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이 이야기2012. 1. 14. 07:53


정말 오랜만에 도담이랑 같이 셀카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도무지 가만히 있어주질 않아서 겨우 이거 한장 건졌네요.

볼에다 뽀뽀해주는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그래서 도담이가 더 몸부림을 쳤답니다.

아마 우리 도담이만큼 뽀뽀를 싫어하는 아가도 없을거에요.
지금 22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아직 한번도 뽀뽀란걸 해준 적이 없습니다.

엄마, 아빠가 " 뽀뽀~ " 그러면 고개를 피하기 바쁘답니다.
그래도 이쁘다고 억지로라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요즘은 볼이나 이마를 대줄 때도 있네요.

교회에서 도담이 또래 여자 아이가 엄마 볼에 뽀뽀를 해주길래
" 이모도 해줘~ 뽀뽀~ " 그랬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제 볼에도 뽀뽀를 해줬습니다.
아들한테도 못받아 본 뽀뽀를... ㅡ.ㅜ

도담이는 왜 이렇게 뽀뽀를 안해줄까?
몰라서 안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싫어서 그러나?
남편이랑 이런 대화를 나눈적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그냥 싫어서 그러겠거니 했었는데
최근엔 어쩌면 수줍어서 그러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목욕을 하거나 기저귀를 갈 때
남편이 너무 귀엽다고 도담이 고추를 한번씩 만지곤 하는데
요즘들어 유난히 싫은 내색을 하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더라구요.

이제 도담이도 부끄럽다는 걸 알게 된 건지...
아니면 그동안은 표현하는 법을 몰랐던 건지...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부모가 그것을 빨리 알아채고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면서
올바르게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데...

그게 머리로는 알면서도 실천하기가 참 어렵네요.
아무튼 저도 남편도 좀 더 조심스럽게 행동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뽀뽀를 안하려는 것도 수줍어서 그런거면
억지로는 안하는 게 더 좋을까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Posted by 연한수박


저희 집에도 작은 트리가 생겼습니다^^
도담이 때문에 하나 장만할까 하다가 말았었는데
도련님이 그런 제 맘을 어찌 알았는지 사다주신 거랍니다.

원래 3교대 근무라서 시댁에 가도 얼굴 보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이번에 내려갔을 땐 비수기라 그런지 주 5일 근무로 바뀌었다더군요.

퇴근시간도 빨라서 6시 전에 들어오시는데
저랑 도담이 먹으라고 케익이랑 빵을 한아름 사들고 오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거실에 귀여운 트리와 비누 세트가 놓여 있었습니다.
어머니께 왠거냐고 여쭈었더니 도련님이 저희 주려고 사오셨다네요.

반짝반짝 불빛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앙증맞은 트리를
도담이도 신기한지 유심히 들여다 보고는 살짝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이 트리 덕분에 올 크리스마스는 더 따뜻하고 즐거울 것 같네요.



그리고 핸드 메이드라고 적힌 비누는
천연재료로 만든... 색도 모양도 너무 이쁜 비누였습니다.
( 이거 아까워서 어떻게 쓰나...^^;; )

이번에 시댁에서 지내는 일주일 동안
식사 준비도 어머님이 거의 다 하시고
저는 기껏해야 설거지 정도만 도와드렸는데도
몸 상태가 별로 좋질 못했습니다.

도담이랑 놀아주다 낮잠 자면 같이 자고 밤에도 일찍 자고...
오히려 집에서 보다 더 편히 지냈는데도 왜 그리 피곤하던지요.

밖에서 힘들게 밭일 하고 들어오시는 부모님께 차마 내색도 못하겠고
몇일은 소화가 잘 안되서 식사 때마다 많이 불편했습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얼굴에 울룩불룩 뽀루지 같은 게 올라오더군요. ㅡ.ㅡ;;;

설마... 혹시 도련님이 그걸 보고 비누를 사오신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아들만 둘인 집에서 딸 노릇을 톡톡히 하는 세심한 도련님이라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답니다.

아가씨도 아니고 도련님에게 비누 선물을 받다니...
이것 참 쑥스럽고 부끄럽네요 ㅎㅎ;;

거기다 매번 이리 받기만하고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해서
감사한 마음 보다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답니다.

원체 자기 관리라는 걸 잘 못하는 데
아이까지 낳아 키우다 보니 더욱 제 자신에게 소홀해지게 되었는데요
앞으로는 신경을 좀 써야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데리고 산책가는 길...

놀이터 부근에 다다르니 아이들이 잠자리채를 들고 곤충채집을 하고 있습니다.

" 야~ 여기 매미 죽었어~ "
한 여자 아이가 죽은 매미를 발견하고는 친구들을 부릅니다.

" 어디? 어디? " 
하며 뒤쫓아간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듯 매미를 바라봅니다.

" 우리 여기에 매미 묻어주자! "
" 그래~ 그럼 매미도 하늘나라에서 고마워할거야~ "
그리고는 열심히 땅을 파서 매미에게 무덤을 만들어 줍니다.
매미 무덤에 빨대를 꽂아서 묘비까지 만들어주는 센스 있는 아이들^^

순진무구한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어렴풋 어릴적 친구랑 병아리 무덤을 만들어 줬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남편에게도 그 이야길 해주었더니 아이들이 몇살쯤 되느냐고 묻습니다.
초등학생 같아 보였다니까 아직도 그렇게 순수한 아이들이 있냐고 하더군요 ㅡ.ㅡ;;

언젠가 초등학생이 담배를 피우고 야동까지 본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설마설마 하면서 갈수록 무서워지는 세상에 한숨이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일찍 세상에 눈뜨고 어른스러워 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구요.
그것이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란 생각에 부끄러워졌습니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아직은 맑고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아이들이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이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을 우리 어른들이 잘 지켜주어야 할텐데요
오히려 아이들만의 공간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