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주말이 끼었음에도 참 짧았습니다.
공휴일이 겹치지 않고 주말이 명절 연휴 뒤에 붙으면 얼마나 좋을까... 늘 아쉽기만 하네요.

" 이번 추석은 연휴가 짧아서 부산까진 못갈 것 같은데... "
남편이 한달쯤 전에 미리 이야기를 했습니다.
" 하루 정도 휴가 못내? 멀어서 자주 가지도 못하는데 명절날이라도 봐야지. "
" 요즘 일 바쁜 거 알잖아... 휴가는 힘들어. "
" 그래두... 엄마, 아빠 서운해 하실텐데... "

제가 서운한 빛을 보이자 남편은 미안하다고 다녀오자고 했습니다.
남편 속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맘에 걸렸던 저는
달력을 뒤적이다가 10월 3일이 월요일인 걸 발견했습니다.

친정 부모님이 많이 서운해 하실테지만
남편과 상의 끝에 친정은 10월 초에 가는 걸로 결정을 했습니다.

추석 전날 친정 엄마께 전활 드렸더니 마침 남동생이 외박을 나왔다고 했습니다.
음식 하는 거 도우려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나왔다고 하더군요.
두분이서 적적하실까 걱정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여동생은 부산에서 일을 하니 멀리 살아도 수시로 친정엘 다녀가고
이번 추석에도 시댁 가기전에 친정에서 자고 갔다더군요.
잘되었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저만 자식 노릇 못하는 것 같아 많이 죄송했습니다.

" 그러게 왜 멀리 시집을 가가지고... 미워~ "
엄마도 이해는 해주시면서도 많이 섭섭해 하셨습니다.

" 친정엔 언제가? "
함께 음식 장만을 하던 작은 어머니가 물었습니다.
" 이번에 연휴가 짧아서 10월 초에 가려구요. "
" 그땐 그때고 명절날 친정엘 가야지~ 이렇게 안가버릇 하면 계속 못가. "

작은 어머닌 저 생각해서 하신 말씀이었지만
아까 엄마가 한 말이 생각나서 저는 마음이 더욱 무거워 졌습니다.

그래도 명절은 즐겁게~~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식사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도담이가 아직 말도 못하고 애교도 부릴 줄 모르는데다 낯까지 가려서 난감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도담이 덕분에 어른들이 무척 즐거워 하셨답니다.
도담이가 사랑을 많이 받았죠~^^

추석날 저녁엔 이모님댁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도담이가 너무 심하게 보채서 저와 남편이 먼저 집으로 돌아 왔는데요
남편이 친정 부모님께 전화를 넣어 달라고 했습니다.
직접 하기엔 쑥쓰러웠던가 봅니다.

그렇게 남편이 못 찾아 뵈서 죄송하다고 명절은 잘 보내셨냐며
친정 부모님과 통화를 하는 걸 보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통화를 끝낸 남편은 저에게도 한마디 건넸습니다.
" 맏며느리 노릇 하느라 힘들지? 고맙고 미안해~ "
내가 뭐 한 게 있냐며 괜찮다고 대답을 하면서도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서운했던 마음이 확 풀어지는 기분이었답니다.

솔직히 좋은 시부모님 만나 시집살이도 모르고 사는 저이지만
그래도 명절을 지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는데요
명절날 고생하는 마누라 걱정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남편이 있어서
피곤함과 서운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이번 설 연휴는 시어머니께서 허락을 해주셔서 부산에 있는 친정에 먼저 갔었습니다. 남동생은 군대에 가 있고 여동생도 결혼을 하면서 엄마 아빠 두분이서 쓸쓸하게 명절을 맞으시곤 했는데요 그래도 남동생이 명절에 맞춰 휴가를 나와서 조금은 맘이 놓였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남동생도 못나온다 그러더군요. 부산에 먼저 다녀간단 제 말에 엄마는 먼 길 운전해오면 위험하다고 오지마라셨지만 막상 저희를 보시고는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특히 첫 손주가 얼마나 보고 싶었겠어요. 도담이를 보는 부모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답니다.

연휴 전 하루는 남편이 휴가를 내서 이틀 정도 친정에 머물렀는데요 첫날은 엄마가 일하러 나가셔서 저녁에나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광안리에 있는 엘리스라는 커피숖에서 일하고 있는 여동생... 커피랑 와플은 자기가 쏜다며 놀러 오라기에  바다 구경도 할 겸 부모님을 모시고 광안리로 갔습니다.



마침 제부도 일을 마치고 엘리스로 와서 여동생 내외와도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이번 명절엔 여동생 내외도 못만나고 가겠구나 했는데 저희가 하루 일찍 내려간 덕분에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두 딸과 듬직한 사위가 둘에 눈에 넣어도 안아플 손주까지... 부모님도 너무 행복해 하셨네요.



식사 후엔 여동생이 일하는 커피숖에서 여동생이 만들어 준 커피와 와플을 먹으며 광안대교 구경도 하고 잠깐 밖에 나가서 바닷가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고... 너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제가 좋아하는 커피도 마셨습니다. (관련 이야기는 나중에 사진 편집해서 더 자세히 올릴께요)

시간이 꽤 지나 도담이가 피곤해해서 자리를 정리하려고 했는데요. 동생 부부는 남아서 할 일이 있다며 저희 먼저 들어가라고 해서 부모님과 도담이를 대리고 먼저 집으로 귀가했네요.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한 외출이라서 그런지 다들 너무 즐거운 상태였어요.

