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이 몇 일전 약 지으러 가셨다고 전화를 하셨는데 그게 엊그제 도착을 했습니다.

 " 정성스럽게 잘 챙겨 먹어라. "
잘 받았다고 감사하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어머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지난 추석 때 시댁에 내려가기 전날...
제가 너무 심하게 체해서 오바이트까지 하고
내려가는 날엔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질 못했더랍니다.
거기다 눈은 실핏줄까지 터져서 시뻘건 상태로 시댁에 갔습니다.

얼굴이 왜그렇게 빼쪽해 졌냐... 눈은 또 왜그러냐...
걱정스럽게 바라보시며 물으시는 어머니...
체해서 그런가 보다고 괜찮다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영 마음이 안놓이셨나 봅니다.

제가 워낙에 소화를 잘 못시켜서 자주 체하는데요
일부러 식사때 천천히 먹는데도 잘 안고쳐 지더라구요.

작년에 아이낳고 몸보신 제대로 못했다고 금산까지 데리고 가셔서 보약을 지어 주셨는데
암튼 그거 먹고 한동안은 체기가 많이 가셨었답니다.

" 그때 먹은 보약 한번 더 먹어야 겠다. "
그렇게 말씀을 하시더니 이렇게 또 보내 주셨습니다.

저희가 부모님께 해드려도 모자랄 판에 매번 이렇게 받기만 하니...
결혼 전 처음 인사 드리러 갔을때 부터 제가 약해 보인다고 맘에 걸려 하셨는데
그래서 더 감사하고 죄송스럽습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마음이 싱숭생숭 할 때
' 새아가 사랑해 ' 하고 보내주신 어머님 문자가 생각납니다.

당시엔 문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말씀이 참 낯설고 어색했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머님의 사랑을 이렇게 몸소 체험하고 있네요.

아직 저는 시부모님께도 친정 부모님께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남편과 아들에겐 자주 하면서도
다른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겐 그 말이 참 부끄럽고 어색하더라구요. ^^;;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다 갚을 순 없겠지만
' 사랑합니다 ' 말 한마디라도 진심을 담아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게 생각해보면 어려운 일도 아닌데 잘 안되네요.

말이 힘들면 글로 라도...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봐야 겠다고 다짐을 해봅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첫 돌때 도련님께서 저희 가족에게 써 준 편지 입니다.

예쁜 글씨만큼 내용은 더 예쁜...
읽고 또 읽어도 눈물이 앞을 가리게 만드는 
도련님의 진심이 담긴 편지랍니다.

도담이는 돌잔치를 시댁에서 했습니다.
잔치랄 것 도 없이 그냥 식당 예약해서 친지분들만 모시고 식사 대접이나 하려고 했는데
막상 이벤트도 하고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를 해주시니 잔치가 되어버리더군요.

돌잔치 다음날 도련님이 쑥쓰러워 하며 저에게 내민 주황색 봉투...
그 안엔 제법 많은 현금과 함께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우리 도담이 돌이라고 반지도 해주셨는데...
한달 월급을 고스란히 다 쓰신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부담도 되었습니다.

아직 서로 서먹해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도련님 일이 3교대라서 얼굴 보기가 힘들 때도 많았는데
서로 표현은 못하고 지냈어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따뜻하신 분이란걸
다시 한번 깨달았답니다.

남편은 여태까지도 이 편지를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형 노릇 제대로 못하는 미안함에 차마 읽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내용은 대충 이야기 해주었지만요^^;;

지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핑계로
부모님도 도련님도 잘 챙겨드리지 못하는 못난 형수라서
도련님의 마음에 더더욱 고맙고 미안했네요.

" 그거 다 빚이야~ 나중에 돌려줘야 되는 거 알지? "
제가 도련님께서 주신 성의를 그냥 받아도 되는 건지
어머님께 말씀드렸더니 웃으며 하신 말씀입니다.
어머님도 이미 알고 계셨더라구요.

지금은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으로...
그렇게 밖에는 달리 보답할 길이 없지만
남편도 저도 가족들에게서 받은 관심과 사랑을 베풀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