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때쯤 산 남편의 첫차...
너무 맘에 드는 차를 샀다고 참 애지중지 하면서 탔었는데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고 상처가 하나 둘 늘어갈 때마다 차에 대한 애정도 식어가는 듯 했답니다.

기계세차는 차에 흠집난다고 꼬박꼬박 몇 시간씩 들여가며 손세차를 했었는데
그마저도 시들해져서 먼지가 뿌옇게 쌓였네요.

그런데 남편은 애정이 식은 게 아니라 애써 모른 척 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당장이라도 가서 범퍼도 갈고 깨끗이 수리하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형편이 못되니 일부러 안보고 생각도 안하려고 하는 거라구요.

평소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차를 거의 안타는데
명절이나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한 달에 두어번이나 탈까말까...
그런데도 잊을만 하면 작은 사고들이 일어나서
차에도 상처가 나고 남편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네요.

그리고 얼마전에 또 작은 접촉사고가 있었습니다.
100% 남편의 실수였지만 정말 어의가 없었던 사고 였죠.

오전에 일이 있어 저와 도담이도 함께 지하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여느 때처럼 차에타고 주차장을 빠져 나가려는데
" 끼이~~~익~~~ " 긁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놀란 남편은 얼른 차에서 내렸고 무척 당황하는 눈치였습니다.
저도 내려서 봤더니 바로 옆에 주차되어 있던 차 범퍼 모서리 쪽이 긁혀있고
저희 차는 뒷 문 쪽에 길게 상처가 났더군요.



우선은 상대방 차주에게 먼저 연락을 했습니다.
외출중이 아니어서 금방 주차장으로 오셨답니다.

이미 단종된 아주 오래된 차였는데 아버지 차라고...
일전엔 누가 심하게 부딪혀놓고 도망을 가서 CCTV 로 잡은적이 있다며
전혀 기분나빠하지 않고 덤덤하게 차를 살피셨답니다.
오히려 저희 차가 더 심하게 긁혔다며 걱정까지 해주시더라구요.

그자리에서 그렇게 가지고 있던 현금으로 합의를 하고
혹시 몰라 저희 연락처를 드렸는데... 오후에 그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밝은 곳에 나와서 보니 라이터 부분도 긁혔더라고
근처 카센터에 알아보니 비용이 어느정도 나온다는데
피차 보험처리 하기 그러니까 얼마에 합의를 하자구요.

차가 오래되서 수리할 건 아니라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기에
남편도 합의금을 좀 깎아달라고 이야기를 해서 17만원에 합의를 했습니다.

" 나 운전 하지 말아야 할래나봐. "
남편이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이런 사고는 상상도 못할 일인데
꼭 뭔가 씌인 것 같다면서 자책을 하더라구요.

" 그래도 큰 사고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이야. 앞으로 더 조심하라고 이런 일도 생기는 거지. "
" 그래... 그렇게 생각해야지~ 미안해. "

그 날 이후로 차를 탈 때마다 속쓰려 하는 남편...
자신의 실수로 생긴 일이니 누구한테 하소연도 못하고
돈은 돈대로 들고 정작 자기 차 수리할 형편은 못되니 그럴만도 하지요.

하지만 그 날 그 사고가 아니었다면
밖에서 더 큰 사고가 났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차는 좀 찌그러졌지만 우리 세 식구 안다치고 건강하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죠^^

2011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
여느 때 처럼 남편은 침대위에서 뒹굴며 편안한 주말 아침을 만끽하고 있고
우리 도담이도 엄마 글 쓰는 동안 옆에서 얌전하게 잘 놀아주고 있네요^^

너무 평범하고 심심해 보이기도 하겠지만 이것도 행복이지 싶습니다.
올 한해 저희 가족은 이렇게 마무리를 하네요^^

제 블로그 관심가져 주시고 찾아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제때 답방도 못가는데 꾸준히 들러주시는 이웃님들~~ 너무 고마워요.
새해에는 좀 더 부지런해 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ㅎㅎ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구 행복하세요~

Posted by 연한수박
즐거웠던 친정집 일정을 뒤로하고 2월 2일 저녁 6시쯤... 식사를 간단히 하고 서둘러 친정집을 나서야 했습니다.엄마는 아무래도 시댁보다 먼저 친정에 와서 인지 시댁에 너무 늦게 가는거 아니냐고 "아침 일찍 떠날 걸 그랬다"고 말씀하시며 저희를 재촉 했습니다.

