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난 딸을 키우는 동네 언니가 있습니다.
아무 연고 없는 서울에 시집와 생활하는 저에게
먼저 손 내밀어 주고 도움도 많이 준 참 고마운 언니입니다.

그런데 그 언니가 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확실히 결정된 건 아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이사를 가게 될 것 같습니다.

남편 직장과 무섭게 치솟는 전세값도 큰 이유이지만
언니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인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언니 딸은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에 다닙니다.
위치도 좋고 아이들도 잘 봐준다고 주위에선 꽤 평이 좋은 어린이집 이랍니다.
그래서 저도 나중에 도담이를 그쪽으로 보낼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니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엄마때문에 무척 속상한 일을 겪었답니다.

어린이집 바로 앞이 놀이터여서
마치고나면 아이들이 거기서 또 한바당 어울려 놀곤 한다는데
그날도 언니는 의자에 앉아서 딸이 노는걸 보고 있었답니다.

그 때 우연찮게 다른 아이 엄마 둘이서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어떤 아이를 가리키면서 ' 졔는 왜 저렇게 꼬질꼬질해! ', ' 엄마가 누구야? '
뭐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네요.

언니 아이를 가리키며 하는 말이 아니었음에도 언니는 기분이 많이 상했답니다.

아이들이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니 친하진 않아도 서로 안면은 있는 사람들인데
한 사람은 남편이 치과의사고 다른 한 사람은 동네에서 식당을 운영한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다보면 옷이 더러워지는 건 당연지사고
어린이집 보내면서 구지 멋들어지게 입힐 필요는 없는건데...
그리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이 그랬다니 이야기를 듣는 저도 기분이 나쁘더군요.

그런데 더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 일어났답니다.
아이들이 놀다가 한 아이가 가는 방향으로 우르르 몰려 가는데 그쪽이 영구 임대 아파트 단지였대요.
그걸본 한 엄마가 자기 아이를 부르며 거긴 들어가지 말라고 했답니다.
단지 그곳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그 친구랑은 놀지도 말라고 그랬다는군요.

그 단지내에는 언니와 서로 왕래하며 친하게 지내는 분들도 몇 있다고 합니다.
사업이 잘 안되서 어쩔 수 없이 그곳에 살긴 하지만 정말 열심히 사는 분들도 많다구요.
언니는 속상한 마음에 그 일을 그곳에 사는 한 언니에게 털어놓았다는데요
오히려 그언니는 덤덤하게 받아들이더랍니다.

이 지역에 영구 임대 아파트가 있어 그런 일이 좀 심하다고...
그나마 어린이집 엄마들은 순수한거라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그런 엄마들 몇몇이 몰려다니며 학교를 휩쓸고 다닌다 했답니다.

하루는 초등학생 딸래미가 울면서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옆단지라도 좋으니 이사가면 안되냐고 하는데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고요.

그리고 그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도 알고 있다고 했답니다.
점심메뉴가 아이들과 간단히 먹기 좋아서 가끔 가는 식당이었는데
평소엔 인사를 잘 하던 사람이
그 언니가 어디에 사는 지 알고 난 후론 인사를 받아주긴 커녕 없는 사람처럼 대했다는군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한동네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아이까지 키우는 엄마이면서...
언니의 이야기는 저에게도 적잖이 충격이었습니다.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가난하다고 무조건 무시하는
그런 부모에게서 보고 배운 아이가 과연 올바로 자랄 수 있을런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하루아침에 모른척 해야하는 그 상황을
엄마가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는 그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난때문에 씻을 수 없은 상처를 받은 아이들...
그 상처를 누가 치유해줄 수 있을까요?

이사를 간다고 이런 비슷한 일이 없을까... 언니에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언니는 서로 사는 형편이 비슷비슷한 곳에 가면 좀 덜하지 않겠냐고 합니다.

돈이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면 안되는 건데...
그런 생각을 가진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도 똑같이 가르치고 있다니 참 안타깝습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 아이는 상처 받지않고 반듯하게 잘 자랄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하네요.
부모가 소신있게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그 언니는 말했답니다.
부모로서의 역할과 책임감이 새삼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1. 8. 16. 06:30


♡ 2011년 8월 1일 ♡

도담이가 걸음마를 하다가 넘어졌습니다.(T.T)
아파트 주차장 쪽에 살짝 오르막인 곳이 있는데
거기서 왔다갔다 걸음마 연습을 하다가 앞으로 꼬꾸라졌어요.

조금씩 걸음마에 익숙해져서 좀 덜 넘어지려나 했더니
이젠 가속도가 붙어서 뛰려고 합니다.
오히려 걸음마 막 뗄 때보다 더 위험하네요.

속도가 붙으니 넘어질 때 도담이가 미처 손을 짚지 못했습니다.
아스팔트 바닥에 얼굴을 박는데 하는 소리가 났답니다.

놀래서 도담일 일으켰더니 코에서 입에서 피가 났습니다.
아파서 엉엉 우는 아이를 달래며 조심스레 살펴보니
다행히 코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인중쪽이 심하게 갈렸고, 입술이 터졌지만 이는 괜찮았구요.



일단은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서 흐르는 물로 상처를 씻어주었습니다.
입술이 점점 부어올랐습니다.

그래도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어서 약국에 갔더니 잘라서 붙이는 연고를 주더군요.
그런데 인중쪽이라 붙여도 가운데가 붕 뜹니다.
그리고 도담이가 입을 막 움직이니 금새 떨어졌어요.
그래서 그냥 집에 있던 마데카솔을 발라주었습니다.(ㅡ.ㅡ;)

남편도 보고는 이만하길 천만 다행이라 합니다.
" 얼마나 아플까... 정말 자식 아픈 건 못보겠어. 내가 아프고 말지. "

아들래미 다치는 광경을 옆에서 지켜 본 엄마는 십년감수했습니다.
" 도담아~ 다치지 마~ 그래야 엄마가 오래산다! "



♡ 2011년 8월 2일 ♡

잠에서 막 깨어난 도담이^^
얼굴을 보니 어제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엄마가 아침부터 사진기를 들이대니 상당히 기분이 나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표정도 귀여워서 계속 찍었습니다.




" ㅋㅋ 오빠 도담이 꼭 찰리 채플린 같아~ "
" 어? 나도 그 생각 하던 중인데... 히히히 "

다친 아들래미 앞에 두고 뭐하는 짓인지...
도담이가 참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봅니다.

어제는 아들 다쳤다고 호들갑 떨며 눈물 글썽이고
오늘은 아들 상처보며 웃기다고 사진찍는
이 철부지 엄마, 아빠를 어쩌면 좋을까요?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