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이 첫 돌때 도련님께서 저희 가족에게 써 준 편지 입니다.

예쁜 글씨만큼 내용은 더 예쁜...
읽고 또 읽어도 눈물이 앞을 가리게 만드는 
도련님의 진심이 담긴 편지랍니다.

도담이는 돌잔치를 시댁에서 했습니다.
잔치랄 것 도 없이 그냥 식당 예약해서 친지분들만 모시고 식사 대접이나 하려고 했는데
막상 이벤트도 하고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를 해주시니 잔치가 되어버리더군요.

돌잔치 다음날 도련님이 쑥쓰러워 하며 저에게 내민 주황색 봉투...
그 안엔 제법 많은 현금과 함께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우리 도담이 돌이라고 반지도 해주셨는데...
한달 월급을 고스란히 다 쓰신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부담도 되었습니다.

아직 서로 서먹해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도련님 일이 3교대라서 얼굴 보기가 힘들 때도 많았는데
서로 표현은 못하고 지냈어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따뜻하신 분이란걸
다시 한번 깨달았답니다.

남편은 여태까지도 이 편지를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형 노릇 제대로 못하는 미안함에 차마 읽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내용은 대충 이야기 해주었지만요^^;;

지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핑계로
부모님도 도련님도 잘 챙겨드리지 못하는 못난 형수라서
도련님의 마음에 더더욱 고맙고 미안했네요.

" 그거 다 빚이야~ 나중에 돌려줘야 되는 거 알지? "
제가 도련님께서 주신 성의를 그냥 받아도 되는 건지
어머님께 말씀드렸더니 웃으며 하신 말씀입니다.
어머님도 이미 알고 계셨더라구요.

지금은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으로...
그렇게 밖에는 달리 보답할 길이 없지만
남편도 저도 가족들에게서 받은 관심과 사랑을 베풀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이번 추석은 주말이 끼었음에도 참 짧았습니다.
공휴일이 겹치지 않고 주말이 명절 연휴 뒤에 붙으면 얼마나 좋을까... 늘 아쉽기만 하네요.

" 이번 추석은 연휴가 짧아서 부산까진 못갈 것 같은데... "
남편이 한달쯤 전에 미리 이야기를 했습니다.
" 하루 정도 휴가 못내? 멀어서 자주 가지도 못하는데 명절날이라도 봐야지. "
" 요즘 일 바쁜 거 알잖아... 휴가는 힘들어. "
" 그래두... 엄마, 아빠 서운해 하실텐데... "

제가 서운한 빛을 보이자 남편은 미안하다고 다녀오자고 했습니다.
남편 속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맘에 걸렸던 저는
달력을 뒤적이다가 10월 3일이 월요일인 걸 발견했습니다.

친정 부모님이 많이 서운해 하실테지만
남편과 상의 끝에 친정은 10월 초에 가는 걸로 결정을 했습니다.

추석 전날 친정 엄마께 전활 드렸더니 마침 남동생이 외박을 나왔다고 했습니다.
음식 하는 거 도우려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나왔다고 하더군요.
두분이서 적적하실까 걱정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여동생은 부산에서 일을 하니 멀리 살아도 수시로 친정엘 다녀가고
이번 추석에도 시댁 가기전에 친정에서 자고 갔다더군요.
잘되었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저만 자식 노릇 못하는 것 같아 많이 죄송했습니다.

" 그러게 왜 멀리 시집을 가가지고... 미워~ "
엄마도 이해는 해주시면서도 많이 섭섭해 하셨습니다.

" 친정엔 언제가? "
함께 음식 장만을 하던 작은 어머니가 물었습니다.
" 이번에 연휴가 짧아서 10월 초에 가려구요. "
" 그땐 그때고 명절날 친정엘 가야지~ 이렇게 안가버릇 하면 계속 못가. "

작은 어머닌 저 생각해서 하신 말씀이었지만
아까 엄마가 한 말이 생각나서 저는 마음이 더욱 무거워 졌습니다.

