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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22 스물 아홉살!! 소개팅에서 만난 인연

스물 아홉이 되던 날...전 이미 삼십대가 되어 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해서 집,,,회사,,,집,,,회사,,,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9년 이라는 시간이 허무하고 후회스럽더군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저는 다시 무미건조한 제 삶 속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나이 꽉찬 딸이 선을 보래도 싫대고 결혼은 생각도 안하고 있으니 엄만 오죽이나 답답했겠어요? 선 자리 있다는 말만 들어오면 그냥 한번 만나만 보라고 성화였습니다. 물론 전 끝까지 싫다고 했지요. 두살 아래인 여동생은 벌써부터 결혼 얘기가 오가는데 말이죠.

 

그렇다고 제가 독신주의는 아니었습니다. 소개팅도 해봤고 한번이지만 선을 본적도 있고 잠깐이지만 사귄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자신감은 없어지고 결혼에 대한 두려움만 커졌습니다.

 

그런데 언제 부턴가 친구가 절 만날 때마다 사촌 오빠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직업이 어떻고 성격이 어떻고... 장점이며 단점까지...그러더니 한번 만나보라 했습니다. 그 친구 어머니께서도 꼭 소개시켜 주고 싶다고 하셨다네요.

 

몇번을 거절하다 결국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 얘길 듣고 엄마도 은근 기대하는 눈치였어요.

 

드디어 소개팅 날~ 동생 원피스에 구두까지 빌려 신고 안하던 화장까지 하고 출근을 했습니다. 평소와는 너무 다른 제 모습에 회사 사람들도 놀라워 했답니다. 친구와 언니들에게만 소개팅 한다고 살짝 얘기를 했는데 잘 생각했다며 잘하고 오라고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동래의 어느 돈까스 집...친구 어머니께서도 함께 나오시는 바람에 더 긴장이 되었습니다. 친구와 먼저 가시면서도 얘기 잘 나누라며 제 손을 꼭 잡아주셨어요.

 

저녁 식사가 나오고 먹는 동안은 거의 대화가 없었습니다. 그 어색함이란......그분도 긴장을 많이 하셨는지 식사를 제대로 못하시더군요. 그 앞에서 전 꾸역꾸역 다 먹었답니다. 암튼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서울서 오신 분이라 부산 지리를 모르셔서 제가 안내를 해야 했는데요 저도 길치인데다 그 지역은 잘 몰라서 참 난감했습니다. 길을 모르면 아무데나 들어갈 일이지... 구지 친구가 알려준 커피숖을 찾겠다고 그 주위를 한참 헤멨던 생각이 나네요.^^

 

커피숖에선 얘기를 꽤 많이 나누었습니다. 어색함을 없애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참 많이도 하셨어요. 저는 거의 듣는 쪽이었지만 (정말 열심히 들었습니다^^) 기분 나빠 하지 않고 편하게 해주시더군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서 이렇게 편한 느낌을 받을수 있다니... 낯을 많이 가리는 저에겐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니기도 했고 그분이 길을 모르시니 전 혼자 버스를 타고 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버스 정류장 까지만 같이 가자고 그랬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안신던 구두를 신고 다녔더니 발도 아파왔구요~

 

그때 갑자기 저보고 기다리라며 급하게 어딜 다녀 오시더니 택시로 집까지 바래다 주시더군요. 어찌나 고맙던지... 그리곤 다음 주말에 또 올테니 만나자고 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그 먼 거리를 또 오겠다고요...(나중에 들었는데 잠시 어딜 다녀온게 택시비가 모자랄 것 같아 찾으러 간거였대요ㅋ)

 

소개팅 후...다시 만나기로 했다니까 주위에선 잘됐다고 하면서도 신기해 했습니다. 

 

그땐 이 만남이 결혼까지 이어질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