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도담이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동네 언니 집에 불쑥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흐린 날씨에 바람도 찬데다

도담이도 자꾸만 이모집이나 집사님 집에 가자길래

언니한테 전화를 했더니 와도 괜찮다고...

너무너무 고마웠습니다.


언니 집에 들어서자마자

도담이는 여느때 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싱크대 문을 열더니

냄비를 종류별로 꺼내서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언니가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도담이가 놀면서도 텔레비전으로 자꾸 눈이 가니까

언니가 다른 곳으로 채널을 돌리며 물었습니다.


" 도담이도 TV보네. 만화 틀어줄까? 만화 보는 거 있어? "


" 아직... 스토리 있는 거 보다는 동요나 광고 보는 거 좋아해.

  그래도 저 재미나게 보는 거 아빠가 틀면 도담이가 뭐라고 한다.

  애 아빠는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면서 보거든. "


" 남자들 다 그래. 우리 신랑도 그래서 내가 뭐라고 하잖아. "


" 언니 신랑도? 그래도 난 내가 정말 보고 싶던 거 아니면 별 말 안하는데... "




결혼 초에는

그렇게 채널을 돌리면서 텔레비전을 보는 남편에게

저도 뭐라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좀 볼만 하면 틀어버리고

내용 좀 알만하면 또 틀어버리고

정신이 없기도 하고 짜증도 나더라구요.


그러면 남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 볼 만한 게 없어서. "

" 이것도 보고 싶고 저것도 보고 싶어서. "


드라마 두 세개를 돌려가면서 보면

중요한 장면을 놓칠 수도 있고

맥이 끊겨서 재미가 없던데

그걸 무슨 재미로 보는 건지...


볼 만한 게 없으면 그냥 꺼버리지

왜 그러고 있나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광고가 나오면 그걸 또 못보더라구요.

재미가 없어도 맥이 끊겨도

꼭 다른 채널로 틀어버립니다.


광고 끝났나 확인하려고 다시 돌리고

무슨 광고가 이리 기냐고 잔소리하며 또 돌리고...


그나마 다행인 건 주말에만 그런다는 건데요

그렇게 한 번 씩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니

특별히 뭐라고 하진 않습니다.


다만 요즘엔 아빠가 그러고 있음 아들이 딴죽을 겁니다.

자기가 보고 있는 거 틀었다고...


근데 도담이가 보고 있던 게

남편이 그렇게 보기 싫어하는 광고라는 거 ㅋㅋㅋ


아들이 칭얼대서 다시 틀어줬는데

이미 그 광고가 끝나버려서 도담이가 울었던 적도 있네요.^^;;


Posted by 연한수박



토요일 저녁...

식사를 하며 '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을 보고 있는 내 모습... ㅋㅋ


아이에게 텔레비전이 좋지 않다는 걸 알기에

평일엔 유아 프로그램만 잠깐씩 볼 뿐 거의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말 저녁 시간 대에 하는 드라마 만큼은 꼭 챙겨서 보는데요

이 시간 만큼은 방해받지 않고 드라마에 푹~ 빠지고 싶답니다.


고작 드라마 한 편 보는 것을 유일한 낙이라고 하기는 싫지만

정말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드는군요. ㅡ.ㅡ;;


이런 아내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남편이기에

도담이가 심하게 치근댈 때는 일부러 아이스크림을 산다며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오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남편이 하는 말이 있어요.

" 완전 드라마에 푹 빠졌네. 그러다 TV 속으로 들어가겠어~ "


그 얘길 들을 땐 그냥 웃어 넘겼었는데

남편이 찍어 놓은 사진을 보니 남편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겠더라구요.

내 모습이 정말 이정도일 줄은... ㅎㅎ;;


텔레비전이라는 것이

사람을 이렇게 빠져들게 만드는 구나 싶어 무섭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넝쿨당' 보는 것 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

이것이 텔레비전 (or 드라마) 의 마력인가 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