그래도 명절은 즐겁게~~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식사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도담이가 아직 말도 못하고 애교도 부릴 줄 모르는데다 낯까지 가려서 난감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도담이 덕분에 어른들이 무척 즐거워 하셨답니다.
도담이가 사랑을 많이 받았죠~^^

추석날 저녁엔 이모님댁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도담이가 너무 심하게 보채서 저와 남편이 먼저 집으로 돌아 왔는데요
남편이 친정 부모님께 전화를 넣어 달라고 했습니다.
직접 하기엔 쑥쓰러웠던가 봅니다.

그렇게 남편이 못 찾아 뵈서 죄송하다고 명절은 잘 보내셨냐며
친정 부모님과 통화를 하는 걸 보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통화를 끝낸 남편은 저에게도 한마디 건넸습니다.
" 맏며느리 노릇 하느라 힘들지? 고맙고 미안해~ "
내가 뭐 한 게 있냐며 괜찮다고 대답을 하면서도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서운했던 마음이 확 풀어지는 기분이었답니다.

솔직히 좋은 시부모님 만나 시집살이도 모르고 사는 저이지만
그래도 명절을 지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는데요
명절날 고생하는 마누라 걱정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남편이 있어서
피곤함과 서운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데리고 산책가는 길...

놀이터 부근에 다다르니 아이들이 잠자리채를 들고 곤충채집을 하고 있습니다.

" 야~ 여기 매미 죽었어~ "
한 여자 아이가 죽은 매미를 발견하고는 친구들을 부릅니다.

" 어디? 어디? " 
하며 뒤쫓아간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듯 매미를 바라봅니다.

" 우리 여기에 매미 묻어주자! "
" 그래~ 그럼 매미도 하늘나라에서 고마워할거야~ "
그리고는 열심히 땅을 파서 매미에게 무덤을 만들어 줍니다.
매미 무덤에 빨대를 꽂아서 묘비까지 만들어주는 센스 있는 아이들^^

순진무구한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어렴풋 어릴적 친구랑 병아리 무덤을 만들어 줬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남편에게도 그 이야길 해주었더니 아이들이 몇살쯤 되느냐고 묻습니다.
초등학생 같아 보였다니까 아직도 그렇게 순수한 아이들이 있냐고 하더군요 ㅡ.ㅡ;;

언젠가 초등학생이 담배를 피우고 야동까지 본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설마설마 하면서 갈수록 무서워지는 세상에 한숨이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일찍 세상에 눈뜨고 어른스러워 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구요.
그것이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란 생각에 부끄러워졌습니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아직은 맑고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아이들이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이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을 우리 어른들이 잘 지켜주어야 할텐데요
오히려 아이들만의 공간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저희 시할아버님은 몇년 째 병원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치매에 걸리신 시할아버님을 시부모님이 모시고 사셨는데
농사일로 바쁘신 두분이 돌보시긴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몰래 집을 나가셔서 길을 잃으시기도 수차례...
증상이 점점 심해지니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입원을 시키셨답니다.

제가 결혼할 당시에도 할아버님은 병원에 계셨습니다.
장남인 남편을 유난히도 이뻐하셨던 할아버님은 지금도 늘 남편만 찾으신답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남편 모습을 기억하시는 탓일까요?
막상 찾아뵈어도 못알아 보실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러니 남편도 어색해서 할아버님께 말 붙이기를 어려워 하더군요.
저라도 좀 살갑게 해드리면 좋을텐데... 옆에서 멀뚱히 서있기만 합니다. ㅡ.ㅜ

할아버님 생신날...
고모 할머님 두 분을 모시고 병문안을 갔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병실 밖에 나와 계셨습니다.
" 어머~ 오늘 반가운 손님이 올 줄 알고 계셨나봐요. "
평소엔 병실에서 잘 안나오시는 분인데 그날은 계속 병실 밖을 서성이셨답니다.

고모 할머님은 오랜만에 만난 오빠를 보며 몰래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 아유~ 손발이 왜이렇게 차. " 하시며 연신 만져 주시고
집에서 챙겨오신 복숭아랑 옥수수를 드시는 할아버님을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하셨습니다.

저희는 옆에서 또 멀뚱멀뚱...

병실에는 치매에 걸리신 분들 뿐 아니라 몸이 불편하신 어른신들과
어린 아이도 한명 있었습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아서 누워 있는 아이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에 뭉클해졌습니다.

