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이 이야기 세번째 ' 숨바꼭질과 커트 사건 '

지난 달... 옆집에 새로 이사를 왔는데 싱크대 공사를 한다고 엄청 시끄러웠습니다. 드르륵~ 두두두두! 드릴 소리와 망치질 소리에 낮잠이 깨버린 도담이... 소리가 들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며 우는 통에 도저히 집에 있을수가 없었습니다.

공사가 두시간은 더 걸린다는데 추운날 아이 데리고 마땅히 갈만한 곳도 없고... 그래서 동네 언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 언니, 우리 옆집에 공사를 하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도담이가 자꾸 울어요. 잠깐 언니네 가 있어도 되요? "
" 어... 나 지금 빈이 데리고 마트 갔다가 들어가는 길이야. 조금만 기다려. "

잠시후... 완전무장을 한 빈이와 언니를 만났습니다. 빈이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목도리로 얼굴을 감쌌는데 눈도 안보이더군요. 제가 인사를 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길래 자나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빈이가 키득거리며 웃었습니다.
" 어머,,, 빈이 안자네? 언니 근데 얘 왜 웃는 거에요? "
" 응~ 지금 자기가 숨었다고 생각해서 그래. 저가 안보이면 아무도 자길 못보는 줄 알거든. 숨바꼭질 할 때도 머리만 숨기고 찾으라 그런다니까. "

눈만 감으면 투명인간이 되는 줄 아는 건지... 해리포터에 나오는 투명 망토라도 둘렀다고 생각을 하는건지...^^ 암튼 아이의 이런 순진무구함이 한편으론 어이없고 황당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싸고 나갔는데도 많이 추웠던지 한참을 오들오들 떨던 빈이... 저에게 먹을 걸 가져다 주며 옆에 앉았는데 머리가 너무 이상했습니다. 커트도 아닌것이 바가지도 아닌것이...

" 언니! 빈이 머리가 왜 이래요? "
" 어... 그거? 빈이가 가위 가지고 놀다가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버려서 그래. "
" 아이구... 근데 미용실 가서 안다듬었어요? "
" 다듬은 게 그정도야. 더이상은 안된다더라고 ^^ "


앞머린 너무나 짧고 뒷머린 단발이고... 그런 빈이를 보면서 저는 또 웃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이 시기의 아이들이 다 빈이 같은 건지... 아니면 빈이가 좀 더 유별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니가 빈이를 대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도담이가 커 가면서 어떤 황당한 질문들과 엉뚱한 행동들로 엄마 아빠를 곤란하게 만들런지 무척 기대가 되는데요 갈수록 아이들이 세상과 현실에 눈 뜨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요즘... 우리 아이의 순수함을 오래오래 지켜주기위해 어른들이 좀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하지 않을까요?

( 오늘로 빈이 이야기는 마무리를 지으려고 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는지 모르겠어요^^ 다음에 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
Posted by 연한수박
빈이 이야기 두번째 ' 물수건 사건 '

두어달 전 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동안 언니와 연락이 뜸했었는데 알고보니 언니 남편이 입원을 했었다고 하더군요. 무슨 음식을 잘못 먹었는지 장염에 심하게 걸려서 일주일정도 병원에 있었다구요.

열이 높은데다 설사는 계속하지 제대로 먹지는 못하지... 병원에서도 많이 힘들었던 것 같은데... 근데도 언니는 별일 아니라고 일부러 주위에 알리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아빠가 출근을 하면 따라가겠다 때를 쓸 정도로 아빠를 좋아하는 빈이... 아침이면 병원에 가자고 먼저 나서기도 했답니다. 매일 아침 병원에 가서 간호 하기를 몇일째... 하루는 빈이가 직접 아빠를 간호하겠다고 그러더랍니다.

엄마가 아빠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 주는 모습이 잼있어 보였던 건지... 엄마가 수건 짜는 걸 도와주겠다는 것도
마다하고 구지 저가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라네요. 그래서 어쩌나 지켜 봤는데 자기 손수건을 꺼내더니 물에 담궜다가 짜지도 않고 아빠 이마에 척 올려 놓더랍니다.

손수건에서 줄줄 흘러내린 물 때문에 아빠는 곤욕스러워 하고 베개는 다 젖고... 하지만 사랑스런 딸래미가 간호를 해주는데 뭐라고 했겠어요? 그저 웃을 수 밖에...^^;;

결혼 전 간호사였던 언니는 빈이가 4살이 되면서 다시 일을 시작했었습니다. 집안일과 육아에 시달리다보니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일주일도 안되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이유는 태어나 처음으로 어린이집 생활을 하게된 빈이가 아팠던 것!!

