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가 얼마전 부터 남편에게 돈관리를 맡겼다고 했습니다.

남편 월급으로 보험에 적금에...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고~

남편에게도 돈관리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남편도 흔쾌히 승낙을 했고

한 달에 얼마씩 생활비를 타서 쓰는데 오히려 속은 편하다 하더군요.


그런데 얼마 안있어 작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남편이 생활비를 통장에 입금 시켜주는데

혹시 결제를 하거나 이체를 할 때

남편에게 알림 문자가 가는지 궁금해서 물었답니다.

그러자 남편은 안온다고 했구요.


그런데 며칠 전 남편이 묻더랍니다.

왜 그렇게 돈을 많이 뺐냐고...


" 문자 안간다면서? " 하고 친구가 되물었더니

그냥 웃어 넘기더라는...


사실은 친구가 돈을 쓸 때마다

남편에게 문자가 가고 있었던 거죠.


친구는 무척 기분이 나빴다고 했습니다.

뭔가 감시를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면서요.


당연히 남편도 지출 내용에 대해 궁금하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알림 문자가 온다는 사실을 속일 필요는 없었을 텐데요.


그래서 저도 제 남편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결혼 초에 남편이 내 신용카드를 모두 없애라고 하더라

연회비가 나가는 것도 아닌데 굳이 없앨 필요가 있겠냐고 했더니

개인 정보 운운 하면서 꼭 없애라더라

그 때 나도 기분이 나빴다...


근데 그 친구 남편도 결혼 초에 신용카드 없애라는 말을 했다는군요^^;;

참... 우리 남편이랑 친구 남편이랑 비슷한 구석이 어쩜 이리 많은지...

아님 대부분의 남편들이 그러는 건지...





남편이 신용카드를 없애라고 할 당시에

카드가 몇 개 안되긴 했지만 일일이 전화해서 취소하는 게 너무 귀찮았습니다.

ARS 전화해서 기다리는 것도, 취소 이유를 설명하는 것도, 담당 직원의 권유를 뿌리쳐야 하는 것도요.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이 나를 못믿어서 그러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습니다.


연애기간이 길진 않았지만 내 씀씀이가 어떤지는 남편도 알았을텐데...

더구나 결혼 하고도 저는 가계부를 기록하고 있었고

남편도 지출내역에 대해 거의 알고 있었거든요.


남편은 그런 거 아니라고

쓸데없이 신용카드 많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지 않냐고 했습니다.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신용카드 없앴냐고 재차 확인을 할 때는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은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신용카드를 많이 쓸 수록 과소비가 되더라구요.

그래서 남편 신용카드도 최대한 적게 사용하고 있답니다.


그렇지만 분명 조심할 부분은 있는 것 같습니다.


부부 사이에 정말 중요한 것이 믿음인데

상대가 나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기분을 느낀다면

자칫 부부 사이에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1. 9. 1. 08:44


2011. 8. 21. 일요일

교회옆 공원...
엄마, 아빠가 멀찍이 떨어져 있는데도 도담이는 제 갈 길 가기 바쁩니다.
절대로 엄마, 아빠가 가자는 방향으로는 안갑니다.
특히 집으로 갈 때는 더더욱!!



행여라도 넘어져서 다칠까봐 남편이 쫓아가서 손을 잡아줍니다.



하지만... 엉덩이를 쭉 빼고 버티는 도담이...ㅎㅎ



아빠가 억지로 끌어보지만 두 다리로 단단히 버티고 섰습니다.

 

뒤돌아 힐끔~ 엄마 한번 확인하고



왠일로 아빠를 따라가나 했더니...




역시나 아빠와 반대 방향으로 갑니다.



" 도담아~ 어디가?? "



" 엄마, 아빠 여기있는데... "



아무리 불러도 소용없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뒤쫓아가려는 저를 남편이 붙잡습니다.
" 놔둬... 우리가 자꾸 따라가니까 더 그러는 거 같아. "

그렇게 어디까지 가나 지켜 보려는데
그제사 뒤돌아서 엄마, 아빠를 확인하는 도담이...
근데 확인만 하고 다시 가던 길을 계속 갑니다. ㅡ.ㅡ;;

베짱이 좋은 건지... 겁이 없는 건지...
일부로 보이지 않게 숨어도 보았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엄마, 아빠를 자기 쪽으로 오게 만들었죠. ㅋ

눈치가 빠삭한 도담이는 알고 있었던 겁니다.
엄마, 아빠가 뒤쫓아 가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자신이 위험에 처하거나 넘어지면 금방 달려와 줄거라는 걸...

그렇게 우리 속을 꿰뚫고 있으니
결국엔 우리가 질 수 밖에요...^^;;

부모를 향한 저 대책없는 믿음은 어디서 오는 건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아이의 그 믿음을 저버리지 말아야 겠다는...
언제까지고 지켜주려고 노력해야 겠다는...

Posted by 연한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