그런데 온 가족이 편히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남편을 난처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남펴과 결혼한지 어느덧 2년여가 다 되가지만 아직까진 부모님도 남편도 서로에게 어려워하는 마음이 있었던게 사실인데요. 제가 생각 할때는 서로의 장벽이라 할 수 있는 어려움을 해소한 사건이었고 엄마에겐 사위에게 얼굴 붉힐 영원히 기억하기 싫은 에피소드가 하나 생겼습니다.

그날 엄마가 외출 전부터 이것저것 군것질을 좀 하셨고 나가서도 와플과 커피등 먹어서 배가 많이 불렀었나 봅니다.

저와 거실에서 이야기 할때 였는데요. 너무 많이 먹어서 소화가 안된다 하시더니 갑자기 방귀를 끼시는게 아닙니까? 포즈도 너무 귀엽게 취하면서 뿡뿡뿡~~  ㅡㅡ;; ㅋㅋ 저는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서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던 남편을 바라보았고 엄마는 그제사 당신이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달으셨습니다.

저와는 이런 편안함을 주고 받는 모녀 지간이라 가끔 이런 행동을 하시는데요. 그날은 남편이 같이 있어서 조심하셨는데.. 방에서 컴퓨터 한다고 생각하시고 아무 거리낌 없이 행동 취하신 것 같습니다.

남편은 당황해서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있었는데요.

장모님이 난처해 하실까봐 애써 못들은척 얼굴을 붉히고 앉아 있던 남편에게 엄마는 민망해서 더 크게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 어머 자네 거기 있었나?  어떻게 몰랐잖아~ 미안하네... 못들은 척 하게 "
" 아... 예... 괜찮습니다. ^^;; 아무것도 못들었습니다" 

시선은 티비에 고정 시킨채 어쩔줄 몰라하며 대답하는 남편을 보면서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혼 2년만에 장모와 방귀튼 사건인데 생리적인 현상이라 어쩔수 없긴 했지만 그래도 장모와 사위라는 관계가 아직은 어렵고 서먹한데 너무 일찍 방귀를 튼 건 아닌지... 한편으로는 이번 사건으로 서로 더 편해진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

사실 저도 가끔은 생리적인 현상을 참기 힘들어서 참 난감하고 곤욕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럴 땐 그냥 못들은척 조용히 넘어가 주는 센스를 발휘해 주는 것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ㅎㅎ

비록 엄마에겐 당황스럽고 민망한 상황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저에겐 부모님과 남편이 조금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의미있던 시간이었어요. ^^

이번 에피소드를 계기로 왠지 올핸 더 행복한 시간이 찾아 올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도 남은 연휴 잘 즐기시고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1. 2. 3. 06:30

아이를 키우면서 내 아이가 벌써 이렇게 컸구나... 하고 느끼는 것은 어느 순간인 것 같습니다.
몇일 또는 몇달에 한 번 보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이 컸냐며 깜짝 놀라곤 하지만
매일 보는 저희들이야 예전 사진을 들춰보지 않는 이상 그 말을 크게 실감하지 못합니다.

저나 남편이 아이가 자라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는 경우는
아이의 행동이나 표정에서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인 것 같습니다.

아이가 뒤집거나 앉거나 기는 행동들을 하나씩 터득할 때야 말할 것도 없지요.
때론 아이의 칫솔질 하나 표정하나에도 얘가 언제 이렇게 컸지? 하며 놀랄 때가 있습니다.

한 손으로 칫솔 끝을 잡고 조금은 불량스런 표정으로 칫솔질을 하고 있는 도담이...^^
칫솔질을 하면서도 꼼지락거리는 발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납니다.

세상에 양치하는 모습조차 이렇게 터프할 수 있다니... ㅎㅎ
엄마의 고슴도치 사랑은 아들의 어떤 모습이든 멋있어 보이는 건지...^^;;

아직도 엄마라는 이름이 낯설지만 아이의 이런 모습을 볼때면 너무 너무 흐뭇하네요~

이번엔 친정에 먼저왔다가 지금 시댁으로 이동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이웃님들 찾아뵙고 인사 못드려 죄송하네요^^
그럼 모두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연한수박
도담이 이야기2011. 1. 22. 14:08
이번 추석은 도담이가 태어나 처음 맞는 명절이었습니다.
시댁에서도 친정에서도 유일한 갓난쟁이다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뿐 아니라
다른 친지분들의 사랑까지 한몸에 받았답니다.
 
추석날 아침
깨끗하게 목욕을 시키고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 주었는데요
그 표정이...
제 인기를 알기라도 하는 듯 다소 거만해 보였습니다.
 

 
옷 깃을 세워 주었더니
그걸 잡고 포즈를 취하는데
꼭 다 큰 아이 같습니다.
 
도담이의 카리스마가 느껴지시나요?
 

 
그래도 엄마 품에선 영락없는 아기랍니다^^
 
이번 추석엔 연휴가 길어서 친정에서도 몇일 묵었다 왔습니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보내서 너무 좋았는데
장거리 여행이다보니 남편도 저도 살짝 몸살기가 있었어요.
 
연휴 동안 서울에 물난리가 났다는 뉴스를 보고 걱정을 했는데요
다행히 저희 동네는 괜찮았던 모양입니다.
 
즐거워야할 명절날 비 피해 입으신 분들을 보면서 얼마나 안타깝던지...
그러면서도 나는 피해를 입지 않아서 다행스러워 했네요.
 
앞으로는 이런 피해가 없도록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아 조치를 취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연한수박