 이르렀는데요 끈끈한 쥐덫 한 가운데 먹을 걸 놓고 구석구석 놓아두었더니 다음날 한마리가 잡혔습니다. 도망치려고 발버둥 치다가 오히려 끈끈이에 돌돌 말려서 옴짤 달싹 못하던 쥐... 저는 그런 쥐를 보면서 싫고 징그럽다는 생각만했지 한번도 불쌍하다고 여겼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친정 부모님도 아파트에 사시지만 어릴땐 주로 스레트 집에서 살았는데요 이 스레트 집이 쥐가 살기 좋은 구조인지 이사를 가도 쥐때문에 시달린 적이 여러번이었네요.

그러던 어느날... 저를 경악시킬 만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들어간지 얼마 안되었을 즈음...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쥐똥 때문에 엄마는 또 쥐덫을 사다 놓았더랬습니다. 그러다 한마리가 잡혔는데 당시 제 손가락 길이만한 새끼 쥐가 잡힌겁니다. 끈끈이에 달라붙어서 꼼짝 못하고 덜덜 떨고 있던 쥐를 보고 전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리자 했지요.

그런데 저희 여동생... 새끼 쥐가 너무 불쌍하다며 맨손으로 쥐를 덥썩 잡았습니다. 저는 그러지 말라고 옆에서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여동생은 대야에 물을 받아서 새끼 쥐의 털에 묻은 끈끈이를 조심스레 떼어내고 깨끗하게 목욕까지 시켜서 집 밖으로 내보내 주었습니다. 엄마는 못잡아서 안달인데 동생은 불쌍하다고 놓아주고... ㅋㅋ

길 잃은 강아지가 저를 따라온다고 데려와서 키울 정도로 동물을 좋아하는, 정많은 여동생이었지만 쥐에게까지 그런 모성애를 발휘하다니...

여동생이 데려와 키우던 강아지가 무서워서 맨날 도망만 다녔던 저였기에... 그래서 동물 키우는 걸 너무나 싫어하는 저이기에... 그런 동생의 모습이 더욱 놀라운 충격이었습니다.

아직도 전 이렇게 생생한데 정작 여동생은 그 일을 기억이나 할런지... 그런 여동생을 보면서 기막혀 하면서도 마음 한켠에선 동생의 그런 이쁜 마음을 부러워 했던 것도 전혀 모를테지요.

하지만 전 여전히 동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키우는 건 물론이고요~ 저랑은 다른 점이 많은 남편도 그거 하나는 같은 마음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ㅋㅋ 

그런데 나중에 도담이가 동물을 좋아한다면... 그래서 키우고 싶다고 때를 쓰면 어쩌지요? 남편은 당연히 절대 못키운다고 하고... 사실은 저도 별로 키우고 싶지 않은데 말입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요리 잘 하는 남편...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가끔은 남편이 요리를 잘해서 절 위한 요리를 만들어 준다면 너무 감동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요리를 못해도 서툰 칼질에 땀 뻘뻘 흘려가며 만들어주는 음식도 감동적이 겠지마는 이왕이면 다홍치마~ 요리사 뺨치는 솜씨가 있다면 더 좋겠지요^^?

하지만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저희 남편... 저도 요리를 못하니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남편이 요리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스칩니다.

" 난 요리는 절대 안해! 설거지, 청소, 빨래... 그런건 도와줄 수 있어. 근데 요리는 안돼! "
결혼전 남편이 저에게 못박은 말입니다. 

맘에 드는 여자 놓치기 싫어서, 결혼을 하기 위해 온갖 사탕발림에 거짓말 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솔직히 속으론 서운하고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못하지만 노력할게~'라든지 그냥 '난 요리는 못해~'라고 해도 충분했을 텐데 말이지요.

그런데 저의 그런 서운함을 줄행랑 치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원룸 계약기간이 다되서 신혼집을 예정보다 일찍 구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식 전까지 남편은 저희들 신혼집에서 자취를 했었지요. 

결혼식을 앞두고 저도 이것저것 정리를 해야해서 신혼집을 두어번 다녀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마다 깔끔하게 잘 정돈된 집을 보고 ( 물론 제가 온다고 남편이 청소를 해서 그랬겠지만 ㅋㅋ ) 남편을 다시 보게 되었답니다. 늘 자긴 게으르니 어쩌니 집에 항상 오솔길이 있네 하며 노래를 부르기에 어느정도 지저분 할거라 예상 했었거든요^^;;

집에 장이랑 침대도 들여 놓고 그릇도 싹 정리 해놓으니 신혼집 분위기가 물씬~~ 둘이 함께 짐 정리를 하면서 미리 신혼 재미를 느끼고 있을 때였습니다. 밥을 해먹으려고 밥솥을 열었는데... 남아 있는 밥 색깔이 이상했습니다. 거무튀튀 한 것이 탄밥으로 숭늉 만들어 논 것 같더군요.

