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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19 출산 후 처음 간 극장, 젖먹이 떼놓고 다녀왔더니... 9


추석 전날...
아침 일찍부터 음식 장만 하느라고 무척 분주했습니다.
일요일이라 교회도 다녀와야 했기에 더 바빴답니다.

저희는 제사는 지내지 않지만 그래도 전은 많이 부치는 편입니다.
홍어전, 깻잎전, 동태전, 버섯전, 꼬지... 등등
종류별로 조금씩 부치고 나면 세채반 정도 되는데
작은 어머님 말씀으론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줄은거라고 하시더군요.

그나마 도담이가 낮잠을 잘 자주어서
저도 허드렛일이나마 도와 드릴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
남편은 오랜만에 만난 사촌 동생들과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사촌 동생들이지만 나이 차이가 10살 이상 나다 보니
명절에나 겨우 얼굴을 보는 동생들이 심심해해도 놀아줄 거리가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도 남편은 명절날이면 늘 동생들을 극장이나 노래방에 데리고 갑니다.
그래서인지 도련님이나 아가씨나 남편을 무서워 하면서도 잘 따르는 편이랍니다.

" 우리 영화 보러 갈껀데 같이 갈래? "
막 도담이 젖을 먹이고 재우려는데 남편이 물었습니다.

" 가고 싶으면 다녀와. 도담인 내가 봐줄테니. "
마침 옆게 계시던 시어머님도 다녀오라셨습니다.

그래도 제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어머니께서 먼저 도담일 업고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가보냐 싶어서 남편을 따라나서긴 했는데
극장에 가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저희가 보려는 영화는 최종병기 활...
가장 빠른 시간이 10시 반이었습니다.
한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데 괜히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도담이가 그때까지도 잠을 자지 않고 있었습니다.
영화는 저만 안피곤하면 보고 오라셨지만
너무 늦은 시간인 걸 아시고는 그냥 왔으면 하는 눈치였습니다.

남편에게 얘길 했더니 이왕 온 거 다른 생각은 하지 말라합니다.
그냥 맘 편히 먹고 재미있게 보고 가자구요.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남편도 아가씨도 도련님들도 모두 만족스러워했답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새벽 1시...
작은 아버지만 아직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습니다.
조심조심 저희들 방문을 열어보니 어머님도 도담이와 함께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저희들 소리가 들리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른 방으로 가시는데 어찌나 죄송하던지요.
잠든 도담이에게도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다음날 어머님께서 그러시는데
도담이가 좀처럼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합니다.
밖에서 차 오는 소리만 나도 혹시 엄마, 아빤가 싶어 한참을 그쪽만 바라봤다구요.

그 얘길 들으니 마음이 더 짠했습니다.
그리고 유독 저에게서 안떨어 지려는 도담이에게 너무너무 미안했답니다.
그놈의 영화가 뭐라고... 극장에서 못보면 빌려봐도 되고 다운받아 봐도 되는 것을...

평소 매일같이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면서
보고싶은 프로그램도 맘편히 못보고
제 시간이란 걸 제대로 가지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가끔은 허무하고 무기력해 지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가고 싶던 극장엘 다녀와보니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본 기쁨보다는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던 마음과
어머니와 젖먹이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훨씬 더 컸습니다.

저도 어느새 아이와 함께 하는 데 모든 것이 익숙해져 버렸나봅니다.
꼭 분신처럼... 아이가 엄마랑 떨어지면 불안하듯이 저도 꼭 그런 마음이 들었거든요.

나중에 도담이가 훌쩍 커버려서 더이상 엄마를 찾지 않을 때가 되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그리울까요?
너무나 아까운 이 시간들... 더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고, 함께해주어야 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