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이 이야기2011. 9. 24. 09:25

늘상 다니던 익숙한 길로만 다녔던 도담이가
걸음이 많이 안정되면서 부터는 새로운 길로 가려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엄마 검지 손가락을 꼭 붙잡고 
마음 내키는 데로 발걸음을 옮기는 도담이를 멈추게 한 건
길가에 모여있던 낙엽이었습니다.




한손에는 신문지 공을 들고서
낙엽을 밟으며 저만치 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도담이^^;



그러다 낙엽 하나를 주웠습니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 만지는 재미에 그냥 바닥에 철퍼덕~ ㅡ.ㅡ;;
지나가던 아주머니 그걸 보곤 한마디 하십니다.
" 얘! 너 왜 거기에 앉아서 그러니? "
꼭 저 들으라고 한말 같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그냥 놀아라 했습니다.



가을 바람이랑 낙엽이랑 친구가 되서
자기만의 놀이 세계에 흠뻑 빠진 도담이는
길가에서 그렇게 한참을 놀았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는 그리 즐겁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몇일전에 도담이 또래 여자 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가
문화센터에서 낙엽놀이를 했다며 너무 괜찮더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저보고도 가보라고 그러는데
선뜻 가야겠단 말을 하지 못하는 저는 그저 부럽고 심란할 뿐이었습니다.

두어달 전엔 홈플러스에서 보낸 전단지에서
문화센터 가을학기 모집 광고를 보고 신청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은 못하고 말았는데요

그 얼마 안되는 비용조차도 부담스럽게 여겨지는 형편에
일주일에 한 두번 아이 데리고 다녀오면 되는 것도 저에겐 부담이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다니는 엄마들도 있는데 말이지요 ㅜ.ㅜ

" 문회센터 다녀요? "
" 아니요... "
" 나는 애 어릴 때 열심히 데리고 다녔는데... 다니면 좋아요~ 다녀요."
" 네... "

도담이 돌 전부터 주윗분에게서 문화센터 이야기를 들었고
블로그 이웃님들의 글에서도 가끔 문회센터 강좌 이야기를 접하기도 합니다.

문회센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사진과 글을 보면서
많이 부럽기도 하고 괜히 우리 아이만 뒤떨어지는 것 아닌가 싶어서
' 나도 보내야 하나? ' 생각만 열심히 했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직 말도 못하는 젖먹이 아들이
이런 엄마의 욕심과 불안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진 않을까 염려도 되었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줄 수 있는 문화센터...
시간 부담도 그리 크지 않아서 너무너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 엄마들이나 아이들도 분명 있지 않을까요?
남들 다 하니까... 내 아이가 뒤쳐질까봐... 마치 성적을 위해 꼭 가야하는 학원처럼 말이지요.

엄마도 아이도 모두 즐겁고 유익한 공간이 되길 바라면서
내년쯤엔 저도 가벼운 마음으로 도담이와 함께 문화센터 나들이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1. 4. 3. 07:05
도담이는 어떤 물건을 보면 처음엔 마치 탐색하듯이 뒤집었다 엎었다를 반복합니다. 그러다가 바닥에 던지듯 돌리고 굴리고 하면서 노는데, 그러다 제 맘대로 안되면 성질을 부리기도 하지요. 그 성질이라는 것이 칭얼대다 마는 경우도 있지만 좀 과격한 행동으로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땐 안되는 부분을 제가 도와주면 다시 잘 놀곤했답니다.

그런데 하루는 도담이의 과격한 행동이 오래 지속되는 걸 본 남편이 걱정스러운듯 물었습니다.
" 얘가 칫솔을 자꾸만 던지는 데 표정도 화난 것 같고 이상해. 이대로 둬도 괜찮은가? "
" 그냥 그러다 말거야. 가끔 그럴 때 있어~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저도 가서 보니 도담이 표정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아빠가 옆에서 달래려 해도 계속 칫솔을 던지고 줍는 행동만 반복하고... 뭐가 단단히 맘에 안드는 눈치였어요.

그 때 시간이 밤 11시쯤이었는데 제 짐작으로는 잠을 못자서 그러지 싶었습니다. 하루에 두번 낮잠을 자는데 그날은 한번도 푹 자질 못했거든요. 잠이 부족해서 스트레스를 받은 건지... 도담이는 제가 개다만 빨래도 집어던지며 상당히 신경질 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얼른 하던 설거지를 마저 끝내고 재우려고 했는데 갑자기 " 안돼! 그러면 안되는거야! " 호통치는 남편 목소리가 들리고 이내 도담이 울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왜 그러냐며 제가 안아 달래려는데도 남편은 저보고 다른 방에 가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도담이가 어느정도 진정이 된 후 저에게 주더군요. 젖을 먹이고 업어서 노래를 불러주니 도담이는 곧 잠이 들었습니다.

남편이 갑자기 도담이의 행동에 제지를 가한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도담이의 과격한 행동이 계속되자 걱정이 된 남편이 바로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답니다. 그런데 물건을 집어던지는 아이의 표정이 화난 것 같으면 그건 놀이가 아니라 분노와 스트레스를 그런 행위로 푸는 거라고 했다네요. 그럴 땐 빨리 아이의 분노를 풀어줘서 그 행위를 못하게 해야하는데 이유없이 아이의 그런 행위가 계속된다면 강하고 단호하게 그건 잘못된 행동임을 알려줘야 한다고요.

저는 아이가 그런 과격한 행동을 보일 때 옆에서 관심을 보이고 반응을 하면 아이가 계속 그런 행동을 할 것 같아서 그냥 무관심하게 지켜보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물론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지만 아이의 행동이 점점 심해지거나 멈추지 않을경우엔 제제를 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네요.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성격이 비뚤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요.
 



말 못하는 아이들도 분노와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걸 어떻게 풀어야 하는 지 알지 못하지요. 자신이 화가 났다는 걸 표정과 행동으로 밖엔 표현을 할 수 없으니 물건을 던지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겁니다.

그날 이후 도담이가 노는 것을 더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장난감뿐 아니라 숟가락, 젓가락, 양푼, 그릇... 손에 잡히는 건 모두 돌리고 던져 봅니다. 그러다 순간순간 신경질 적으로 던지는 행위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지켜 보고 있기 때문에 도담이에게 큰 위험요소만 없으면 던지는 물건에 대해 별로 제지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점점 힘이 세지니 가벼운 물건 보다는 무게감있는 것들을 더 가지고 놀려고 하네요.

다른 친구들이랑 놀다가도 자칫 도담이의 이런 행동으로 인해 친구를 다치게 할 수도 있는데... 던져도 되는 물건과 안되는 물건을 아이에게 인식시켜 주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



항상 이렇게 밝은 모습으로 자라주길 바라면서... 무지한 엄마 때문에 우리 아이가 난폭하고 비뚤어진 성격으로 변할 수도 있었다니... 순간 정말 아찔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격적인 육아는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절감을 하며 다시금 저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우리를 이렇게 잘 키워 주신 부모님께도 다시 한번 존경과 감사를 느낍니다.

앞으로 펼쳐질 육아의 험난한 길을 제가 잘 헤쳐나갈 수 있을런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해야 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보지만 여전히 근심과 걱정은 가시질 않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