그래도 막상 떠난다는 딸의 말에는 서운해 하는 빛이 역력했습니다. 들어내놓고 말씀하시진 않았지만 좀 더 있다 갔으면 하는 눈빛을 지울 수 없으셨던 것이 부모 마음인가 봅니다. 그래서 더 아쉽고 죄송스러웠네요.

출발하고 얼마 안가서 도담인 잠들었고 저도 슬슬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에게 미안해서 안자려고 애를 썼지만 저절로 감기는 눈꺼풀을 이기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그런 절 보며 남편은 차라리 그냥 편히 자라고 졸리면 그때 깨우겠다고 했습니다. 

꾸벅꾸벅 졸면서 창밖을 보니 다행히 차가 많진 않았습니다. 출발할 땐 밀릴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어떤 곳에선 너무 한적해서 무서울 정도였어요.

그렇게 저도 잠이 들고 한참을 달린 것 같습니다. 갑자기 남편이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방향을 트는바람에 깜짝놀라 깨보니 갈림길 중간에 차가 멈춰 있었습니다. 오른쪽 도로로 가야하는데 왼쪽 도로로 갈 뻔 했다고... 주위에 차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 사고가 났을지도 모릅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린지 몇분이나 지났을까요? 시댁에 거의 도착할 즈음 이번엔 접촉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톨게이트에서 도로비 계산을 하려고 속도를 줄이며 돈을 꺼내던 남편이 앞차를 받아버린 겁니다. '퉁' 하고 부딪히는 순간 남편도 너무 당황해서 얼이 빠진 듯이 보이더군요.

일부러 꺼내기 쉬우라고 가방 앞주머니에 돈을 미리 넣어 뒀는데...그렇게 허둥대지 않아도 될 일을 그날따라 유난히 다급해 보이더니 앞차와의 간격을 미처 생각 못했던 모양입니다. 

흰색 K5... 젊은 남자가 운전석에서 내리며 말했습니다.

" 아저씨, 나 이거 어제 뽑았어요!! "

헐~~~~ 정말정말 아주 살짝 부딪혔는데... 왜 하필 새차인거야~~~ 그남자는 뒷범퍼 부분을 물티슈로 닦고 마른수건으로 또 닦고 손으로 문지르고 하면서 세심하게 살폈습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남편의 표정엔 미안함과 자책감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서로 갈 길이 바빴기에 우선 연락처만 주고 받고 해어졌는데요 시댁에 가는 내내 남편은 그사람에게 너무 미안해 했습니다. 자기도 만약 그런 경우라면 무척 속상했을 것 같다면서요.

"오빠, 왜 그랬어?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데 오늘따라 이상하더라니..."
" 나도 모르겠어. 부산에서 출발할 때부터 좀 멍한 기분이더라고. "

어쩌면 사고가 나려고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분명 남편의 실수이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주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들은 이런 실수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요.

아주 경미한 접촉사고 였지만 도담이에게 문제가 없는지 다소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그래도 큰 문제가 없는지 잘 자고 있는 도담이를 보며 저희도 슬슬 움직여 시댁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더 큰 사고가 일어났다면 즐거운 명절을... 그것도 새해 첫날 부터 제대로 망치지 않았겠어요?

남편은 안쓸 돈 나갔다며 많이 자책하고 스스로에게 화냈지만 전 합의금 20만원이 아까운 마음보다 오히려 상대방이나 우리나 다친 사람 없이 이렇게 웃으며 명절을 보낼 수  있었다는 것에 더욱 감사했습니다.

어릴적 크게 교통사고를 당했던 남편으로선 이번 일로 아마 정신이 번쩍 들었을 텐데요 아마도 앞으로 더욱 조심하라고 이런 일이 생겼지 싶습니다. 그동안 도담이가 태어나고 제가 뒷자리에 앉으면서 톨비 계산을 남편이 하게 됐는데 이제부터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제가 해야할 것 같습니다.^^

남편에게도 이런 이야길 하니 정말 그래야 겠다며 맞장구를 치네요. 비록 모든 일정을 무사히 깔끔하게 끝내지는 못했지만 몸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정을 맞쳤다는 사실에 안도한 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러분도 꼭 명절이라서가 아니라 운전중 사소한 상황에서 더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법이니 모두 안전 운전 하시길 바랍니다. ^^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