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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23 신혼부부 당황하게 한 이태리 공항 직원의 영어 발음 40
저희는 신혼여행을 이태리로 갔습니다.

시어머님이 제주도로 가면 비용을 모두 내주신데서
저는 제주도로 가자고 그랬는데요
남편이 무조건 해외로 나가야 한다며
여기저기 알아보고 결정한 곳이 이태리랍니다.

처음 가는 해외여행... 짐 싸는 것 부터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행여나 검색대에서 걸릴까봐 짐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화장품도 용량이 적은 것만 챙기고 나머진 다 샘플을 가지고 갔어요.

공항에 가본 것도 비행기를 타본 것도 생전 처음이라 많이 설레고 두렵고 떨렸습니다.
거의 12시간을 비행해야하니 혹시 몰라 멀미약도 사먹었습니다.

가이드 아저씨가 티켓도 다 끊어주고,
짐 부치는 것 부터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어서 그나마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저희들 짐만 검색대에서 딱 걸리고 말았습니다.

??? 뭐지??? 왜 걸렸지???
당황한 저희들에게 젊은 직원이 다가와 가방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거기엔 자기 모습을 뽐내기라도 하듯 선명하게 찍힌 가위가 있었습니다.



너무 꼼꼼해도 탈이라고
화장품 샘플 자를 때 쓰려고 작은 가위를 하나 챙겼는데 그게 딱 걸린거였죠.
아무리 몰랐다고는 하지만 어찌나 부끄럽던지...
가위는 폐기처분 되었습니다. ㅎㅎ

그런데... 이젠 가위도 없는데...
이태리에서 돌아오던 날 또 공항 검색대에서 걸리고 말았습니다.
또야??? 왜???

이태리 공항 직원은 저희들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 뚜빅! "

남편과 저는 정말 난감했습니다.
이태리말은 전혀 모르는 상태고 영어도 잘 못하니
서로 ' 어떻하지? ' 눈빛 교환만 하고 있는데
공항 직원이 웃으면서 또 말했습니다.
" 뚜빅! 뚜빅! "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
저는 물병만 하염없이 바라 보았습니다.

그때 뒤늦게 떠오른 사실이 있었으니
용기가 100ml 이상이면 기내 반입이 안된다는 거~ ㅜ.ㅜ

여행중 마시던 물병을 아무생각없이 들고 다니던 가방에 넣어뒀는데
그게 걸릴 거라는 걸 남편도 저도 미처 생각을 못했던거죠~

" 뚜빅! "
그제서야 그 말이 " Too big! " 으로 들렸습니다. ㅠ.ㅠ

" 오빠~ 이거 물병이 너무 크다는 말인가봐~ "
저는 남편에게 속삭였습니다.

" Yes. OK~~ "
그제서야 남편은 공항 직원에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물병은 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갔고 저희는 무사히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직원도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저희가 못알아 들을 걸 알고 ' 뚜빅 '만 반복했던 걸까요?

모두가 알아듣는 말을 저희만 못알아 들은 건지...
암튼 저희는 공항 직원의 아주 된 발음에 무척 당황을 했었습니다.
(ㅎㅎ 갑자기 크리스티나가 생각나네요~~^^;)

돌아오는 날까지 " 나 비행기 처음 타요~~ " 티 팍팍 내면서 다녀온 신혼여행...
많이 지나긴 했지만 글을 쓰면서 다시 돌아보니 웃음이 납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