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이 이야기2011. 12. 16. 07:55
" 이제 좀 친해질 만 하니까 또 가게 생겼네~ "
저와 도담이가 집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오자
시부모님께서 무척 서운해 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김장 때문에 시댁에 내려갔다가
남편만 혼자 집으로 돌아가고 저와 도담인 한 주 더 시댁에 있었거든요.

요즘 도담이가 낯가림이 더 심해진 것 같아서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려간 당일엔 할머니, 할아버지께 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루정도 지나고 나니
희한하게 할머니 품에선 베지밀도 먹고 곧잘 엎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삼촌에겐 여전히 까칠했죠~

지난 번에 시댁에 왔을 땐 할아버지 손잡고 밖에도 잘 따라 나가더니만
이번엔 그것도 싫다고 하더라구요.
서운한 빛이 역력한 아버님 표정을 보니 괜히 제가 죄송스러웠답니다.

" 도담아~ 도담아~ "
아무리 불러도 들은 척도 안하는 도담이...
그래도 아버님은 목소리를 높여가며 수시로 부르셨습니다.

하지만 아버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담이는...
장난감 자동차로 유인을 해도 싫다고 소리만 지르고,
엎고 나가자 그래도 징징~~
좋아하는 반찬이랑 밥을 먹여 줄래도 도리질만 쳤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자동차에 탔을 때 만큼은 할아버지한테 안기더군요.
할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몇번 타고 다니더니
2~3일 후엔 빠방 타고 가자고 옷만 입혀도 자동으로 할아버지에게 안겼답니다.ㅋ

한 번은 운전하는 할아버지께 안겨 안떨어지려고 해서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아버님은 은근 좋아하시는 눈치였어요 ㅎㅎ

암튼 이런 도담이 때문에 일부러 밖에 나가서 밥을 사먹고 들어오기도 했네요^^;;

그렇게 일주일이란 시간이 금방 지나 버리고 집에 돌아갈 때쯤 되니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장난도 치고 숨넘어갈 듯한 특이한 웃음 소리도 선보였답니다.

그리고 텔레비전에 꼬마가 나와서 춤을 추는 걸 보고 해보랬더니
가만 서서 곤지곤지, 잼잼을 하는데
어찌나 우습던지... 저도 부모님도 배꼽을 잡았습니다.

저희들 때문에 잠시나마 사람 사는 집 같았다며 많이 서운해 하시던 부모님...

주말에 다시 내려온 남편에게 그런 얘기를 했더니 농담삼아 그러더군요.
" 그럼 한 달 더 있다 오던가 ㅋㅋ "
" 왜~ 혼자 지내니까 좋았어? "
" 아니... 나야 같이 가고 싶지~ "

남편 말대로 한 달 더 있다 간다 그러면 시부모님이 얼마나 좋아하실까?
잠시 그 생각도 스쳤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건 좀 부담이 되는군요^^;;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1. 11. 28. 05:40
가끔 도담일 데리고 지하철을 탈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옆 자리에 앉으시는 분들이 도담이에게 관심을 보이곤 합니다.

몇 개월인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고
귀엽다고 쓰다듬어 주시는 분들도 있고
사탕이나 과자를 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얼마전엔 제 옆 자리에 덩치 큰 아저씨가 앉아있었습니다.
도담이가 가만히 있질 않고 서서 계속 움직이니 자꾸 쳐다 보시더군요.

" 아이구~ 도담아 가만히 좀 있어! "
괜히 미안한 마음에 도담이에게 한소리 하고는 다시 앉혔습니다.

그런데 자꾸 쳐다 보신 게 도담이가 귀여워서 그랬던가 봅니다.
잠시 후에 그 아저씨가 주머니에서 빵을 하나 꺼내시더니 도담이에게 주셨거든요.^^;;
봉지가 많이 구겨진 걸로 봐선 주머니에 꽤 오랫동안 넣어두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순순히 받을 우리 도담이가 아니지요~
싫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빵을 밀어냈습니다.
그래도 아저씬 귀엽다는 듯 웃으면서 도담이 손에 빵을 쥐어주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해야지? "
하지만... 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담이는 빵을 바닥에 던져버렸습니다.
순간 너무 죄송스럽기도 하고 민망해서 얼굴까지 빨개 졌습니다. ㅜ.ㅜ;;

도담이를 안고 있는데다 짐까지 있어서 얼른 줍지도 못하고 있는데
" 먹기 싫음 마라! " 그러시며 빵을 도로 주머니에 넣으시던 아저씨...

설마 도로 주머니에 넣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니 제가 더 미안하더라구요.
하지만 막상 사과를 하기도, 아이에게 뭐라고 하기도 애매한... 참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목적지까지 몇 정거장 남지도 않았는데 그 시간이 왜 그리도 길던지...
결국 한 정거장 전에 미리 일어나서 문 앞에 서있었답니다.



점점 까칠남이 되어가고 있는 도담이... ㅡ.ㅡ;;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걸 무턱대고 좋다고 받는 것도 문제지만
도담이처럼 무조건 싫다고 쳐내는 것도 문제네요.

이번 주말에 김장을 하신데서 시댁에 가려는데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잘 가지도 않고 그럴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됩니다.

도련님도 첫조카라고 도담이를 너무 이뻐해 주시는데
한번 웃어주지도 않고 외면해 버리는 도담이 때문에
서운한 빛을 감추지 못하던 그 얼굴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 도담아~ 이번엔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한테 방긋 웃는 모습 좀 보여드리고 오자! 제발~~ "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