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이 이야기2012. 7. 12. 05:59



얼마전 요 수도꼭지 때문에 도담이랑 크게 다툰적이 있었습니다.


도담이는 수돗물을 틀어 놓고 놀려고 하고

저는 물이 아까워 잠그려고 하고...


처음엔 아이가 알아듣긴 어렵겠지만 설명을 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아직 말을 못하는 아들인지라 답답증이 일더군요.


제가 자꾸만 물을 잠그자 울음을 터트린 도담이...

물을 틀어 달라고 떼를 쓰는데 제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결국 화를 내버렸답니다.


그러자 도담이는 더 악을 쓰고 울고

애써 모른척 내버려 두려고도 해봤지만 마음이 약해지더군요.


물을 다시 틀어주기 전까진 그칠 기미도 안보이고...

결국은 도담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말았습니다.


훌쩍이면서 물놀이 하는 도담이를 보고 있자니 허탈감이 밀려들었습니다.


이럴꺼였으면 처음부터 못하게 하지 말걸...

괜히 애 울리고 버릇만 더 나쁘게 만든 건 아닌지...

끝까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 건지...

좀 전에 했던 행동들이 참 후회가 되더랍니다.


그리고 도담이가 그렇게까지 떼를 쓴데는 이유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이 아깝다는 생각만 했지 도담이 입장은 고려해 보지 않았더라구요.


당시의 상황은 이러했습니다.


오전에 밀가루 놀이를 한바탕 하고 씻기려고 욕실로 들어갔는데

장난감 자동차에도 밀가루가 한가득 묻어있어서

세면대에서 씻어서 도담이에게 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자동차를 씻는 게 재미있어 보였나봅니다.

욕조에서 까치발을 하고선 자동차를 씻겠다고 하는겁니다.

잠깐은 그 모습이 귀여웠지만 마냥 줄줄 흘러가는 물이 너무 아까워서 그만 ㅡ.ㅜ;;


도담인 뭔가 새롭고 재미난 놀이를 발견했는데

한참 재미있을 때 엄마가 못하게 해서 화가 난 게 아닐까...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 도담아 이제 그만 하고 씻을까? 도담이가 물 잠궈줄래? 잠궈주세요. " 했더니

수도꼭지로 손을 뻗어 물을 잠그고 더 놀겠다고 떼쓰지 않는겁니다. ㅡ.ㅡ


순간... 아차 싶으면서

내가 참 지혜롭지 못했구나 반성을 하게 되었답니다.


아이와 엄마와의 기싸움이 시작되면 절대로 지면 안된다고

그럼 앞으로 점점 더 힘들어진다고 누가 그러셨는데...

앞날이 정말 걱정이 됩니다. ㅠㅠ


소리지르고 혼을 내서 아이를 이기는 건

영 자신도 없고 그게 정답도 아닌 것 같고...


도담이도 저도 다투는 일 없이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순간 순간 생각보다 감정이 앞서니 그게 너무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방문 감사드립니다^^

덥고 습한 날의 연속이네요.

무더위도 잊을만한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좋겠어요~ㅋ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2. 3. 25. 08:54

최근 몇일 사이 도담이의 잠 자는 시간이 규칙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밤 11시를 넘겨서 자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요즘은 9시만 되면 졸려워 하네요.

대신 일어나는 시간도 무지 빨라져서
이르면 6시... 늦어도 7시 전에 일어나 저를 찾습니다.

낮잠도 전에는 2시~3시 쯤 잤었는데
요즘엔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 12시~1시 사이에 잔답니다.
그러다보니 점심 식사 시간은 좀 애매하더군요.

어찌되었건 억지로 일찍 재우려고 한다거나 별다른 노력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의 잠자는 시간이 규칙적으로 바뀐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지난 목요일엔 낮잠을 자고 일어난 도담이와 간단히 점심을 먹고
5시쯤 집을 나섰습니다.

도담이 스티커 북도 새로 하나 사고 간단히 장도 보고
바람도 좀 쏘일겸 해서 집 근처 백화점으로 갔습니다.

도담이가 가자는 곳으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고
마침 일찍 퇴근한 남편을 만나 집으로 돌아오니 8시가 다 되어가더군요.

부랴부랴 저녁을 챙겨 먹는데 도담이가 피곤한 기색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얼른 양치를 시키고 재우려고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저 혼자서는 도담이 양치를 제대로 해주기가 힘에 부쳐서
자기 전엔 남편이 도와주곤 하는데요
그날 따라 유난히 더 심하게 울던 도담이...
결국 양치가 끝나기가 무섭게 저녁으로 먹은 걸 다 토해버렸습니다. ㅠㅠ

남편 옷은 물론이고 도담이가 입고 있던 옷까지 다 버려서 갈아 입히려는데
옷을 안벗으려고 해서 억지로 겨우겨우 벗겼습니다.

제가 도담이 토한 걸 치우는 동안
남편이 옷을 입혀주겠다고 했는데
도담이 울음 소리가 멈추질 않아 가보니
그 때까지 바지도 못 입히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더군요.