그리고 제 품에서 곤히 잠 든 도담일 보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모두 스스로를 돌보시기 힘든 분들이라 간호사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쉴 새없이 왔다갔다... 무척 분주하게 움직이시더군요.
그리고 저희들 앞을 지나실 때마다 할아버님께 말을 건네셨습니다.
가족들이 와 있어서 좀 더 신경을 쓰는 듯 보였습니다.

그때 다른 병실에서 아주 밝은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나 안보고 싶었어? 난 보고 싶었는데... "
언뜻 소리를 듣고는 누군가 가족이 병문안을 왔나보다 했습니다.

슬쩍 그쪽을 바라보니 넉살 좋게 보이는 아주머니가
할머니에게 안기며 애교(?)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복장을 보니... 간호사 였습니다.

그 분이 복도를 지나다 할아버님을 보고는 손을 덥썩 잡으시며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아마도 한동안 일이있어서 못나오다가 오랜만에 오신듯 했습니다.

" 아이~~ 손에 뭘 이렇게 묻혔어? 여기 ○○할아버지 응가 만졌는데? "
하시더니 위생장갑을 끼시고 물티슈를 가져와 손톱 밑까지 깨끗하게 닦아주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데 순간 저는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사실 저도 할아버님 손에 뭔가 묻은 걸 보긴 했습니다.
근데 선뜻 닦아드리겠다는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ㅠ.ㅠ

저흰 가족임에도 그저 병문안차 잠시 다녀갈 뿐
그 잠시동안도 할아버님께 살갑게 못해드렸는데
아무리 직업이라지만 진심으로 환자를 위하는 맘이 없다면
그렇게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감사했습니다.

고모 할머님 두분도 간호사들이 좋아 보여서 한시름 놓으시는 듯 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이렇게 할아버님 병문안을 다녀올 때면 마음이 많이 착잡합니다.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잘 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고
부모님 생각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당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친정 부모님...
이렇게 사진으로만 보면 세상에 금술 좋은 부부 하나도 안부러울 것 같은데
그동안 참 많이도 다투셨답니다.

매일 얼굴 맞대고 살 때는 잘 몰랐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가끔씩 뵐 때마다 두분 얼굴에서 세월이 지나는 흔적이 보입니다.

우리에게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부모님...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사진 속 모습처럼 늘 행복하시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친정 엄마가 부탁이 있다며 전화를 하셨습니다.
전화상으로 보험 가입을 했는데 취소 좀 시켜달라구요.

엄마가 거래하고 있는 은행에서 폰으로 전화를 해서는
한달에 10만원에서 15만원 넣는 연금 상품을 소개했던 모양입니다.
월 복리로 만기에 엄청난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혹한 우리 엄마...
거래하던 은행이니 별다른 생각없이 덜컥 가입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전화상으로만 가입을 한거라 영 찜찜했던가 봅니다.
통장에서 돈은 빠져 나갔는데 증권도 영수증도 못받았다네요.
(나중에 취소하고 나서 우편으로 받으셨데요~)

거기다 요즘 다니시는 공장도 잘 안되서 한달에도 몇일씩 쉬는 일이 많은데
사정이 그렇다 보니 그나마 받는 쥐꼬리같은 월급도 들쭉날쭉이라
고정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걸 부담스러워 하셨습니다.

엄마가 ARS 상담 전화를 많이 어려워 하시니
본인이 아니면 취소가 안될 걸 알면서도 일단 제가 통화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엄마가 알려주신 번호로 전화를 하니 비씨카드 보험 상담소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일단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취소 여부를 물었더니 취소는 가능하다며
해당 연금 보험 회사로 본인이 직접 전화를 하라고 했습니다.

다시 보험회사로 전화를 해서 또 사정 이야기를 하고 취소 절차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쪽에서 직접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 확인을 하고 취소를 해주겠다더군요.

엄마가 다시 전화를 한다거나 직접 찾아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다행이었죠.
그날 저녁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보험회사랑 통화 했다고 그쪽에서 연락이 갈거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고맙다고 수고 했다고 했습니다.

그때 그냥 끊었으면 좋았을 것을... 저는 엄마에게
요즘 사기전화가 얼마나 많은데 전화로 그런거 덜컥 가입하느냐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용돈도 제대로 못드려 괜히 미안한 마음에 더 언성을 높였던 것도 같습니다.
엄마는 이제 다시는 그런거 안한다고 다짐을 하셨구요.

