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댁이 전라도 입니다.

' 황산벌 '이란 영화에서
전라도 사투리 중 '거시기'라는 단어 때문에 배꼽을 잡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지난 설에도 시댁에 갔다가 그 '거시기' 때문에 빵 터진 일이 있었습니다.

설날 당일 저녁 때쯤 작은 아버지네 가족들도 모두 친정으로 떠나고
저희 가족도 어머님 친정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이모님 두 분은 아직 안가고 계셨는데요
오랜만에 만난 저희 가족을 무척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그런데 막내 이모님이 도담일 보시곤
오전에 있었던 일이 또 생각나신다며 웃음을 터트리셨습니다.

큰 이모님께서 오전에 손자, 손녀와 함께 다녀가셨는데
서로 재미나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어린 손자가 큰 이모님께 다가가 그랬답니다.
" 할머니 자꾸 거시기 라고 하지마. "

그래서 어린이 집에서 일하시는 막내 이모님이 궁금해서 물었답니다.
" 왜 할머니한테 거시기 하지 말라고 했어? "

그러자 손자는 부끄러워서 쭈뼛쭈뼛하면서
할머니가 자기 고추를 거시기라고 부른다고 했답니다.
그 말에 모두들 빵 터지고 말았죠. ㅋㅋㅋ

사실 어른들이 영화에서 처럼 '거시기'라는 단어를 많이 쓰진 않습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단어가 생각이 안나거나 할 때 가끔??
그럼에도 그 손자 입장에선 그 말이 듣기 거북했었나 봅니다.^^;;

아무리 사투리라고는 하지만
아이와 이야기를 할 땐 단어 선택이 참 중요하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사투리 이야기가 나오자 한 이모님이 도담이는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친가는 전라도, 외가는 경상도, 사는 곳은 서울이니
세 지방의 말을 다 배우게 되었다구요 ㅎㅎ;;

도담이가 한참 말 배울 시기에 친정과 시댁에 갈 때마다
사투리 하나씩 배워와서 따라하면 정말 귀여울 것 같긴 하네요~ ㅎ

그러고보니 언젠가부터 저도 시어머님과 이야기 할땐 어머니 말투를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친정엄마랑 이야기할 땐 또 부산 억양이 나오고...
남편은 안그러는 거 같은데 말이죠.ㅡ.ㅡ;;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태어나던 날...
소식을 듣자마자 시어머니는 새벽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셨습니다.
손녀인줄 알고 계셨는데 손자라고 하니 크게 내색은 않으셨지만 더 기쁘셨을거에요~

남편 말론 병원에 입원해있는 이틀동안 수시로 가셔서 손자 얼굴을 보시며 흐뭇해하셨다더군요.
산후조리원에선 면회 시간이 정해져 있어 많이 불편해 하셨구요.

조리원에서 나와 시댁에서 한달 남짓 지내는 동안엔 도담이 목욕도 어머님이 다 해주시고...
교회에 데려갔을 때도 여기 저기 자랑하고 싶으셔서 안고 다니셨답니다.

주위에 친지분들이 많이 계셔서 자주 모여 함께 식사도 하고
농사일로 한참 바쁠 때는 일 도와주시는 분들께 집에서 식사 대접도 하고 그랬어요.
도담이 태어난지 한달도 안되었을 때지만
집에 사람들 오는 거 싫어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도담일 더 보여주고 싶어하셨습니다.

가끔은 손님들 때문에 너무 소란스러워 도담이가 잠을 잘 못자기에 제가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이었고 다들 도담이가 보고 싶어서 오신거라 기쁘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손자를 대하는 행동이나 마음은
다들 비슷비슷할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아파트 아래층에 같은 교회에 다니는 언니가 두어달 전에 출산을 했습니다.
평소 안면은 있어 만나면 인사 정도만 나누는 사이였습니다.

하루는 엘리베이터에서 언니 남편을 만났습니다.
애기는 잘 크냐며 인사를 했더니 아무때고 보러 오라고 하셨습니다.

아이도 궁금하고 주위에 친구도 없고... 잘됐다 싶어 언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너무 반갑게 받아주던 언니... 마침 아이도 깼으니 잠깐 다녀가라 했습니다.
그래서 도담일 데리고 내려갔지요.

도담이랑 1년정도 차이가 나는데 어쩜 그리도 작은지...
아기가 참 이쁘고 신기했습니다.
거기 비하면 울 도담인 어린이 같았죠~

한시간정도 언니랑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고는
집으로 돌아와 도담이 낮잠을 재우고 저도 옆에서 깜박 잠이 들었는데
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혹시 문자 봤냐고... 미안하다고... ???
잔다고 문자를 못봐서 미안하다는 언니 말에 무척 당황스러웠는데요 
아이가 아직 너무 어리니 좀 더 크면 그때 놀러 오라고 했습니다.

언니가 갑자기 그러는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가 돌아가자마 시어머니께 전화가 왔고
언닌 별 뜻없이 방금 위층에 사는 애기 엄마가 다녀갔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럼 애기도 같이 왔을텐데 아직은 위험하지 않냐며 야단을 치셨답니다.

시부모님이 연세도 적지않으신데다 첫 손자라 무척 신경을 많이 쓰시는 모양이었습니다.
100일이 지나기 전까진 바깥 출입니나 손님들 오가는 거에 조심을 하라고 당부를 하셨다네요.
특히 아이들끼리는 더 질병이 잘 옮으니까 조심하라고요.

언니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내 미안한 빛을 비췄는데요
시부모님이 연락없이 불시에 잘 들르신다며
괜히 저까지 안좋은 소리 들을까봐 문자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저도 도담이 신생아땐 무척 신경이 많이 쓰였기 때문에 이해는 하면서도
기분이 좋진 않았습니다.
언니네 시어머님이 좀 유별나시단 생각도 들었구요.

남편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랬네요.
늦게 보신 손자라 더 그러시겠지... 무슨 사연이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 엄마들은 육아 서적이나 인터넷을 통해
임신중에 이미 머릿속으론 아이를 키워봤다 할 정도로 정보를 많이 얻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정보와 직접 아이를 키워보신 어른들의 경험은 다른 점이 많지요.
그 때문에 빚어지는 갈등도 있고
덕분에 요즘은 할머니들도 육아 공부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손자를 대하실 때 당신의 경험대로 하시려는 시어머니와
요즘 엄마들보다 더 신경을 많이 쓰시는 시어머니...

애기 엄마의 입장에선 후자가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느 쪽이든 갈등이 생기긴 마찮가지 인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