힘으로 억지로 애를 붙잡고 옷을 입히려는 남편은 화가 난 듯 보였고
안입겠다고 온 몸으로 저항하는 아들 상태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 애 좀 달래고 입히자. 이러다 어떻게 되겠어. "
" 아니. 지금 입힐거야! "
" 그냥 내가 입힐게. 일단 애부터 달래고... "

제가 사정을 하는데도 끄떡도 않던 남편...
기어코 그 자리에서 아들 옷을 입히고 말더군요.
그런데 우리 도담이도 만만치가 않은 것이 입은 옷을 도로 벗으려고 했습니다.

" 너 그거 벗기만해! "
남편이 무섭게 한마디하자 저에게 안기는 도담이...
얼마나 소리를 지르며 울었는지 목소리도 다 쉬고
진정되기까지 한참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잠자리에 눕자마자 바로 골아 떨어진 도담이를 보니 아차! 싶었습니다.

도담이가 평소와는 다르게 그렇게까지 고집을 피우고 과잉 행동을 보인 것이
다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얘가 얼마나 졸렸으면 그랬을까...
양치하는 것도 옷 갈아 입는 것도 너무너무 싫을 만큼 졸렸는데
말은 못하고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건데
엄마, 아빤 그것도 몰라주구...
도담아, 미안... 너무너무 미안해.

행여나 그날 일이 안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아빠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걱정스러웠는데요
다행히 다음날 아침에 웃으며 아빠에게 안기더랍니다.

그날 일로 저도 남편도 부모로서 참 많이 부족하다는 걸 또다시 깨달았습니다.

아는 분이 애 키우다 보면 이런 일 생길 수 있다고 부자간에 기싸움 한거라고 하셨는데요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거나 예기치 못한 행동들을 했을 때
슬기롭게 잘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지혜로운 부모가 되기란 참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아마도 평생에 숙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Posted by 연한수박


교회 언니에게서 선물을 받았습니다.
예쁜 반팔 티셔츠 두개와 알록달록 발목양말들...ㅋㅋ
언니 신랑이 이런 의류쪽 일을 한다며 가끔 옷을 가져온다는데
저도 이렇게 챙겨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그리고 다른 언니는 책을 선물로...^^;;
생일도 아닌데 하루에 선물을 참 많이 받았네요 ㅋ

자녀를 위한 무릎 기도문
도담이 잘 때 읽어주면 좋다고해서
그날부터 읽어주기 시작... 오늘은 남편에게 읽어 주라고 했답니다.

아이를 위한 기도문이 적혀 있는데
교회는 다니지만 기도를 잘 못하는 저에게는 너무나 좋은 책이지 싶습니다.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들까지 기도할 수 있어서 더 좋네요.

부모의 감사하는 마음

아버지 앞에 나옵니다
부모로서 남편과 아내로서
당신이 제게 주신 축복,
바로 이 삶에 감사하러 나옵니다

제 자녀들로 인해 감사드립니다
그들의 노는 모습과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 순간 한 순간은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
머리 둘 곳이 있어서 감사드리고
일용할 양식으로 인해 감사드리고
안락한 잠자리로 인해 감사드립니다

하루하루를 만들어가는
작은 것들에 감사드립니다
그 안에는 당신의 사랑과
경이로운 당신의 방법들이 들어있습니다

삶이 저에게 가져다 준
추억들로 인해 감사드립니다
매일매일 부모가 되는 것
그것은 당신의 축복입니다

책 제일 앞장에 있는 글인데 좋아서 옮겨봅니다.
너무 마음에 와 닿아서요.

생각해 보면 감사할 일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산다면
삶이 얼마나 여유있고 행복할까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일요일 보내세요!
Posted by 연한수박
다섯살난 딸을 키우는 동네 언니가 있습니다.
아무 연고 없는 서울에 시집와 생활하는 저에게
먼저 손 내밀어 주고 도움도 많이 준 참 고마운 언니입니다.

그런데 그 언니가 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확실히 결정된 건 아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이사를 가게 될 것 같습니다.

남편 직장과 무섭게 치솟는 전세값도 큰 이유이지만
언니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인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언니 딸은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에 다닙니다.
위치도 좋고 아이들도 잘 봐준다고 주위에선 꽤 평이 좋은 어린이집 이랍니다.
그래서 저도 나중에 도담이를 그쪽으로 보낼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니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엄마때문에 무척 속상한 일을 겪었답니다.

어린이집 바로 앞이 놀이터여서
마치고나면 아이들이 거기서 또 한바당 어울려 놀곤 한다는데
그날도 언니는 의자에 앉아서 딸이 노는걸 보고 있었답니다.

그 때 우연찮게 다른 아이 엄마 둘이서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어떤 아이를 가리키면서 ' 졔는 왜 저렇게 꼬질꼬질해! ', ' 엄마가 누구야? '
뭐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네요.