그런데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이 저에게 한마디 합니다.

" 장모님도 모르고 그러신건데 왜 짜증을 내?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면 되지.
  나도 엄마랑 대화할 때 잘 못하는 부분이 많아서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조심하자. 부모님께 잘못하는 거 있으면 서로 이야기 해주고... "

사실 남편도 성격이 급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서
어머님과 대화를 하다보면 부딪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남편보고 뭐라고 했었는데 저도 다를게 없었네요.

가만 생각해 보니 결혼 전에도 엄마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답답한 마음에 제가 언성을 높였던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편하니까 엄마니까 다 받아 주시니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버릇없이 굴고 말았네요.

전화 통화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도 엄마는 딸래미 전화세 많이 나올까봐 얼른 끊으시는데...
남편 말마따나 앞으로는 엄마랑 통화할 때 좀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먹다말고 찍은 갈치찌개... 참 볼품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의 포인트는 가운데 살만 곱게 발라져 있는 갈치랍니다.

" 이거 나 먹으라고 놔둔거야? "
" 응. "
아침을 먹고 씻으러 가는 남편에게 알면서도 꼭 한번씩 물어봅니다.



남편이 알뜰살뜰 발라먹은 뼈들...
그 속엔 생선을 싫어하는 아내를 위한 남편의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생선의 비릿함이 싫고 발라먹는 것도 귀찮아서 잘 안먹어요.
그나마 구운건 먹는 편인데 그것도 속살만 파먹는 나쁜 버릇이 있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는 제가 음식을 하니 싫어도 만지게 되고 먹게도 되더군요.
이젠 어느정도 적응이 되서 예전 보다는 잘 먹는 편이지만 
아직도 생선찌개를 하면 생선은 남편이 먹고 저는 국물과 야채 위주로만 먹습니다.

마누라가 잘 좀 먹었으면 좋겠는데 먹는 폼이 영 시원찮아 보였는지
언제부턴가 남편은 생선을 먹으면 가운데 살 부분을 남겨 놓았습니다.
그러면 저는 안먹을 수가 없답니다.

둘만 먹을거라 일부러 생선도 조금만 넣었는데 꼭 저렇게 남겨놓으니
한편으론 미안하면서도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네요.

오랜만에 아침을 먹고 출근한 남편...

밤늦게 군것질을 많이 하는 편이라 아침이면 속이 안좋다고 잘 안먹고
늦잠 잔다고 거르기 일수여서
저도 버릇처럼 잘 안챙기게 되었는데요

10키로 가까이 뺐던 살이 도로 찌는 바람에
다시 다이어트 한다고 저녁을 안먹는다니
이제부턴 아침에 좀더 부지런을 떨어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남편은 한번씩 물건을 잘 잃어버립니다.
평소엔 괜찮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꼭 한번씩 일을 터트린답니다.

결혼식 전날엔 차키를 잃어버린 적도 있습니다.
분명히 잘 둔다고 뒀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랍니다.
보조키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이것도 건망증 증세인가요?

결혼식을 앞두고 부산에 있는 제 짐도 옮기고 예물도 맞출겸
남편이 저를 데리러 차를 몰고 부산까지 왔습니다.

새벽 4시쯤 도착한 남편은 무척 피곤해 보였는데요
이렇게 혼자 장거리 운전한 건 처음이라더군요.
중간에 잠이와서 정말 혼났다고요.

그날 오후... 옷이랑 신발, 책 몇권에 화장품 등등... (생각보다 짐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미리 싸놓은 짐을 남편 차에 싣고 전주에 있는 시댁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시어머니와 남편과 함께 예물을 맞추러 갔는데...
예물 고르는 것도 힘들더군요.
원체 악세사리는 잘 안해서 그런데 관심없이 지내다가
고가의 예물을 고르려니 어떤게 좋고 이쁜지 분간이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예물때문에 한나절을 보내고
저녁 식사를 한 후 서울에 있는 신혼집으로 출발~~
한밤중에 도착해서 짐정리는 다음날 하자고 간단한 것만 챙겼습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 타려는 순간 남편이 " 아차! " 그럽니다.