" 오빠~ 이게 뭐야? 밥 색깔이 이상해~ "
" 어? 밥이 남아 있어? "
" 뭐야~ 자기가 해놓곤... 욱!! 냄새도 이상해! " 

고약하다고 표현을 해야하나요? 암튼 정말 역겨운 냄새가 났습니다. 저희 남편 그걸 보자마자 바로 증거 인멸...후다닥 변기에 버려 버렸습니다. 자기도 민망한지 멋쩍게 웃으면서 상황 설명을 해줍니다.

" 몇주 전에 사촌 동생 왔었다고 했잖아~ 그 때 밥 해먹은 건데 잊고 있었네. "

몇주 전이라니... 거의 한달은 된 것 같은데... 그럼 한달 동안 밥도 안해먹은거야?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평소 통화를 할 때 시켜 먹었다는 말을 자주 하긴 했어도 이정도인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밥 해먹으란 말에 건성으로 알았다 대답만 했던 거죠. 아무리 요리가 싫고 밥하는 게 귀찮아도 이건 아니잖아요?

세제로 몇번을 닦고 또 닦고 물에 반나절을 담궈 놓아도 가시지 않는 냄새~~ 그런데 저를 더 어이없게 만든 건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두어번 그런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밥솥을 씻어서 말려 놓고 냄새가 가실 때 까지 또 거의 한 달은 밥을 안해먹었다나요? 

" 밥솥에 밥을 한달간 묵히면 이렇게 되는구나... 오늘 오빠 때매 새로운 걸 알았어~ "
" 엄마한텐 말하지마! "
" 왜? 난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ㅋㅋ "
" 안돼!! 엄마 걱정하시니깐 말하지마~ "

그날 이후 전 요리는 절대 안한다던 남편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답니다. ㅎㅎ 

추신 ) 그렇다고 저희 남편에 대한 지나친 오해는 말아주세요~^^


부페에 밥 먹으러 가면 제가 좋아하는 케익이랑 과일을 요렇게 이뿌게 담아다 주는 센스 있는 남편이랍니다~ 고깃 집 가면 고기 굽고 자르고 하는 것도 남편이 다 해줍니다 ㅎㅎ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려고 하고, 가끔은 라면도 끓여주고 볶음 밥도 해주는 자상한 남편... " 난 요리는 절대 안해! " 라는 말이 가슴깊이 박혀 있어서 그런가요? 가끔 보여주는 남편의 이런 행동들이 저에겐 너무 감사한 일이네요 ㅋㅋ

남편!! 설마... 이런 걸 노리고 미리 그런 말을 했던 건 아니겠지? ^^;;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1. 1. 22. 14:42
뱃속에서부터 신비주의 였던 우리 도담이는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을 끝까지 숨기고 태어났답니다.
 
" 아들입니다~ " 소리에 엄마 아빠를 당황하게 만들고...
백호띠엔 아들이 더 좋다며 부모님의 기쁨은 두배가 되었었죠.
 
그런데 문제는 아이 싸개며 내복이며 다 핑크로 준비를 했다는거죠.
선물로 받은 양말도 빨강이와 분홍이...
 

 
문제의 핑크 내복과 빨간 양말...
그나마 지금 입고 있는 내복은 무늬만 핑크라 괜찮습니다.
다른 것들은 온통 핑크에 레이스까지...
너무 여성스러워 차마 입히지 못하고 장롱 속에 고이고이 모셔 놓았습니다.
둘째는 딸이길 바라면서~


 
발을 통당 통당 거리며 노는 도담이를 보는데
옛날 코미디 프로에서 임하룡 님이 빨간 양말 신고 추던 다이아몬드 스텝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4등신의 완벽한 몸매를 드러내는 요염한 자태 ㅋㅋ
남편은 도담이 머리가 더 커질까 늘 노심초사랍니다.




 
누워 놀기가 실증 났는지 기는 자세로 돌입~


 
영차! 영차!


 
그렇게 엉덩이만 씰룩 거리고 앞으로 나가진 못했습니다. ㅎ
 
요즘 드라마, 시트콤,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 중이신 임하룡 님!
빨간 양말 캐릭터를 성동일 님에게 뺏겼다며 아쉬워 하셨다는데요
우리 도담이가 추억의 빨간 양말 캐릭터에 도전 한다면 성동일 님도 위기를 느끼시지 않을까요^^??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