언니 아이를 가리키며 하는 말이 아니었음에도 언니는 기분이 많이 상했답니다.

아이들이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니 친하진 않아도 서로 안면은 있는 사람들인데
한 사람은 남편이 치과의사고 다른 한 사람은 동네에서 식당을 운영한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다보면 옷이 더러워지는 건 당연지사고
어린이집 보내면서 구지 멋들어지게 입힐 필요는 없는건데...
그리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이 그랬다니 이야기를 듣는 저도 기분이 나쁘더군요.

그런데 더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 일어났답니다.
아이들이 놀다가 한 아이가 가는 방향으로 우르르 몰려 가는데 그쪽이 영구 임대 아파트 단지였대요.
그걸본 한 엄마가 자기 아이를 부르며 거긴 들어가지 말라고 했답니다.
단지 그곳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그 친구랑은 놀지도 말라고 그랬다는군요.

그 단지내에는 언니와 서로 왕래하며 친하게 지내는 분들도 몇 있다고 합니다.
사업이 잘 안되서 어쩔 수 없이 그곳에 살긴 하지만 정말 열심히 사는 분들도 많다구요.
언니는 속상한 마음에 그 일을 그곳에 사는 한 언니에게 털어놓았다는데요
오히려 그언니는 덤덤하게 받아들이더랍니다.

이 지역에 영구 임대 아파트가 있어 그런 일이 좀 심하다고...
그나마 어린이집 엄마들은 순수한거라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그런 엄마들 몇몇이 몰려다니며 학교를 휩쓸고 다닌다 했답니다.

하루는 초등학생 딸래미가 울면서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옆단지라도 좋으니 이사가면 안되냐고 하는데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고요.

그리고 그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도 알고 있다고 했답니다.
점심메뉴가 아이들과 간단히 먹기 좋아서 가끔 가는 식당이었는데
평소엔 인사를 잘 하던 사람이
그 언니가 어디에 사는 지 알고 난 후론 인사를 받아주긴 커녕 없는 사람처럼 대했다는군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한동네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아이까지 키우는 엄마이면서...
언니의 이야기는 저에게도 적잖이 충격이었습니다.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가난하다고 무조건 무시하는
그런 부모에게서 보고 배운 아이가 과연 올바로 자랄 수 있을런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하루아침에 모른척 해야하는 그 상황을
엄마가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는 그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난때문에 씻을 수 없은 상처를 받은 아이들...
그 상처를 누가 치유해줄 수 있을까요?

이사를 간다고 이런 비슷한 일이 없을까... 언니에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언니는 서로 사는 형편이 비슷비슷한 곳에 가면 좀 덜하지 않겠냐고 합니다.

돈이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면 안되는 건데...
그런 생각을 가진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도 똑같이 가르치고 있다니 참 안타깝습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 아이는 상처 받지않고 반듯하게 잘 자랄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하네요.
부모가 소신있게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그 언니는 말했답니다.
부모로서의 역할과 책임감이 새삼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1. 9. 1. 08:44


2011. 8. 21. 일요일

교회옆 공원...
엄마, 아빠가 멀찍이 떨어져 있는데도 도담이는 제 갈 길 가기 바쁩니다.
절대로 엄마, 아빠가 가자는 방향으로는 안갑니다.
특히 집으로 갈 때는 더더욱!!



행여라도 넘어져서 다칠까봐 남편이 쫓아가서 손을 잡아줍니다.



하지만... 엉덩이를 쭉 빼고 버티는 도담이...ㅎㅎ



아빠가 억지로 끌어보지만 두 다리로 단단히 버티고 섰습니다.

 

뒤돌아 힐끔~ 엄마 한번 확인하고



왠일로 아빠를 따라가나 했더니...




역시나 아빠와 반대 방향으로 갑니다.



" 도담아~ 어디가?? "



" 엄마, 아빠 여기있는데... "



아무리 불러도 소용없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뒤쫓아가려는 저를 남편이 붙잡습니다.
" 놔둬... 우리가 자꾸 따라가니까 더 그러는 거 같아. "

그렇게 어디까지 가나 지켜 보려는데
그제사 뒤돌아서 엄마, 아빠를 확인하는 도담이...
근데 확인만 하고 다시 가던 길을 계속 갑니다. ㅡ.ㅡ;;

베짱이 좋은 건지... 겁이 없는 건지...
일부로 보이지 않게 숨어도 보았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엄마, 아빠를 자기 쪽으로 오게 만들었죠. ㅋ

눈치가 빠삭한 도담이는 알고 있었던 겁니다.
엄마, 아빠가 뒤쫓아 가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자신이 위험에 처하거나 넘어지면 금방 달려와 줄거라는 걸...

그렇게 우리 속을 꿰뚫고 있으니
결국엔 우리가 질 수 밖에요...^^;;

부모를 향한 저 대책없는 믿음은 어디서 오는 건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아이의 그 믿음을 저버리지 말아야 겠다는...
언제까지고 지켜주려고 노력해야 겠다는...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