" 왜? "
" 어떻하지? 부산 가던 날 엄마가 와있어서 열쇠 드리고 간걸 깜박했네... "
" 그럼 어떻게... 지금 다시 전주로 갈 수도 없고... "
" 그러니까... 나 왜이러냐... 분명히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

정말 대략 난감이었습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화도 안나고 웃음만 났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죄송했지만 그래도 답답한 맘에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저흰 열쇠 가지러 다시 내려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머님이 서울가는 리무진 기사 아저씨편에 보내 주신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죠~ 

저희는 다시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몇시간만 기다리면 되는데 딱히 다른데 가기도 그렇고...
차에서 눈좀 붙이려고 했는데 잠도 안오더군요.

날이 밝아오자 어머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첫차로 보냈으니 공항으로 찾으러 가라고... 리무진 번호와 도착시간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런데 하마터면 그 리무진도 놓칠뻔 했답니다. ㅡ.ㅡ;;

그렇게 아슬아슬 가는 차 붙잡아서 열쇠 받아서
신혼집 정리도 잘 마무리하고 결혼식까지 무사히 치뤘습니다.

그 후로도 남편의 이 몹쓸 버릇은 사라지질 않아서
잊을만 하면 툭 튀어나와 사람을 무척 당황시켰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완전히 잃어 버리진 않고 어딘가에서 찾긴 찾는다는거네요. ㅋㅋ

사실 저도 건망증이 있습니다.
근데 이것이 결혼을 하고 애 낳고 살다보니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이젠 둘이서 합작으로 그러니 사라진 물건 찾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군요.
둘중 하나는 괜찮아야 하는데...
 
Posted by 연한수박


지난달에 부산에 있는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주말에 다녀오기엔 먼 길이었지만
오랜만에 광안리에서 바닷 바람도 쐬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엇보다 엄마가 너무 좋아하셨답니다.

그런데 외박 나온다던 남동생은 갑자기 부대에 일이 터져서 못만나고
친구들 얼굴도 좀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연락도 못했습니다.

부산에 있는 제 친구들은 결혼 후에도 친정 가까이에 살아서
서로 왕래도 자주하고 출산 준비나 육아도 엄마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데
시집을 멀리 가니 이래저래 아쉬운 점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작년 5월에 결혼한 친구는 조금있음 아이를 낳습니다.
그 친구는 친정 부모님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요
너무 가까이 있어도 탈이라고 처음엔 신랑이 좀 불편해 했다더군요.
하지만 신랑이 워낙에 붙임성 있고 성격이 좋아서 별다른 문제 없이 잘 넘긴 것 같습니다.

엄마 편찮으실 때 자주 들여다 볼 수도 있고
출산 준비나 쇼핑도 엄마랑 함께 다니고...
친구랑 통화하면서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한편으론 부럽고 한편으론 친정 엄마 생각에 미안한 맘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얼마전에 전화를 해서는 이사를 가야할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신랑이 건축쪽 일을 하는데 이번에 승진을 해서 출장을 가게 될 것 같다구요.

출장 기간이 길기도 하고 곧 아이를 낳을 텐데 떨어져 있으면 얼마나 눈에 밟히겠냐며
저도 따라 가야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친정 엄마가 많이 서운해 하시겠다 했더니
안그래도 전화로 말씀을 드렸는데
처음엔 그냥 덤덤히 받아 들이시더 잠시후에 울면서 다시 전화를 하셨답니다.
너 멀리 가면 엄마는 어떻하냐시면서...

놀란 친구는 얼른 친정으로 달려 갔고
엄마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서 우시는 걸 처음 봤다고 했습니다.

" 엄마가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봤다. 어린 애처럼 우시더라. "
" 그래... 많이 서운하셨나보다. 너도 같이 울었나? "
" 아니~ 나는 웃음이 나오던데... "

아주 가는 것도 아니고 출장인데...
그리고 결혼한 남동생도 가까이 사는데 왜 그러시냐 했더니
모르겠다고... 딸래미가 멀리 간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셨답니다.
남편이 베트남으로 출장을 가도 아무렇지 않으셨다는데 말이지요.

너 가면 누가 엄마 옷 입는 거랑 화장하는 거 신경 써주냐...
나는 너 이렇게 잠깐 출장 가는 것도 서운한데
니 친구 엄마는 다들 멀리 시집보내고 어찌 사시냐... 하시며
제 얘기도 하시더랍니다.