항상 엄마와 함께 있다가 떨어져 있어서 그랬을까요? 일주일 정도를 고열에 시달리며 구토까지 하는 빈이를 두고 계속 출근할 수 없었던 언니는 일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꿈도 중요하고 돈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들을 자식보다 우선할 수 없는 것이 다 같은 부모 마음인가봅니다.

미운 4살이라 부를 정도로 이시기의 아이들이 다루기도 어렵고 키우기도 힘든 것 같은데요 비록 아빠를 힘들게 하긴 했지만 아이가 아빠를 간호하는... 그런 사랑스런 모습들이 어렵고 힘든 마음을 잊게 만드는 거겠지요^^

몇일전 EBS의 어떤 프로그램에서 딸 셋을 어린이집에도 유치원에도 보내지 않고 엄마가 집에서 함께 놀아주며 교육을 하는 분을 보았습니다. 그분이 유아 교육을 전공했고 유치원 교사도 했던 분이긴 했지만 그 모습이 참 대단해 보이고 부러웠답니다.그리고 저도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아이를 그렇게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갈수록 육아는 어려워지고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의 지금 순간순간들이 너무 아까워서 시간이 좀 더디 갔으면 하는 바램도 있는데요 그만큼 지금이란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우리 아이에게 좀 더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v오늘은 동네 언니 딸래미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올해 5살된 빈이는 아주 활동력이 왕성한 여자 아이랍니다. 잠시도 가만 있질 않아 언니가 힘들어하지만 참 밝고 이쁜 아이입니다. (사실 저도 잠깐 봐준 적이 있었는데 정말 아주 잠깐이었는데도 힘들었어요^^)

교회를 집 옆으로 옮기고 처음 구역 예배에 참석하던 날... 그 날 언니와 빈이도 처음 만났습니다. 그 땐 낯설어서 그랬는지 제가 보고 웃어도 모른척 하더니 두어번 빈이네 놀러가고 부터는 이모라고 부르며 잘 따라 주더군요. 도담이가 태어난 후엔 빈이가 도담이를 무척 이뻐해서 서로 더 자주 왕래를 했었습니다.

가끔 그렇게 만나면 언니랑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는데 그 대화 내용이란게 아이나 남편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네요^^;; 이것도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언니가 성격도 밝고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해서 만나면 항상 즐거운데요 특히 지금 한참 말을 배우고 있는, 이쁜짓 많이 할 때인 빈이 이야기는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납니다.

오늘은... 빈이 이야기 첫번째! '모기향 사건' 입니다.

어느 여름 날 있었던 일인데요 언니네가 15층이라 모기가 잘 없는데 (원래 모기는 높은 곳까지 못올라온다 합니다.) 창을 열어놓으면 간혹 바람타고 올라오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람을 따라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모기가 한마리만 있어도 밤잠을 설치게 마련인데 아이까지 있으니... 그래서 언니는 전자 모기향을 사다 피웠답니다.

빈이는 처음 보는 전자 모기향이 신기했던지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 엄마! 이게 뭐야? "
" 응~ 모기약이야^^ "
" 모기약? 모기도 약먹어? 모기가 감기에 걸렸어요? "

모기가 감기에 걸렸냐니... 어쩜 생각하는 것도 이렇게 귀여운지... 그런데 절 더 놀라게 한 것은 언니의 대답이었습니다.
" 아니~ 모기가 무슨 감기에 걸려. 모기약은 모기를 죽이는 약이야. "

언니는 사실 그대로 얘기했을 뿐인데 놀랄 일이 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전 언니가 그렇게 직접적으로 설명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빈이의 순수하고 기발한 질문에 언니는 어떤 재치있는 대답을 했을까... 저도 나중에 참고할 요량으로 기대를 하고 있었거든요.

모기약을 아무리 미화해서 좋게 얘기 하려고 한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이상 딱히 좋은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병을 낫게 하는 게 약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에게 모기를 죽이는 약도 있음을 가르쳐 주긴 해야하지만 언니의 직접적인 표현을 빈이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아이들이 하는 아주 흔한 질문 중에 엄마 아빠를 정말 난처하게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 난 어떻게 태어났어요? ", " 아기는 어떻게 생겨요? "
이때부터 본격적인 성교육이 시작 되는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부모의 대답이 아주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거짓말로 얼렁뚱땅 넘어가기 보다는 아이의 입장에서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을 해주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얼굴을 붉히거나 당황하지 않으려면 우선 부모가 먼저 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네요.

요즘 부쩍 옹알이를 많이 하는 도담이^^ ' 아빠바바바... 빠빠아~ 으으~~ '
이러다 어느순간 말문이 트이겠지요?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더 이쁘다는데 한편으론 기다려지면서도 조금은 걱정도 되는데요 아이가 쏟아낼 무수한 질문들에 지혜롭게 대답을 해주려면 지금부터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