순간 마음 한켠이 저릿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결혼할 당시 엄마가 멀리 가는 걸 무척 서운해 하셨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땐 여동생도 멀리 시집가는데 별말씀 없으시고
유독 저에게만 뭐라고 하셔서 오히려 저 서운한 것만 생각했었는데...

저는 친구처럼 엄마에게 살갑지도 외모에 신경을 써드리지도 못했습니다.

엄마랑 얘기 하다보면 티격태격 할 때가 참 많았고
엄마가 잘못 생각한다 싶으면 제가 가르치듯 얘기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가끔 하는 통화에서도 그랬네요.
그냥 맞장구 쳐주고 받아주고 그랬으면 더 좋았을 것을요.

어릴땐 늘상 함께 가던 목욕탕도
크고 나선 엄마가 같이 가고 싶어하는 걸 알면서도 잘 안갔습니다.
그때마다 얼마나 서운하셨을까요?

그래도 저는 엄마에게 맏딸이었나 봅니다.

함께 목욕 하면서 속내도 털어놓고...
아빠랑 다퉜을 때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하소연도 하고...
때론 친구처럼 수다도 떨고...

엄마에게 있어서 맏딸은
어쩌면 장남보다도 남편보다도 더 큰 존재가 아닐런지요?

Posted by 연한수박


♡ 2011년 5월 21일 ♡

집 근처에 제품 촬영할 만한 이쁜 커피숍 어디 없을까?
남편은 아침부터 커피숍 검색하느라 바쁩니다.

지난번에 스튜디오를 빌려서 촬영을 했었는데
장소 빌리고 카메라 빌리고 시간당 얼마씩 하니까
시간에 쫓겨 촬영도 제대로 못하고 돈은 돈대로들고...
차라리 커피숍에서 하면 맛있는 차도 마시고 조금은 더 여유롭겠다 싶었거든요.

그렇게 찾아간 곳이 커피볶는 하루네집이었습니다.



책과 노트 그리고 갖가지 소품들로 장식된 테이블은 다소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장에 꽂혀있는 연습장과 노트들에는 다녀간 손님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답니다.

많이 낡은 듯한 노트들이 궁금하여 펼쳐보니
손님들이 또 다른 손님을 기다리며 끄적인 글들과 낙서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쓰고 그렸는가 하면
속마음을 몰래 써놓기도 했고
친구와 빙고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때운 흔적들도 있었습니다.

저도 노트의 빈자리를 찾아 저희가 다녀간 흔적을 남겼습니다.
지금 바램과 소망들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요^^
 
근데... 저 노트들... 사진을 안찍은 게 너무 아쉽네요~~흑!!




멋스러운 조명과 아기자기한 소품들^^
저 소품들은 남편이 제품 촬영을 하는데 아주 큰 도움을 주었답니다.




그리고 벽과 천장에 걸린 익살스런 그림들...
연습장을 찢어 그린 것을 보니 어쩜 저것도 손님들의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ㅋㅋ



저희 들이 맛있게 먹은 커피와 조각 케익이랍니다.(^^;)
화장지에 연필로 그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래도 하나 더~~
이번엔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남편 모습을 담았습니다.
남편은 보고 웃었지만 아마도 자신과 너무 닮아서 그랬을거에요 ㅋㅋ

맛있는 커피와 케익과 머핀은 사진을 찍기도 전에 다 해치우고
도담이는 어느새 엄마 등에 엎혀 잠이 들었습니다.
역시 맛집 리뷰는 저에게 무리인가봅니다.(ㅡ.ㅡ)
이 글도 음식 사진은 하나도 없어서 맛집으로는 발행을 못하겠네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 주소는 남길게요~

커피볶는 하루네집...서울시 강서구 화곡본동 143-40... 전화는 02-2696-1237

키크고 훈남이신 남자 두 분이 운영하고 있는 커피볶는 하루네집~(^^)
여직원도 둘 있었는데 커피를 배우러 온 것 같았습니다.
이곳도 커피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러니 제가 말씀 안드려도 맛 보증은 되지않을까 싶네요.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태어나던 날...
소식을 듣자마자 시어머니는 새벽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셨습니다.
손녀인줄 알고 계셨는데 손자라고 하니 크게 내색은 않으셨지만 더 기쁘셨을거에요~

남편 말론 병원에 입원해있는 이틀동안 수시로 가셔서 손자 얼굴을 보시며 흐뭇해하셨다더군요.
산후조리원에선 면회 시간이 정해져 있어 많이 불편해 하셨구요.

조리원에서 나와 시댁에서 한달 남짓 지내는 동안엔 도담이 목욕도 어머님이 다 해주시고...
교회에 데려갔을 때도 여기 저기 자랑하고 싶으셔서 안고 다니셨답니다.

주위에 친지분들이 많이 계셔서 자주 모여 함께 식사도 하고
농사일로 한참 바쁠 때는 일 도와주시는 분들께 집에서 식사 대접도 하고 그랬어요.
도담이 태어난지 한달도 안되었을 때지만
집에 사람들 오는 거 싫어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도담일 더 보여주고 싶어하셨습니다.

가끔은 손님들 때문에 너무 소란스러워 도담이가 잠을 잘 못자기에 제가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이었고 다들 도담이가 보고 싶어서 오신거라 기쁘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손자를 대하는 행동이나 마음은
다들 비슷비슷할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아파트 아래층에 같은 교회에 다니는 언니가 두어달 전에 출산을 했습니다.
평소 안면은 있어 만나면 인사 정도만 나누는 사이였습니다.

하루는 엘리베이터에서 언니 남편을 만났습니다.
애기는 잘 크냐며 인사를 했더니 아무때고 보러 오라고 하셨습니다.

아이도 궁금하고 주위에 친구도 없고... 잘됐다 싶어 언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너무 반갑게 받아주던 언니... 마침 아이도 깼으니 잠깐 다녀가라 했습니다.
그래서 도담일 데리고 내려갔지요.

도담이랑 1년정도 차이가 나는데 어쩜 그리도 작은지...
아기가 참 이쁘고 신기했습니다.
거기 비하면 울 도담인 어린이 같았죠~

한시간정도 언니랑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고는
집으로 돌아와 도담이 낮잠을 재우고 저도 옆에서 깜박 잠이 들었는데
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혹시 문자 봤냐고... 미안하다고... ???
잔다고 문자를 못봐서 미안하다는 언니 말에 무척 당황스러웠는데요 
아이가 아직 너무 어리니 좀 더 크면 그때 놀러 오라고 했습니다.

언니가 갑자기 그러는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가 돌아가자마 시어머니께 전화가 왔고
언닌 별 뜻없이 방금 위층에 사는 애기 엄마가 다녀갔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럼 애기도 같이 왔을텐데 아직은 위험하지 않냐며 야단을 치셨답니다.

시부모님이 연세도 적지않으신데다 첫 손자라 무척 신경을 많이 쓰시는 모양이었습니다.
100일이 지나기 전까진 바깥 출입니나 손님들 오가는 거에 조심을 하라고 당부를 하셨다네요.
특히 아이들끼리는 더 질병이 잘 옮으니까 조심하라고요.

언니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내 미안한 빛을 비췄는데요
시부모님이 연락없이 불시에 잘 들르신다며
괜히 저까지 안좋은 소리 들을까봐 문자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저도 도담이 신생아땐 무척 신경이 많이 쓰였기 때문에 이해는 하면서도
기분이 좋진 않았습니다.
언니네 시어머님이 좀 유별나시단 생각도 들었구요.

남편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랬네요.
늦게 보신 손자라 더 그러시겠지... 무슨 사연이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 엄마들은 육아 서적이나 인터넷을 통해
임신중에 이미 머릿속으론 아이를 키워봤다 할 정도로 정보를 많이 얻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정보와 직접 아이를 키워보신 어른들의 경험은 다른 점이 많지요.
그 때문에 빚어지는 갈등도 있고
덕분에 요즘은 할머니들도 육아 공부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손자를 대하실 때 당신의 경험대로 하시려는 시어머니와
요즘 엄마들보다 더 신경을 많이 쓰시는 시어머니...

애기 엄마의 입장에선 후자가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느 쪽이든 갈등이 생기긴 마찮가지 인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